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편은 퇴직 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시설 주임으로 취직했습니다.
출근 첫날부터 소방 화재 경보가 울리는가 싶더니, 날마다 드라마틱한 24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아침 교대 후 픽업하러 와 주면 안 되겠냐는 전화가 옵니다. 간밤에 또 피곤한 일이 있었나 보다 짐작합니다. 예상대로 소주 한 잔 하고 자야겠다는 남편,
어젯밤에도 여지없이 소방 화재 경보가 울리고, 지침대로 조치했으나 벨은 계속 5분이 넘게 꺼지지 않고 전화기는 불이 나게 울립니다. 전화를 받았으나 상대편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고, 비상벨은 쉬지 않고 울리니 수화기를 든 채로 답답한 마음에 "I-C-8,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육두문자가 나왔고, 아파트 주민은 자기에게 욕한 걸로 착각하고 사태가 진정된 후 관리 사무소로 다시 전화를 걸어옵니다.
"아저씨가 나한테 욕한 거 다 녹음해 놨어요. 이번 한 번만 봐줄 테니까 다음부터 조심하세요!"
주민한테 욕 한 거 아니다, 죄송하다며 10여 분을 통화하고 나서 남편은 당장 사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잠 한 숨을 못 잔 남편은 결국 아침 댓바람부터 소주 두 병을 마시고 소파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남편이 느끼는 가장의 무게를 감히 나누지도 못하고 가만히 들어만 줍니다.
여보, 뽜이팅!!(드라마 '나의 아저씨' 아이유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