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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요 Mar 07. 2021

홍콩 2일차

멘델스존



#홍콩 #홍콩여행



아침 7시경 일어났다. 8인용 실에 나 멘델스존 혼자다. 인증샷을 보니까 그때의 내 머리는 단발보다 더 짧은 머리인데도 흐트러진 새 둥지를 연상케 하는 모양이었다. ㅋ 거실에서 전날 미리 사둔 과일을 먹었다. 거실 벽에는 흰 종이 두 개가 붙어있는데, 사각형 풍선 모양의 흰 종이에는 모서리가 동그란 모양인 사각형 그림이 있고 그 안에는 ‘Please be quiet after 12 mid night! Others are sleeping #thanks 쓰여 있다. 이 그림 밑에 A4 용지를 가로 방향으로 돌려서 붙여놨는데, 이 용지의 구성을 보자면 가로 방향으로 위에서 1㎝ 공간을 두고, 그 밑에 ’The common ~ is closed from 12:00 AM ~7:00 AM’이라고 되어있다. 그 밑으로, 종이를 가로로 반으로 접었을 때, 왼쪽에는 볼록한 아랫배를 드러내놓고 흰색 팬티만 입고 자는 노인의 그림, 오른쪽에는 ’Remember there are other guests that want to get some rest to ple ase be courteous.‘라고 쓰여 있다. 짐작건대 파워포인트에서 만든 문서일지도 모르겠다. 딱 떠오른 게 말이다. 아~~ 팬티만 입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 노인을 그린 만화 그림은 전혀 선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귀여웠다. 갑자기 이 경고 문구를 왜 얘기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시기적으로 한국인이 많을 때가 아닌 듯하다. 밤에 숙소로 귀가했는데 방과 거실이 시끄러우면 싫을 수밖에. 그래도 정말 시끄럽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20대의 여행객이 온다면 종일 돌아다녔어도 밤새워 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텐데. 혹시 이 경고 문구를 의식하는 건가? 한국의 호스텔이나 민박집이었다면 이 경고문은 형식적으로 붙여놓은 문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체크인을 할 때 보니까,데스크 옆으로 성인 한 명이 걸어갈 수 있는 복도가 있었고 복도 끝에 거실이 있었다. 서양인들이 간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걸 봤다. 아주 잠깐 본 그들이었지만 종일 돌아다니고도 체력들이 쌩쌩하다는 게 살짝 부럽더라. 그들 중에 개인일기를 쓰는 이가 있다면 그 대화에서 좋은 글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짐 정리를 하고 세면을 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나선다. 아침 먹으러 가면서 바로 일정을 시작하기로 한다. 선크림을 잔뜩 바른다.     

‘과연 내가 ‘구글맵’을 잘 이용할 수 있을까?’ 초보라면 여행의 질은 이것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초 영어회화를 잘하면야* 좋겠지만 보디랭귀지를 동원해야 할테니 speaking에 너무 열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원고를 타이핑하는 나도 실은 그 중요성을 느끼고 오긴 했다. ㅋㅋㅋㅋ

*야:대화체의 의미

여행 책자에서 보니까 인근에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걷고 또 걸었다. 원고를 쓰면서 사진들을 보니까.. 타이핑하는 지금의 내 얼굴에 실웃음을 띠게 하는 게 보인다.. 뭔 말인가 하면... 반팔티가 아닌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민소매 남방을 입고, 목에는 카메라 줄을 매고 있었다. 카메라를 항상 왼손에 들고 다니면서 동선대로 수시로 찍는데 혹시라도 카메라를 놓칠 경우를 대비해서, 혹은 깜빡하고 카메라를 어디에 두고 가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카메라 줄은 모에 걸고 다녔다. 그 카메라 줄의 무게 때문인가.. 남방의 오른쪽 깃이 앞쪽으로 접혀 있었네.. 중국인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무관심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누구라도 내 옆을 지나치면서 눈치라도 주었다면 참 감사했을텐데.. 

아침 먹기 참 힘드네. 걷고 걷는 과정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여러 팀을 봤다. 가족들끼리 온 팀이 있었다. 반갑긴 했으나 별도로 아는 체를 하진 않았다. 그냥 맘으로 ‘한국인이네?’ 했을 뿐. 걸어가면서 현지인한테 지리를 물었다. 고개를 젓고 지나가는 사람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들이 그냥 지나간 이유는.. 내가 물어 본 영어 발음이 빌딩 이름이었던 모양이다. 빌딩 이름을 누가 기억하겠는가.. 허허.. 

^^ㅋㅋㅋㅋㅋㅋㅋㅋ

인근을 맴돌고 있다. 이러다간 ‘아점’을 먹겠구만. 시간은 흘러서 점심시간이 되어갔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내가 한식집을 찾기 위해 돌고 돌았던 ‘인근’이란 곳은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건물과 반대 방향에 있었다. ㅡㅡ; 구글맵을 계속 들고 다녔으나 구글맵 활용에 너무 미숙해서 요리되었다. 하는 수없이 숙소 빌딩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분식집으로 들어가서 메뉴판을 봤다. ‘뭘 먹을까’ 벽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는 손바닥 전체를 이용해서 내가 선택한 메뉴가 잘 보이도록, 선택한 메뉴의 바로 밑에 손바닥을 대어 가린다. 직원이 바로 알아봤다. ㅋㅋㅋ ㅜ,ㅜ 밥 종류를 주문했다.청경채, 버섯,탕수육 소스처럼 보이는 소스, 꽃무늬를 연상케 하는 얇은 당근조각, 오뎅 조각을 연상하게 하는 무엇.. 그 옆에 하얀 밥이 있었다.‘오뎅 조각을 연상케 하는 무엇’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한데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 ^^ 귀엽게 봐주셩 ^^ㅋㅋㅋㅋ 가방에 휴대용 고추장을 넣어 둔 걸 깜빡했다. 이럴 때 유용한 데 ㅋㅋㅋㅋ숟가락이 왜 이러냐..숟가락 모양에 당황했다. 먹기 전에 인증샷 찰칵. 주전자가 백자 모양이고 빨간색의 궁체로‘샹강즈 삐펑탕’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중국어 발음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지인한테 물어본 것이다. 사소한 거라도 찍어야 한다. 한국에선 어지간해선 카드 결제를 하지만 여기선 현지 통화로 결제했다. 식사비는 총 86홍콩 달러.물 한 잔 더 주문했던 거 같다. 영수증에 상호가 한자어로 되어있는데 내가 모르는 한자들이 있었다. ‘아점’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1시. 이곳 음식점을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한국어 간판이 하나 있었으니‘홍콩부산석식’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걸 보는 데 왜 그리 반갑던지..배경이 파란색에... 글자는 흰색 돋움체였다. 이제 본격적인 일정을 하기 위해 나섰다.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대낮인데 거리에 사람이 생각한 만큼 많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전철을 타러 갔다. ㅋㅋㅋ 한국의 여름은 습하다 너무 더워서 불쾌 지수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습해서 그런 것이다. 홍콩은 습한 게 덜한 거 같다. 도보길에 사람들이 적은 대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도로 이동했다. 지하도의 규모가 서울의 이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듯했다. 지하에 건물만 없을 뿐이지 ‘지하도시’라고 해도 될듯하다. 굳이 지상으로 올라와야 할 필요가 없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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