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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오빠 Nov 27. 2015

햇빛 눈이 부신 날의 마추픽추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는 것이 아니다

마추픽추 #1. intro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페루의 마추픽추!

엉겁결에 남미까지 오게 되었고,

돌다 보니 페루라는 나라에 도착했으니

마추픽추는 꼭 한번 둘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유럽의 흔하디 흔한 관광명소처럼

한방에 메트로와 버스로 편하게 도착하리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강원도 전방부대보다 더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이 곳까지 가는 건

실로 힘든 여정의 연속이었다.

햇살 좋은 일요일 오전의 마추픽추

마추픽추 #2. 어떻게 여기까지 도착했는가?


마추픽추에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고

오얀따이땀보(Ollantaitambo)라는 작은 마을까지 가서

다시 거기서 열차로 아구아스 깔리엔떼(aguas caliente)로 도착 후

다음날 아침 일찍 버스로 올라가는 루트를 택했다.

여정 중간중간에 삐싹(pisac)이라는 곳도 둘러보고

오얀따이땀보의 일부 유적도 한번 올라가 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오전 9시경 출발해서 10시간이 지난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아구아스 깔리엔떼에 도착했다.

tip) 물론 쿠스코에서 직접 아구아스 깔리엔떼까지 가는

       파란색의 페루 레일(Peru rail)이라는 열차도 있다.

       금전적인 여유가 많다면 한번 타 보시길 바란다.

옛 잉카제국의 삶의 터전
남미의 대자연 그리고 자다 깬 귀여운 강아지와 스페인오빠
열차 안에서 찍은 아구아스 깔리엔떼 가는 길,  말 그대로 온천일까?

마추픽추 #3. 마추픽추의 팔할은 바로 날씨의 힘!


어딜 여행하든 좋은 날씨가 곁들여진 장소는

여행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속에 안겨 주는데,

마추픽추만큼은 그 추억의 크기가 배가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마추픽추 쪽의 오전 날씨는

흐리고 안개가 끼던지 완전히 화창해서

탁 트인 마추픽추의 전경을 보는 건

'복불복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해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날씨를 바꿀 힘은 없는 한낱 인간이기에,

그저 하늘의 배려(!)를 바라고

아침 일찍 마추픽추로 향했다.



일요일 새벽부터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고

세수도 대충한 채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고,

나도 차례에 맞춰 기다리다 드디어 버스에 탑승하여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마추픽추를 향해 가고 있었다.


tip) 마추픽추 입장시간이 오전 8시 전후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일출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날도 더워지고 사람도 많으니

        조금 사람이 덜 붐비는 오전 시간에

        마추픽추를 볼 것 강추!


입구에서 기념사진 몇 장을 찍은 후,

입장시간에 맞춰 마추픽추로 입성했다.

조그만 사잇길로 계속 들어갈 땐 몰랐지만,

등산로처럼 난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내 눈 앞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중세시대 유적이

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 하여 마. 추. 픽. 추.

어쩜 이렇게 하늘은 또 파란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눈 앞을 가리는 안개는커녕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마추픽추.

남미의 여러 여행지보다 더욱 남미스러운 마추픽추.

이 곳이 왜 세계 7대 불가사의였는지를

너무나도 알고 싶은 마추픽추.

그 앞에 내가 있고, 내 앞에 마추픽추가 살아 숨 쉰다.

꼬박 하루 걸려 넘어온 고생 때문에 마추픽추의 장엄함을 폄하할 수는 없다.

마추픽추와 함께 지내는 페루의 알파카
새벽같이 나오느라 얼마나 졸립겠니? ㅎㅎㅎ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 앉아서 마추픽추를 감상했나 모르겠다.

마추픽추 #4. 3000m 마추픽추 산 등반!


원래는 와이나 픽추에 가고 싶었는데,

1일 입장객 제한이 있어 예약자만 갈 수 있다 하여

살짝 실망하였다.

마추픽추를 좀 더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마추픽추 산 등반'을 했는데

무식함이 절로 드러났던 경험이었다.

산이라면 벌레보다 싫어하던 내가

남미까지 가서 그 높은 산을 갈 줄이야...


원래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까지 차는데

그 상황에서 1000미터가 더 높은 곳에 올라간다는 건

어지간한 체력이 요구되는 것임은 뭐 당연한 일일 테지만,

입구에서 파는 물이 비싸다는 이유로 사지 않은 건

다시 생각해봐도 미친 짓이었음이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땀범벅을 한 몸으로

가도 가도 끝도 없는 산 정상과 내 저질체력을 원망한 채

눈물을 머금은 채 거의 기다시피 산에 올라갔다.

지리시간에 책으로만 보던 안데스 산자락.
구름이 깔린 마추픽추 산 정상, 해발 3061m

드디어 산 정상에 도달했다!

등산 마니아들의 산을 정복한 후의 쾌감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던 순간.

마음 같아서는 바로 그 자리에 드러누워 1시간이고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여행객들이 좋은 자리는 다 선점했고

남은 자리는 구석 낭떠러지뿐이라 누울 수는 없었지만,

정상에서 만끽하는 마추픽추는

또 다른 감동을 내게 선물해 주었다.

그래도 점프 1번할 기운까지는 남아 있었다.
척박한 고지에서도 붉게 피는 꽃의 생명력을 닮고 싶으리라.

마추픽추 #5. 스치듯 안녕!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산을 내려와  

다시 한 번 마추픽추를 보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곳과

아쉬운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햇빛 눈이 부신 날의 이별은

작은 표정도 숨길 수가 없다는

20년 전 R.ef가 부른 '이별 공식'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어찌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알프스 자락의 여운을 남기며 떠난 스위스와

호탕한 웃음이 많은 스페인을 떠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어 웬만하면 떠나기 어려운 남미에 왔고

마음을 울리는 유적에 깊은 마음의 울림을 느꼈기에,

마추픽추를 떠나는 마음이 괜스레 무거워졌다.


멀다고 하여 혹은 오기 힘들다고 하여

두 번 갈 수 없는 건 아니다.

마추픽추를 한번 더 보기 위해서라도,

아니 페루를 한번 더 느끼기 위해서라도

남미는 또다시 갈 것이고

그러기 위해 오늘도 책을 찾아보고 돈을 모으며

스페인어 공부를 한다.


chao! Machupicchu!
마추픽추 입구 옆에서 꼭 찍어오자.
잉카 레일(IR)에서 마시던 코카차, 다시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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