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생각이 때로는 인생을 바꿀수도 있다
직장생활 5년쯤 하던 2010년의 어느날이었다.
당시 나는 평일엔 일, 주말엔 침대와 한몸이 되어 지내서
공부, 운동 및 자기계발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입사 후 사내의 떠오르는 브레인(!)이라는 헛소문만 믿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며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던
나의 무사태평 안일함이 게으른 천성과 융합되어
그야말로 '죽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학창시절, 전공인 경제학은 항상 뒷전이었고
대학생활의 거의 모든 시간을
여행 및 영어공부에 투자한 열정이 무색할 정도로
몇 년의 직장생활에 이어진 좌뇌 미사용은
기초적인 영어단어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예: beuatiful, diferent 등의 틀린 단어를 맞다고 우김)
군대에서만 돌머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공부하는 사람도 드물뿐 더러,
야근이나 회식 때문에 책 읽을 여유도 부족하기에
사회생활하면서 머리는 얼마든지 돌로 전환 가능하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데...
벌써부터 기계같은 일상에 찌들어 바보가 되어가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직무 자격증 학습 말고
하고싶었던 공부를 한번 제대로 하고 싶었다.
내가 정말 원하던 공부가 어떤게 있을까 생각해보니...
학창시절부터 재미나게 하던 외국어가 떠올랐다.
그간 내가 배운 외국어라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인데
영어는 너무 오래 공부해서 다소 지루했고,
일본어는 일본갈 일이 없으면 다시 배울 필요가 없었으며,
프랑스어는 제2외국어로 아주 잠시 접했지만
깊이 배우면 굉장히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어 망설였다.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당시 우리나라가 16강까지 오르며 선전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시청하다보니
지난 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우승컵을 든 스페인에 대한
기사가 매스컴에 한동안 보도가 되었다.
당시 내방 책장 한켠을 자리잡고 있던
손미나 아나운서가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 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고,
대학시절 베낭여행 때 짧게 들른 스페인에 대한 추억을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어 행복했었다.
가만 있어보자... 손미나 아나운서는 이 책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석사 학위를 밟으며
'중남미에서 온 긍정 에너지 넘치는 많은 친구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눌수 있어 행복했다' 는 내용이 있었다.
속 깊은 얘기를 스페인어로?
그렇다. 인터넷 검색결과
스페인어는 스페인을 비롯한 적도기니,
또한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 대다수 국가의 모국어다.
게다가 UN 공식 6대언어 중 하나로
국제적인 공신력까지 갖춘 파워풀한 언어인 것이다.
'배워두면 유용하지 않겠어?'
'어차피 일하면서 깊이있게 써먹지도 않을텐데
기본적인 인사말이나 숫자 정도만 알아도 되겠지...'
이 즉흥적인 생각에 난 고민할 겨를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홍대에 위치한 스페인어 학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수강신청을 하고야 말았다.
그때는 몰랐었다.
이 때의 결심이 지금의 나를 이끈 신의 한수였다는 것을...
따호강이 흐르는 스페인의 중세수도 '똘레도' 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