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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기가 느껴진다. 독감 환자가 많은 요즘 큰일 났다 싶어 얼른 약을 챙겨 먹는다. 상비약으로 판피린 한 박스가 늘 준비되어 있다.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카피로 유명한 그 판피린 액상은 정말 맛이 없지만, 한 입에 털어 넣는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최대로 올리고 잠을 청한다. 한 시간 타이머를 걸고 일어나니 몸이 좀 나아진 듯하다.
다음 날 왠지 약효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 나는 눈 뜨자마자 판피린 한 병을 드링킹 한다. 빈속이다.
오후가 되니 갑자기 열이 난다. 타이레놀 하나를 털어 넣는다.
수업을 마치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약을 먹었는데도 왜 이러는 거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감기가 심해졌나 싶어 판피린을 자기 전에 또 먹는다.
그다음 날 또 판피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업을 마치고 판피린을 먹고 전기장판을 켜고 또 잔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는 듯하다. 낫는 건가, 안 낫는 건가? 가끔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결국 판피린 한 박스를 다 먹었다. 크게 아프지는 않은 것 같은데 기운이 없고 가끔 어지럽다. 무기력하다.
불안한 마음에 네이버 검색을 한다.
판피린 부작용.
하루에 섭취해야 할 양과 타이레놀 같은 해열 진통제와 함께 복용하면 위험하다는 경고가 있다.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지 않은 탓이다.
약물 남용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