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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오빠 Nov 12. 2015

DELE 취득하기까지...

당시 수준은 초중급, 지금도? ㅎㅎㅎ

취미 삼아 공부했던 스페인어에

의외로 재미를 붙이게 되어

언제부턴가 주말에 학원을 가지 않으면

다소 허전하기까지 했다.


당시 나는 토요일 오전에 홍대 R학원까지 가서

(집이 인천이었기에 버스, 지하철로 1시간 반가량 걸림)

3시간짜리 주말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문법과정이 총 6개월, 회화과정이 총 6개월인데

회화과정은 수강생이 적어 폐강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정해진 문법과 회화과정을 다 마친 나에게

학원에 개설된 강의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고,

이대로 스페인어에 대한 학습이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그 시점에...


DELE라는 스페인어 자격증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배운 것을  다시 한 번 복습도 할 겸

직장인에게 필수 아이템인

주말 늦잠을 포기하면서까지 공부했던

스페인어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과물을 얻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착수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당최 DELE란게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자면...


한 마디로 외국인을 위한 스페인어 능력 검정시험이다.

스페인 정부에서 공인한다는 사실에

그 위상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시험은 1년에 3회 치러지며(한국 기준: 매년 5,7,11월)

토익처럼 점수가 나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응시레벨을 선택하여 시험을 본 후

일정 점수 이상이 되어야 합격이고,

평생 가는 자격증이 나온다.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 하는 자격증,

 도전해 볼만하지 않은가?)


응시레벨과 응시료는 아래와 같다.(2015년 기준)

(한번 따면 평생 가는 자격증 시험이라 그런지

 응시료는 후덜덜)

응시료는 해마다 오르니 이왕 보려고 마음먹었다면

빨리 보시는 게 좋겠다.

A1: 150,000원

A2: 195,000원

B1: 225,000원

B2: 250,000원

C1: 270,000원

C2: 290,000원


내가 DELE에 응시했던 시기는 2012년이다.

내 수준이 어떤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종전에 다니던 홍대 R학원의 'pre-DELE B1' 반에

등록을 했지만

생각보다 다소 어려워 중간에 포기를 했고

개인 사정까지 겹쳐

'이대로 스페인어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동안 공부도 끊고 일에만 매달려 있던 어느 날,

강남의 F학원에 'DELE A2' 대비반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길로 달려가 학원에 등록을 하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직장인의 특성상 주말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스페인어에 대한 공부의 끈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했다.


시험 대비반이라 그런지 나가는 진도도 만만치 않았으며,

정말로 어렵게 느꼈던 듣기나 회화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숙제로 작성한 쓰기는 빨간펜으로 첨삭된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

'나이 먹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그냥 지금이라도 시험 포기하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들게 되었다.

급기야는 시험 접수를 하고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봤는데,

여기서 나온 점수가 불합격이면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시험 포기를 하리라 마음먹고 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의고사 결과가 가까스로 '합격'이었다.


APTO: 스페인어로 '합격', 아마 학원에서는 날 떨어뜨리고 싶었나보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GRUPO 2'에서

0.07 점 차이로 합격을 하게 되었다.

이 0.07점이 앞으로의 내 삶에 큰 영향을 주게 될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비록 모의고사지만 합격을 하게 되니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남은 한 달 동안 퇴근 후에 도서관에 가는 강행군으로

시험 준비를 하였고

주말에 학원에 개설된 회화반까지 등록을 해가며

스페인어 감각을 잃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썼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뚫리지 않는 귀와 열리지 않는 입을

시험 때까지 최대치로 끌어오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당최 이 시험 자격증을 위해

내가 왜 이런 사서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부정적 사고' 가 끊임없이 들었지만

이미 거액의 응시료는 지불했고,

환불 시기도 지난 그 시점에

그런 생각은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험은 봐야 했고,

시험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내 시험날이 되었고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시험 장소인 서울 경희대까지 가는 전철에 올라탔다.

