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에 괴로워 말고 조금만 멀찍이서 바라 봐 보자
정답은 그림.
그림이라는 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다. '본질'을 찾겠답시고 그림에 눈을 딱 붙여놓고 보면 생각보다 엉망진창이라 당황하게 된다. 이것저것 지저분하게 섞인 색깔, 물감이 튀고 흘러내린 흔적, 삐뚤빼뚤한 선... 뭐야 이게, 이렇게 그려도 되는 거야?
눈을 조금만 떼자. 조금만 멀리서 보면 그 카오스 덩어리는 나름의 질서를 갖춘 한 편의 번듯한 그림이 된다. 지저분한 물감 흔적은 알록달록 다채로운 빛으로 인식되어 감탄을 불러 오고, 제멋대로 그은 듯 했던 선은 조금만 멀리서 보니 이보다 윤곽이 뚜렷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림을 보며 얻은 교훈은 뭐다? 디테일은 중요하지만 너무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게 되면 정작 목표인 '그림'을 망칠 수가 있다. 당장 가까이서 보기에 이레귤러가 가득하고 지저분해 보이고 실망스러워도, 그 모든 걸 모아두고 두 세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어라, 주변에 내세울 만한 꽤나 번듯한 그림이 만들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거...
예컨대 엉? 이런 잭슨 플록 그림을 가까이서 세세하게 다 뜯어보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멀찍이서 보아야 아, 이게 예술인가 보다 폼이라도 잡지.
물론 이런 예외도 있음.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서 보면 포스 넘치는 고흐 옹의 대표작...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p.s) 그냥 예전에 MOMA 다녀온 거 자랑할 겸 전시할 겸 써 봄.
p.s2) 표지 그림도 역시 MOMA에서 찍어온 거... 실물로 보면 포스가 어마무시하다. 지옥도 그 자체임. 멕시코 혁명가&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의 'Collective Suicide(집단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