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혈테라피 자원봉사'로 배움과 경험의 손길 나누며 느긋함까지 배워
평생학습 축제에 다녀온 친구가 '이혈테라피'에 먼저 관심을 가졌다. 이혈테라피 부스에 계신 교수님이 자신의 귀를 보고 불면·어깨 통증·소화 불량을 족집게처럼 짚어냈다고 야단이었다. 마치 용한 사주를 본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귀를 마사지하고 첩압(이혈 기석을 귀에
붙이는 행위)만 해도 불면이나 소화불량이 개선된다면 배울만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혈테라피'에 1년이란 시간을 내줘도 되는 건지,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온라인 검색으로 효과를 보았다는 이혈 관련 기사와 블로그까지 찾아본 후에야 결정을 내리고, 작년 한 해 가톨릭대학교 평생학습센터에서 '이혈테라피'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이혈테라피를 배우고 귀를 관리하기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났을 무렵 입면 시간이 줄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불면 증상이 호전된 나도 놀라웠다. 그 효과를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올해는 봉사 목적으로 결성된 '이혈건강동아리'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불면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곤한 잠을 선물하고 싶었다.
내가 소속된 '이혈건강동아리'는 '1365 자원봉사센터'에도 단체 등록하고 [자원봉사 기본교육]까지 이수했다. 27명이 가입한 동아리는 이혈 봉사 외에도 자원봉사센터에서 추진하는 '종이팩(우유팩) 자원순환 100일 프로젝트'와 '플로깅'에도 참여했다.
이혈테라피 배우고 자원봉사로 환원하고
얼마 전 지역 소재 행정복지센터에서 수업받는 장노년층과 센터 측 홍보를 보고 찾아온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혈 봉사에 참여했다. 지도 교수님처럼 귀만 보면 신체 취약 부분을 알 만한 정도는 아니어도 그동안 봉사자끼리 실습한 시간도 쌓였고 장노년층이 겪을 만한 기본적인 질환이나 증상을 미리 복습했기 때문에 긴장되진 않았다.
"여러분 혹시 이혈테라피를 아시나요? 이혈테라피는 인체와 연결된 귀 안의 특정 혈자리를 마사지와 이혈 기석으로 자극해 전신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전통 치유법이에요. 오늘 여러분에게 이혈 봉사단이 귀 마사지와 첩압을 해드릴 거예요. 불편하신 부위가 어딘지 봉사 단원에게 얘기하시면 차분하게 진행해 드릴 겁니다."
지도 교수님의 소개가 끝나자 봉사자들은 주민들이 기다리는 자리로 이동해 귀 마사지부터 시작했다.
불면 호소하시는 분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날 내가 담당한 분 중 한 분이 극심한 불면을 호소했다. 70대 초반의 남자분이셨는데 수시로 잠에서 깨는 바람에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고 말했다. 아직 퇴직 전인데 부족한 수면 탓인지 일하는 동안 두통이 일고 집중력도 떨어지며 무기력한 게 절망스럽다고 표현했다. 수면제 처방도 받아봤지만 그때뿐이었다며 "이혈 이걸로 나을 수 있냐?"고 물었다.
지난날 내 생각이 나면서 그분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혈로 입면 장애가 호전된 내 사례를 얘기했더니 본인도 배우고 싶다기에 방법을 설명했다. 수시로 귀를 마사지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 가르쳐드린 방법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귀를 만져준다는 생각으로 자주 눌러주고 쓸어주며 당겨주라고 알려드렸다. 신속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면에 해당하는 혈자리를 세심하고 꼼꼼하게 돌봐드렸다. 불면은 내가 겪어본 것이어서 불편의 정도가 어떤지 잘 알아 안타까웠다.
장노년층 불면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멜라토닌 분비량 감소, 줄어든 깊은 잠(비렘 수면), 새벽에 눈이 떠지는 각성 증상, 퇴직이나 배우자 사별에서 오는 심리적 공허 등 여러 가지가 수면을 방해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불면증 환자 수는 72만 2,440명으로 이중 60대 이상이 39만 2,534명(50% 이상)이라고 밝혔다. 불면이 노화의 당연한 결과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수면 환경을 정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질병 없는 노후를 보낼 수 있다.
그분도 불면으로부터 탈출해 편한 잠 잘 날이 곧 오기를 바란다.
내담자에게 오히려 느긋함을 배워
60대 후반 여성 주민은 허리와 어깨 통증, 고혈압이 있다며 "좀 낫게 해 주세요 선생님"이라고 해서 마주 보며 웃었다. "의사는 아니지만 성심껏 진행해 볼 테니 안심하시라"고 했더니 "그 말 한마디에 다 나은 것 같으니 그냥 가도 되겠다"며 또 웃었다. 만성질환으로 고생하시면서도 긍정적으로 사시는 분 같았다. 그 느긋함은 배울 점이라 생각하며 귀 마사지와 첩압을 해드렸다.
다음에 또 해줄 수 있냐는 물음에 단체와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행정복지센터로부터 정기적으로 와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는 소식은 나중에 들어 알게 되었다.
같은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 배움과 경험을 나누며 마음을 보탤 수 있었던 그날의 이혈 봉사는 신뢰가 바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혈테라피를 처음 접한다는 분들이 봉사자를 믿고 내민 귀에 소홀할 수 없었던 건 그런 이유가 컸다. 민감한 귀를 선뜻 내밀며 불편을 해결하겠다고 오신 분들에게 작은 효과라도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처음 만난 사람과 거리낌 없이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건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려는 마음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기대하며 이혈테라피를 받은 모든 분들의 내일이 스팽글처럼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