이때나 저때나 뒷모습 하나만큼은 듬직한 스페인오빠


평소 자신 있던 독해와 쓰기 영역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다행이었다.

듣기야 뭐 모태 막귀니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ㅎㅎㅎㅎ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회화!

DELE는 어떤 레벨이든

원어민과 10분간 대화를 해야 하는 1:1 회화영역이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지만,

반대로 정답이 없다 보니

응시자의 애드리브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회화 시험이 그다음날 오전 9시 ㅠㅠ

회화시간은 준비시간까지 다 포함해 총 30분인데

경희대까지 왕복 4시간 거리에 사는 나로서는

참으로 짜증 나는 스케줄이다.

시험이라도 합격하면 다행이지,

아니라면 이 얼마나 엿같은 상황이냐는 말이다.

뭐 하지만... 난 응시자니까, 시험에 합격하면 좋으니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껏 긴장하며 'Hola' 인사 한마디로

회화 시험은 시작되었고,

내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면접관이 무슨 얘기를 물어보는지도 모른 채

식은땀을 흘려가며 10분을 보낸 후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그냥 이대로 시험은 끝났고, 결과 발표까지는 2개월 반을 기다려야 했다.

시험 본 시점이 5월 말이었으니, 8월 초중순은 돼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잠시나마 스페인어는 팽개쳐 두고

6,7월은 쏟아지는 일감에 잔업 특근을 벗하며

8월 여름휴가로 떠난 스페인 바르셀로나 및

지중해 섬 여행을 위한 자본금 벌충 시간을 보냈다.

이때 배운 지게차 기술은 훗날 분명 써먹게 되리라 믿고 있다.

때는 2012년 8월 3일,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더위를 식히러

2유로짜리 주스 한잔과 함께

모든 한국인 여행객의 친구인 와이파이를 즐기며

잠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지난번 DELE 결과 발표가 되었다는 글을 봤다.

당장에 홈페이지를 접속해 수험번호와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결과창 클릭을 하던 그 순간...

스페인의 느려 터진 와이파이 속도와 내 심장 박동속도가 바뀌기만을 바랬다.

오랜 기다림 속에 창이 하나둘씩 열렸고,

마침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놈의 턱걸이 인생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살겠다.

'APTO' 면 합격이다^^

그 순간 호안 미로 미술관을 박차고 나와

몬주익 언덕을 향해 달렸던 그 기쁨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로라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 시각 한국은 새벽 1시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소심하게 자랑을 했다.

(물론 스페인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자랑인 줄 몰랐을 테다)



스페인에서 스페인어 자격증 시험 합격 소식을 들어

기분이 더욱 남달랐다.

물론, 시기적으로 우연히 그렇게 알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 스페인이 더욱 내게 각별해진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내달렸기에,

단순한 취미 하나가 조그맣게나마 그 성과로 이어졌기에,

이 당시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칭찬하고 싶다.


이 날 이후...

바르셀로네타의 뜨거웠던 태양도,

마요르까 섬의 코발트빛 바닷가도,

심지어 당시 여행했던 아에로플로트의 연착 비행기까지

모두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기며 귀국을 하였고

스페인어는 내 평생 친구 중의 하나로 남게 되었다.

세상을 다 갖진 못했지만, 영원한 친구 하나를 얻었다.



* editor's Post-it


1. DELE 난이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 정도 학습을 충분히 한 후 시험 응시하실것!!!

   정확한 수준을 알기 위해 스페인어 학원 혹은

   한국외대 세르반테스 사무실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2. DELE 에 연속해서 응시할 경우

    10% 할인된 금액이 적용된다.

    단, 직전 시험 응시수험표가 있어야 하고

    학원 등을 거치는 게 아닌 직접 접수처에 가야 한다.

    (응시료가 비싸니 10%라도 금액이 크다)


3. 회화시험 볼 때는 절대 떨지 말고 자신감을 갖자.

    틀린 말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넘기고

    상황에 맞는 제스처 하나가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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