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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Mar 03. 2019

약사 수련 (Pharmacy Residency)

의사 수련하고 비슷한 개념이지만 좀 많이 달라요~

한국에서 의대나 약대를 졸업한 후에는 제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국에서의 제도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나면 수련의 (resident) 과정을 거쳐서 전공 분야를 더욱 자세히 배우고 난 뒤에야 한 분야의 (예를 들어 소아과, 내과, 산부인과 등) 전문의가 되는거라고 들었다.

병원 약국에서 로테이션을 하면서 만난 한 의대생 친구의 말로는, 졸업 하고서 레지던시 매치가 어디로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그랬다. 레지던시 매치가 안되면 의대 졸업증은 있을지언정 (최소한 자기가 원하던 전문 분야에서) 의사로서 의술을 펼칠수 없는 것이라고 그랬다.

전문의가 되려면 의사 자격증(license)과 더불어 그 특정 분야에 대한 자격증(board certification)을 또 따야하는데, 레지던시 없이는 이걸 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그리고 보통 수련의 (medical doctor residency) 과정은 3-5년이 기본인 듯 하다.




약대 졸업하고 나서도 수련약사(?) 과정, 즉 pharmacy residency가 있다. 의대 학생들처럼 필수불가결한 과정은 아니다.


10-20 여 년 전에 약대를 졸업해서 한참 약사로 일해오고 있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그 당시에는 약대 졸업한 후에 굳이 수련약사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그랬다. 당시엔 약대 졸업만 하면 일자리가 넘쳐나서 갓 졸업한 약사들이라도 원하는 자리로 골라서 갈수 있었다고 그런다. 실제로 나이가 많은 현직 약사들은 현재 약대생들에게 "레지던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굳이 할필요 없지 않아?"하는 조언(?)을 해주시기도 한다.

이 말도 이해가 가긴 하는 것이, 수련약사로 일하는 동안에는 연봉이 그냥 약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은 배로 많이 한다고들 그런다...).


그러나 많은 약대의 교수님들은 다르게 말한다.

요즘같이 특히 약대가 마구 생겨나고 있는 이 시점에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주에선 지난 5년간 새로 생긴 약대만 5개정도가 된다. 캘리포니아 한 주 안에만 벌써 약대가 14-15개에 육박하고 있다.) 레지던시는 필수라고 한다.


그러면, 레지던시는 아무나 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 안에서만 봐도, 한 학교당 졸업하는 학생들 수를 80명으로만 잡아봐도, 80명*15학교 = 매년 1200명이 졸업하는 셈인데, 레지던시 자리는 캘리포니아 내 240여 기관에서 300자리 남짓 이다.

(졸업하는 학생들 중 모두가 레지던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나와 같은 학년인 학생들 중 120명 중 반절 정도가 레지던시에 관심이 있었다.)




약사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은 ASHP (American Society of Hospital Pharmacists) 라는 기관을 통해 인가를 받는다.

레지던시에 지원하는 졸업반 학생들은, 졸업하기 6개월 정도 전인 11-12월 무렵에 PhORCAS (Pharmacy Online Residency Centralized Application Service)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을 한다.

이듬해 1-2월에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은 자기들이 받은 지원자들을 추리고 추려 20-30여명 정도를 인터뷰 한다.


3월 1일 밤 8시59분 (캘리포니아 지역에선 8:59PM 이지만 동부에선 밤 11:59PM, etc.) 에 학생들은 자기가 인터뷰 본 기관들 중 선호하는 랭킹을 NMS (National Matching Services) 웹사이트에 보낸다. 각 약국/기관들도 인터뷰 한 학생들 중에서 선호하는 랭킹을 웹사이트에 보낸다. (인터뷰 본 곳/학생 중 맘에 들지 않는 곳/학생이 있다면 랭킹에 올리지 않아야 한다.)

3월 15일은 아주 큰 날이다. 이 날 "매치 (Match)" 결과가 발표가 난다. 학생들의 선호도와 각 기관의 선호도가 반영되어서 각 레지던시 자리에 학생들이 매치 된다. 이 때 나온 결과는 "무르기 없기" -- 학생들이든 기관이든 랭킹을 보낸 후 매치가 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레지던시 1년이 끝나기 전에 취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약에 어느 쪽 에서든 취소를 하면 약사 사회가 좁아서 소문이 금방 퍼지기 때문에 그건 큰 문제가 된다. "Pharmacy is a small world.")




나도 레지던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학생들 중 하나였다.

