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얌교

얌교=diary

by 장군

싸O월드가 한참 유행일 때 포도알 받으려고 내용 없는 일기를 꼬박꼬박 썼던 기억이 난다 (스티커 붙여주세요).

그 느낌 조금 살려서, 뒤죽박죽 오늘의 일기(= diary, 한영키 변환 안하고 타자 치면 "얌교")를 써봐야지.

미룬 이야기들, 지금 내 머리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1.

2019년 5월 말, 약대를 졸업하고 드디어 doctor of pharmacy 학위를 얻었다.

영어로 내 이름 쓸때 이름 뒤에 꼬리표로 Pharm.D.를 붙일수 있게 되었다.

의사(medical doctor)는 아니지만 나름 "doctoral" 학위라 내 이름 앞에 Dr. 를 붙일수 있다는 것 ...

근데 간지러워서 그렇게 못하겠다.


2.

졸업 하고나서 약사 자격증 시험은 스스로 공부하고 시험 봐야 하는거라,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스타벅스 가서 하루 5-6시간씩 공부하고 그랬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니다가 온 나에게 엉덩이로 오래 버티고 앉아있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

그래도 2살배기 애 있는 엄마로서 일주일 내내 하루도 안빼고 바쁜척은 좀 반칙하는 느낌이었다 (가족들 고마워요 ... 특히 애기 봐주시는 시어머니 사랑합니다).


3.

공부 하면서 들을 노래가 필요했다.

대학생 시절때부터 공부할때 듣는 노래들이 있었는데,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공부 하는게 예전처럼 쉽지 않았다. 뭔가 다른 노래가 필요했다.

노래 들을때는 spotify 앱에 있는, 한 가수/그룹 만의 리스트를 쫙 듣는걸 좋아하는데, 한국 가수든 외국 가수든 2일쯤 연속으로 듣고나면 질려버렸었다.

그러다 들어보기 시작한 노래가 BTS (드든).

한 2주 연속으로 방탄소년단 노래만 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하지만 난 아미가 아니지. 아직 ...)

요즘은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뭐 들을지 모르겠으면 그냥 방탄 노래를 먼저 틀게 된다.

mikrokosmos 좋아...


5.

6월 중순, 레지던시를 시작하게 되었다.

매니지드케어 (managed care) 기관에서 레지던트 약사로서 일 시작. 처음 2주는 회사에 대해 배우는 기간이라 일은 거의 시작도 안했다.


6.

7월 초, 약사 자격증 시험 보라고 허가가 나와서 8월 첫주, 8월 둘째주에 시험을 봤다.

약사 자격증을 따려면 미국 전체에 적용되는 clinical (임상병리?) 시험과 각 주마다 다른 법 시험, 이렇게 두개를 다 봐서 통과 해야한다.

각각 6시간, 2시간짜리 시험인데 거의 시간 꽉꽉 채우고 보고 나와서 얼마나 기진맥진 했던지 ...



밀린 얘기들은 이쯤 하고, 이제 진짜 오늘의 일기를 써봐야지.



7.

요즘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라디오를 듣는다. 출근길 방송이라고 나도 분위기 맞춘답시고, 난 한국시간보다 한박자 천천히, 내 출근시간에 팟캐스트나 유투브 보이는 라디오 로 뒷북 청취. 10월 10일에 한국에서 진작 나간 방송을 미국 날짜로 10월 10일 아침에 맞춰서 찾아 듣는/보는 식이다.

어렸을때 "한 방향 소통"의 예로 라디오가 들어갔던거같은데, 요즘은 문자랑 앱으로 디제이랑 청취자가 주거니 받거니, 더이상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근데 난 뒷북으로 혼자 들으니 어거지로 한방향 소통이구나?)

장성규씨 라디오 듣는 청취자들은 "장 라인" 이라고 한다. (어디 장씨에요?)


8.

원래 엄마한테 아침 출근길에 전화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라디오 듣기 시작한 이후로 전화를 덜 하게 된다.

엄마가 조금 섭섭해 하시는 것 같다.


9.

6월에 레지던시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규모가 큰 회사에서, 보스, 또 보스의 보스, 또 그 보스의 보스의 보스 등 여러 직급의 상하관계가 있는 단체에서 오랫동안 일 해보는건 처음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지만 또 그만큼 많이 배우고 있다.


10.

6주에 한번식 약대 학생들이 우리 부서에 와서 로테이션을 한다. 회사의 규정(?)대로 나를 포함한 다른 약사들에게 Dr. 누구 라고 부른다. Dr. Chang 소리 듣는게 어색하다.

어? 근데 나는 태생 장 라인이네 ㅋㅋㅋ


11.

일 끝나고 집으로 가는길에 차 스피커를 통해 아침에 다 못들은 장성규씨 라디오를 계속 들었다.

애기 기저귀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 가야 했는데, 마침 이어폰이 가방에 있어서 이어폰 통해 계속 들으며 마트에 들어갔다.

한국 방송 들으면서 외국인들 많은 마트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12.

애기 기저귀 한박스를 집어 드는데, 옆에 있던 중동계 가족이 애기 물건 40불어치 사면 5불 깎아주는 이벤트 중이라며 귀띔을 해준다. 기저귀 104개 든 한 박스가 벌써 36불정도였다. 40불 채우려고 애기 과자거리 두어개를 더 집었다.


13.

집에 왔는데 시어머니 말씀이 애기가 벌써 잠들었단다.

하루종일 낮잠도 안자고 칭얼칭얼 대다가 막판에 할머니한테 안아달라고 그러더니 그렇게 시어머니 품에서 잠들었다고 한다.

시어머니한테 "abue, me cargas (할머니, 안아줘)" 라고 했다고 한다.

애기가 나한테는 한국말로 "엄마, 안아줘" 하는데.


14.

원래 짧고 굵게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밀린 일기를 몰아서 쓰다보니 괜히 일기가 길어진 느낌이다.


15.

내일은 금요일이라 직장에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날이다.

학생 인턴일 때 부터 늘 블라우스에 바지를 입고 로테이션 하곤 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정장 치마를 입고 출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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