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미 Oct 21. 2023

택시를 타지 않는 여자

다양한 시도가 도입되었으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저녁 모임을 마친 시간이 어정쩡한 데다 날도 궂어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택시 앱이 운영되기 전이라 손을 흔들어 택시를 불렀다. 뒷좌석에 앉아 목적지를 하는 중에 그의 뒷모습이 눈으로 들어왔다. 범상치 않음을 보고 심장에서 딸꾹질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헤어스타일은 푸른빛으로 물든 빡빡머리고 운전대를 잡은 팔엔 타투로 빽빽했다. 쌔앵 내달리자 철커덕 문짝 잠기는 소리에 온몸이 얼었다. 설상가상 운전기사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연신 욕설을 뱉어냈다. 오도 가도 못하는 막막한 공간으로 시베리아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그때부터 그 좁은 택시 안은 불안과 불편으로 오염되고 말았다. 유리창을 덮은 희뿌연 습기마저 택시 안을 완벽하게 차단하여 공포공간으로 몰아갔다. 별의별 생각으로 몸을 한껏 문쪽으로 붙여 연신 뿌연 창을 닦아냈으나 길치인 데다 어둡비 오는 날이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어려웠다.


깊은숨이 어깨를 밀어 올렸다. 잇따라 습기를 닦아내다 보니 아는 간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다 싶어 거푸 유리창을 닦아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내려달라고 호통이라도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라, 집 앞을 지나치네.

운전기사는 계속 통화 중이고.

맙소사, 납치인 거니?'


"내려주세요. 여기에요."


간신히 목소리를 꺼내는 찰나 택시가 섰다.


"난 앞 세우면 불편할까 봐 좀 지나쳤어요."


나름 성실하게 대꾸하운전사에게 요금을 지불하후다닥 내렸다. 귀가 내내 마음고생한 게 서러워 차비도 아까웠지만 거스름돈조차 받지 않은 채 잽싸게 문을 닫고 냅다 뛰었다. 빗속을 뚫고 쌩하니 사라지는 택시 소리가 뒤통수에 다. 


그 후로 혼자서는 절대 택시를 타지 않았다. 요즘처럼 하차 후 서비스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혹독한 점수로 맘 졸인 보상을 받아냈을 텐데 그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억울했다. 택시 번호라도 기억했어야 는데 무사히 하차할 궁리만 하느라 그마저떠오르않았다.


운전사일부러 속된 언행을 한 건 분명 아니다. 그인상과 욕설 등에서 위협을 느끼고 지레 겁먹은 건 내 쪽이다. 승객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택시라는 좁은 공간은 여성에게 불리한 인 것만은 확실하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옳고 그름을 따져 함부로 요구하기가 조심스러운 그런 곳.


원래도 혼자 택시 타는 걸 꺼려하는 편이다. 친절을 내세운 개인적 질문이나 사회적 사견 따위가 오가는 것이 영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낯선 이와도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 같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인상을 보고 일일이 상대의 성향을 파악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단답형 대답일 때는 눈치껏 객의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몇 년 전부터 택시 호출 앱에 '승객 요청사항 전송 기능'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용히 가고 싶다'는 옵션을 미리 선택해 전송하기만 하면 서로 불편한 대화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것이다. 삭막하고 이기적이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상황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환대할 만큼 반가운 기능이다.


개성과 성향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택시를 이용하며 누군가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고 불친절을 들먹일 수 있고 누군가는 객쩍은 대화라며 거북할 수 있다. 세세하게 다 맞출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불편을  부분 대해선 별도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마땅하 않을까? 택시 외에 쇼핑에서도 원하는 이에겐 무언 고객 서비스가 적용,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길을 헤맬듯하여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탄 택시 안에서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상황과 맞닥뜨리자 떠오른 생각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척추 곧추세우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