그래도 다른 학생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대부분 임상 (clinical) 분야에서 레지던시를 하고싶어하지만 나는 매니지드케어 (managed care) 분야에서 레지던시를 하고 싶어한다는 점.

그래서 좋은점이 있다면, 임상분야를 추구하는 많은 학생들하고 경쟁은 안한다는 점이 있고, 또 나쁜점은, 매니지드케어 분야에 레지던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해 레지던시에 어플라이 한 여러 친구들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학생들은 평균 15-20군데 정도의 자리에 지원을 하고, 그중에 반절 정도 인터뷰를 받는 것 같다.

지원 할 때에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병원 자리, ambulatory care 자리, community 자리 등), 그래서 다른 주로 멀리멀리 지원 하기도 한다.


나는 PhORCAS를 통해서 7군데 지원을 했다 (Table 01. Residency 2-8). 내가 지원할때 본 가장 큰 요소는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가" 였다. 아이와 가족이 있는 나로서 집에서 2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지원하는것은 사치였다. ㅠㅠ (그래도 60마일 거리에 있는 한군데에 지원 하긴 했었다. 내가 정말 관심있어하는 managed care 분야여서.)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다른점 하나는, PhORCAS에 나와있지 않는 레지던시 자리 (Table 01. Residency 1)에도 지원 했다는 것이다. 이말인 즉, 이 레지던시는 아직 ASHP에서 인가 받은 정식 레지던시가 아니라는 것. 근데 분야가 managed care 여서 프로그램의 인가 여부는 사실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 (정식 레지던시가 아니라고 불법이거나 그런건 아니다.)


Table 01. List of Residenc Positions I applied. 방금 급조 함.


PhORCAS 통해서 지원 한 7군데 중 2군데에서 인터뷰를 봤고 (Table 01. Residency 2-3), 또 따로 지원한 프로그램 1군데 (Table 01. Residency 1)까지 총 3군데에서 인터뷰를 봤다.

웃긴 것이, 그 3군데가 내가 제일 가고싶어하던 top choices였었고, 안전빵(? back up)으로 지원한 다른 프로그램들에선 인터뷰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는 것. 근데 안전빵이라고 하기엔 솔직히 다른 학생들이 너무 많이 지원할것이 뻔한 프로그램들이었다. 대부분 hospital 레지던시 자리를 많이 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이력서에는 managed care가 심하게 뿜뿜대고 있어서 hospital sites들은 보고서 '얘 뭐지..' 했을것이다.)


2월 동안 인터뷰를 보고, NMS에 랭킹을 보내놓은 상태였는데, 2월 27일에 그 "PhORCAS에 없는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Table 01. Residency 1).

나에게 레지던시 포지션을 제안하는 연락이었다. 받아들인다면 NMS랭킹을 취소해야했다. (PhORCAS 에 없는 프로그램에서 벌써 레지던시 제안이 온 상황이고, NMS 랭킹대로 해서 내가 다른 두 곳중 하나에 매치가 된다면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므로.)


내가 진짜 원하는 분야이고, 집에서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솔직히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 온 제안을 받아들이고, NMS 랭킹 보낸 것을 철수(?? withdraw) 했다.




레지던시 지원 하고, 인터뷰 보고, 랭킹 하고, 자리 제안 받은 지난 3개월 간 스트레스도 많이 받긴 받았던 것 같다.

애기가 뽑은건지 아니면 스트레스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머리 위에 동그랗게 원형 탈모도 조그맣게 왔었다. (숱이 많기로 유명한 내 머리인데 구멍이 뽕 나는 날이 오다니!!)


다른 친구들은 3월 15일 매치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아직 긴장을 못 놓긴 하겠지만, 그래도 난 일자리를 구하게 되어서 한시름 덜은 것 같다. ㅠㅠ

동생 말이 내 머리 위에 뽕 하고 구멍 난 그 자리에 새 머리카락이 올라오고 있다고 그랬다. ㅋㅋㅋ


이제 5월에 졸업 하고, 6-7월에 약사 자격증 시험 보고 자격증 딴 후에 7월부터 레지던시 시작하면 된다.

내 인생에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려는 참인데, 이 시기에 맞춰서 더 열심히 내 삶을 기록해보고 싶다 ... 레지던트로 일 하면서 시간이 나려나 모르겠지만... ㅎㅎㅎ

(그나마 매니지드케어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work-life balance가 좋기로 알려진 분야인데. 과연 그것이 레지던트에게도 적용이 될것인가??)



+ 제목부분에 들어간 이미지는 여기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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