특별히 수가 많은 것이겠나
독일에서 몇 개월 살다보면,
일상 속에서 한국과의 조그만 차이들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맹인’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독일에서는 어느 도시 어느 길거리에서든 흔하게 맹인들을 볼 수 있다.
맹인들은 막대기로 더듬더듬 땅을 짚는 것으로 앞을 가늠하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처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맹인을 보았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 도시 저 도시 돌아다니면서 독일 자체가 전반적으로 맹인들이 많구나, 하는 인식이 생겼을 정도다.
솔직히 조금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맹인을 만나기는 별로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과연 독일은 특별히 맹인이 많은 나라일까? 우리나라에 비해 유달리 맹인 비율이 높은 것일까? 아니, 그렇진 않을 거다. 무슨 독일 사람들이 전부 확률성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지.
결국 ‘독일 길거리에는 맹인이 많다’는 결과를 낳은 두 나라간 차이는 크게 하나로 좁혀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바로 “맹인이 두려움없이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는가”다.
우리나라라고 맹인 비율이 특별히 적을 리 없고, 독일이라고 높을 리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맹인들이 막대기를 짚고 홀로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 도움 정도 차이도 분명 존재할 터다. 우리는 장애인에 그리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아, 오해는 말길. 어디까지나 독일에 비해서 말이니까.
솔직히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야기다. 눈에 띄질 않으니 특별히 신경을 쓸 수도 없지. 독일에서는 계속해서 보이니까 나같은 외지인들도 관심을 갖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독일과 한국간 차이는 별로 엄청나게 특별하진 않은 거다. 홀로 길을 걸어다니는 맹인이 종종 보이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 그 정도 차이다.
아니, 이건 엄청나게 특별한 차이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