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일부를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보았다
우연히 트위터 타임라인을 통해 알게 된 조광희 작가의 책 ‘리셋’. 서점에서 꺼내 읽은 첫 장의 인상은 글이 깔끔하다,였다. 에필로그까지 3일이 걸렸다.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글을 인코딩하고 그 글을 다시 장면으로 디코딩하는 데는 작가가 어떤 문체로 독자에게 설명해 주는가에 따라 소비 효과는 다르다. 소재나 캐릭터가 독자와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에 따라서도 몰입도는 차이를 보인다.
나는 이 책에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영세 언론사 기자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특히, 내가 그의 배역에 달라붙은 건 그가 처해 있는 상황과 인상착의 때문이었다. 소설 속의 그와 지금 내가 딱 그러했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사십 대 후반의 그는 몹시 쪼들려 보였다. 소파에 던져둔 검은색 배낭은 인터넷에서 최저가로 구매한 상품처럼 보였다. 티셔츠와 면바지도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현관에 벗어둔 운동화도 보나 마나 마찬가지리라. 옷차림에 단돈 만원 더 쓰는 게 부담스러운 기자의 삶이란 얼마나 위태로운가. - 소설 리셋 중에서
소설을 읽다 보면 관찰자로 보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상황 안에서 서성이기도 한다. 사우나에서 회장과 만났을 때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 동호를 대신해서 갈등을 했다. 20억. 아니 10억. 난 10억이야? 20억이야? 10억이면... 그래! 책장을 넘기며 그가 나와 같은 결정을 했을 거라 기대를 했다.
회장이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면에서는 동호보다도 젊어 보이는 몸매였다. (중략) 동호는 회장의 포경 수술하지 않은 성기를 스쳐가듯 바라보았다. 회장은 동호 옆에 앉았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동호도 아무 말없이 정면을 바라보았다.(중략) “내가 경험해 보니, 한 인간의 인생을 사버리는 데 이십억이면 충분하더군…. 자기가 죽더라도 내가 가족을 책임져준다는 걸 믿게 되면 기꺼이 살인도 하고 감방도 가지.”-소설 리셋 중에서
소설 속을 들락 거리다가 세 가지 상황을 그려보고 싶었다. 영세 언론사의 기자, 딜을 하는 회장. 그리고 편윤미를 만나 포도주를 마실 때의 동호. 함께 할 배우들만 있었다면 닭살을 감내하고서라도 영상으로 재현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