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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서 잠실광역버스환승센터로 들어가려면 롯데월드에서 만들어 놓은 거대한 공간 만남의 광장을 지나가야 한다. 환승 문을 기준으로 딱 직사각형 모양을 그린다면, 이 안에 들어가는 점포들이 있고, 이 문에서 분수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튀김집,오뎅집,롯데리아,약국,화장품 가게가 나온다.
오늘은 평일이다. 에세이를 쓸 때 눈으로 제대로 보지 않고 짐작만으로 쓸 순 없기 때문에 평일에 하루 짬을 내서 그 곳을 다녀왔다. 사실 주말에 틈틈이 갔던 곳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에 뜸해졌다. 뜸해졌다는 말이 움직임을 줄였단 말이 아니라 장소를 바꿨단 말이다. 평일 오후의 롯데장터와 석촌호수를 에세이에 담고 싶어 갔다.
두 오뎅집이 마주보고 영업을 해 온지는 수년이 되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이곳을 여러 번 오고 갔지만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 먹거나 롯데리아에서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적은 있어도 오뎅을 사 먹은 적은 없다. 편의점에 파는 것들 중에 과일 아니면 우유, 베지밀 종류 혹은 주스, 아니면 견과류를 사 먹으면 밀가루를 피할 수 있을 텐데 이때는 견과류가 생각나지 않았고 밀가루가 아닌 것으로 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오뎅집 인근에 있는 튀김집을 보니까 800원부터 시작하는 데 기름진 것도 좀 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오뎅집 두 군데를 내 손바닥 위에 두고 저울질하는 데. 이상한 점이 보인다. 한집은 사람이 바글바글, 튀김집 쪽에 붙어있는 오뎅집은 너무나 한가한 것이로다. 엥? 무슨 차이지? 바글바글 거리는 곳으로 일단 가보니 매운 오뎅 코너까지 있었다. 일단 두 가게는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되었다. 바글바글 거리는 이 점포는 사람들이 서서 오뎅과 꼬마김밥을 먹는 방향의 반대쪽에 테이블을 대여섯개 갖추고 있었다. 계산 프로그램은 두 군데에서 할 수 있는 규모였고 사장과 직원들 체제였다. 1천 원, 1천5백 원, 2천 원 오뎅들이 있었고 이 코너 옆에 매운 오뎅 코너가 별도로 있었다. 요 코너가 이 점포에서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나 빛은 매운 걸 진짜 먹지 못해서 이것들 중 1천 원짜리 오텡 한 개를 먹으면서 오뎅 국물은 3컵을 마신다. 나 빛은 오뎅을 먹더라도 간장을 뿌리거나 발라서 먹지 않는다. 살짝 싱겁긴하지만 위생상..너무 까다로운 거 같다고요?
전철 화장실을 들어가면 10명 중 9명이 볼일을 보고 나서 세면대 근처에 가지도 않고 나간다. 손에 물을 딱 한번이라면 묻히는 사람은 그나마 ‘양반 중의 양반’이다. 방송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원칙이 비누로 손 자주 씻기라고 했을 땐, 그것도 홍보 초반에만 전철역 화장에서비누로 손 씻는 사람의 비율이 잠깐 늘었을 뿐.. 홍보가 사그라들면서 다시 원상복구한 듯하다. 시간이 없어서 일까? 10명 중 9명이나? 시간이 없어도 물 한번 살짝 묻히는 거는 할 수 있지 않나? 이들이 여기저기 이런저런 물건들을 만지고 오뎅 집의 간장 통을 만진다는 게.. 나 혼자 온 것이니 분위기를 맞출 이유가 없었다. 혹 여러 사람과 온 것이더라도 난 간장을 뿌리거나 발라먹는 건 피했을 것이다.
오뎅을 천천히 먹었다. 지하였고 양 옆의 사람들을 의식했기 때문에 빨리 먹으려고 생각했으나 국물이 하도 뜨거워서 빨리 먹을수가 없었다. 점포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는 게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었고 다른 손님들도 주문할 땐 다들 마스크를 쓰고 하는 게 보여서 또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잠시 벗게 되더라도 움직인다.
국물을 마시는데 바로 앞에 종이컵 통이 있고 직원은 다 쓴 을 그곳에 넣으라고 했다. 내가 종이컵 통에서 새 종이컵을 꺼낼 때 그 몸통은 새 것인거 같은 느낌이었다. 재활용하는 건 아무리 잘 말려도 몸통이 흐느적거리더라.. 그 두꺼운 종이가 물을 한번 먹으면 흐물흐물해 지는 걸 여러 번 봤다. 혹시 모른다. 물에 여러 번 담가서 흐물흐물해진 종이컵을 다시 100% ‘새’ 종이컵으로 보이게끔 원상복구를 할 수 있는 신비한 묘약이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마는 여기까지 생각한다면 아예 오뎅을 사 먹을 수가 없으니..
다 먹고 나서 건너편 오뎅집을 보니까 여전히 한가하더라.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해질 시간이 다 되어가고 이 날 저녁에는 추워질 것이란 기상예보가 있었던 대로 추워졌더라. 몸에 따뜻한 기운을 좀 넣어주어 내 장기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오뎅 국물을 마시는 게 더 큰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