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그녀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방서홈클럽

by 손균관


모든 일엔 때가 있습니다.

가끔 그걸 망각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나: OO이는 꿈이 뭐야?

아이: 유튜버요.

나: 어떤 유튜버? 먹방, 아니면 뷰티?

아이: 그건 잘 모르죠.


이때부터 이미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일확천금을 꿈꾸는 건가? 하는 노파심.


나: 그럼 콘텐츠가 대박 날 때까지 뭐 먹고 살 거야?

아이: 음..편의점 알바하면서 지내면 되죠.

나: 알바로 생활비가 충당이 될까?

아이: 엄마 집에서 몇 달 살고, 또 할머니 집에서 몇 달 살고 하면 돼요.

나: 그건 너무 민폐이지 않아?


등골 브레이커가 되겠다는 아이의 대답에 망연자실해서 그만,

최저 시급으로 생활비를 계산하며 열변을 토하던 순간,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묻습니다.


아이: 선생님, 그런데 제가 좋아서 그렇게 한다는데,

선생님이 무슨 상관이에요?

선생님이 손해 보는 거 없잖아요.


그래, 그렇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너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당돌한 아이의 대답을 곱씹으며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 아이를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다는걸.

너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

생각 없는 아이라는 황당한 믿음이

내 안에 있었다는걸.


살 만한 세상을 물려주지도 못했으면서

아이의 꿈을 무참히도 꺾어 버린 나란 선생이,

몹시도 부끄럽습니다.

미안해요.




작가의 이전글나의 독서와 글쓰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