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모두 쓰고 떠날 것입니다,

필ㅅ ㅏ

by 손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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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다. 사랑받지 못한 나, 사랑하지 못하는 나, 사랑을 줄 수 없는 나,의 영원한 수레바퀴에서 이제는 그만 나를 놓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럴수록 사랑은 더욱 간절해지는 모순 앞에서 넋을 놓았다.

반백살이 넘어서야,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은 부모님을 이해하기로 한다. 그들도 어쩌면 나처럼 사랑에 미숙한 채로 부모가 되었을 수도 있을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먹이고 입히며 굶기지는 않았으니까.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전제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배배 꼬인 내 인생의 원인을 그들에게 돌린 나를 용서하기로 한다. 글로 배운 사랑은 너무나도 위대하고, 순결하고, 고결했으므로 내가 흉내 내기엔 벅찰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점점 희미해져 가던 나의 존재를 사랑해 주는 남편을 만나 부모가 뭔지, 아내가 뭔지, 엄마가 뭔지를 알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를 토닥여 주기로 한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무한히 쏟아 부어진 사랑의 빚을 다 갚고 떠날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

나 자신을 극복할 수 있게, 내 안의 사랑을 찾을 수 있게, 내가 없어지지 않게 나를 사랑해 준 남편에게 존경과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이제서야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살아갈날들의위한괴테의시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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