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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Feb 16. 2023

알피케인의 <고요의 순간>

롯데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눈동자에 맺히고 가슴을 파고들어 발끝까지 적시는 몽환적인 색채가 말을 걸어온다. 눈부신 햇살, 저 멀리 달빛, 구불구불한 언덕, 넓은 물줄기까지 보아야 한다고. 

화가의 공간에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풍경과 들꽃은 또렷하고 친숙하게 다가와  마음에 머물러도 되는지 물어본다. 은 아티스트의 녹색 지대라면 나의 성향에 차분히 용해되어 스며들 것 같다고 흔쾌히 허락다.




영국의 건축학도 설계도 위에 T자와 각도기로 잰 듯한 직선과 각을 살려 입체감을  후 섬세한 붓터치, 서정적인 색감으로 신비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인테리어가 세련된 신축 건물은 독특한 구조와 완벽한 환경까지 배치해 거주지로 삼고 싶은 마음을 들쑤시는 듯하다. 자동차를 몰고 한없이 달리다 나타난 고즈넉한 마을 한가로운 강가에 실재할 것만 같은 공간이 작품마다 살아 있다. 건축과 동반된 법규에서 벗어나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설계한 물은 왠지 집으로 가는 길 서두르도록 부추기는 것만 다.


< 고요의 순간>이라고 하나 마냥 고요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욕조 위에 풀어놓은 목걸이와 반지, 환히 켜진 촛불,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방울 / 벽면에 나타난 누군가의 그림자 / 침실을 밝힌 노오란 불빛 /저녁 식사 초대가 있을 법한 농가에서 어오르는 연기는 텅 빈 공간이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흔적처럼 보인다. 그린 그린한 분위기에 오렌지, 핑크, 레드, 블루라는 쨍한 색감과 더불어 예측 가능 흔적들이 고요를 배반한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bath by candlelight

창가의 목걸이와 반지, 촛불 , 수도꼭지 물방울


lacquer staircase

왼쪽 벽면에 나타난 그림자


bath then bed

노오 불빛이 반짝이는 아늑한 침실


house on the peninsula

초현실적인 바닷 집,

욕실과 계단 그리고 침실품은 집의 외부와 풍경

 

foxglove farmhouse

곧 파티가 벌어질 듯 환히 밝힌 농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알피케인'은 선배 화가 " '데이비드 호크니'에 견줄 만한 풍부한 색감과 독특한 원근감이 엿보인다"는 평을 산뜻하게 인정하는 1996년생 풋풋한 아티스트다. 온라인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 '컬렉터들이 가장 기대하는 작가 1위'로 '알피케인'이 선정됐다고 밝힐 정도의 기대주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아티스트지만 캔버스 위에서 만큼은 자기 소신이 확실한 화가임에 틀림없다. 

학부에선 건축학을 공부했지만 그가 화가의 길을 선택한 건 캔버스의 무한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꼽힌다. 그림으로 진정한 자신을 만난 탓인지 캔버스마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 오랜만에 성향에 맞는 색감과 예리한 디테일을 만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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