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개월차 아들의 말 -
한국어 쓰는 엄마가 낳고, 스페인어 쓰시는 친할머니가 길러주셨어도 세찬이에게 제일 편한 언어는 가족들이 공통으로 쓰는 영어다.
그래도 이따금씩 궁금한 단어들은 “How (do) you say ___ in Korean?” 하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아니면 “How (do) you say ___ in español (Spanish)?” 하고 아빠한테 물어본다.
요즘은 유투브로 자기가 좋아하는 영웅들이나 캐릭터들이 나오는 뮤직비디오 찾아보는걸 좋아하는데 (flash, king shark, ninja turtles, sonic, shin godzilla, sirenhead 등등), 언제 한번 우연히 닌자거북이가 나오는 Skillet - Monster 러시아 (!!) 버전 노래를 듣더니 자기 러시아 말 할줄 안다고 지어서 말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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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사탕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특히 간식이나 군것질거리들 이름을 한국어로 조금 아는데, 미국에서 Marine Boy 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고래밥이나 Choco boy 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초코송이가 그 대표적인 예.
어렸을때부터 쬐끄만 막대 사탕을 좋아했는데 (세찬이 놀러올때마다 단거 주시는 외할아버지의 영향... 그래서 충치도 두개나 생겼다), 한국말로 롤리팝은 “막대 사탕”이라고 알려줘도 꼭 “막대기 사탕”이라고 부른다.
이 다칠까봐 깨물어먹지 말고 빨아먹으라고 알려주는데, 대답은 또 콩글리쉬로 잘 한다.
“I won’t bite 막대기 사탕. I will eat 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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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핀
언젠가 시부모님이 아이용 미키마우스 담요를 사주셨었는데, 한동안 잘 덮고 자더니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담요는 미키마우스가 아니라 피핀 담요라고 그랬다.
피핀이 뭔가 했더니 “펭귄” 발음이 안되어서 어설프게 발음 했던 것...
이 펭귄 담요는 대학교때부터 내가 써오던건데 ㅠㅠ 잘때 세찬이가 내 펭귄 담요를 덮고, 내가 세찬이의 미키마우스 담요를 덮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끔 미키마우스 담요를 세찬이에게 덮어주면, 나중에 자기가 일어나서 담요를 보고는 바닥으로 집어 던진다 (!). 요새 자기가 맘에 안드는거 있으면 던지는 습관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바로 잡아줘야하나 고민중이다. (그래도 뭐 던질때마다 꾸준히 그러면 안된다고 말 해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점점 덜 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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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발신발
코로나 바이러스 극성 이후로 밖에 잘 안나간다. 세찬이가 그렇게 좋아하던 공원이나 놀이터도 못간지 벌써 7-8개월 이상 된 것 같다.
그러다 어쩌다 한번 나갈 일 생기면 (장 보러 근처 마트에 간다던지) 나도 집에만 있을땐 안하던 화장을 하고 (마스크 써서 입술은 안칠해도 되는거 이득?), 세찬이도 나가는거에 괜히 들뜨고 그런다.
화장 할때마다 세찬이가 어디서 배웠는지 매번 “Woo, your make up is so pretty!” 해주는데 립서비스 같지만서두 듣는 엄마 기분은 좋은 것... ㅎㅎ
여느때처럼 세찬이랑 장보러 나가려고 준비 하고 있는데, 언제 한번은 나보고 tippy-toe shoes를 신으라고 그랬다.
왠 까치발 신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신발장에서 높은 힐이 있는 신발을 꺼내 온다.
아~ 하이힐 신으면 발꿈치가 들리니 세찬이가 까치발 신발이라고 부르는 거구나.
아이의 발상이 새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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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긁어달라고 그래서 긁어주는데, 날개죽지에 조그맣게 뭐가 나 있는걸 발견했다 (벌레에게 물린건지..).
세찬이한테 “세찬아. 너 날개 나오려고 간지러운가봐” 말 하니 너스레를 떨며 하는 말이 자기 날개 생기면 루이스 삼촌이 높은 곳에 숨겨놓은 껌을 마음껏 집어먹고, 높은 곳에 올려져있는 효자손(!)도 찾아서 갖고 놀거라고 그런다. 참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