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보다 좋은 것

제주 그림 여행 5

by MIA

지난 5월에 제주도를 방문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제주도를 찾았다.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사촌 동생이 오픈한 게스트하우스에 가보는 것이었다.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늘 그렇듯 놀고 쉬고 먹는 것이었다. 제주도 말로 놀멍 쉬멍이라 한다던가... 이번 일정은 2박 3일로 하루는 사촌동생네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하루는 제주도에 워크숍 가 있는 친구와 합류해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김포 공항에 빠듯하게 도착해 정신없이 비행기 표를 받았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공항 라운지에는 꼭 들러야 했다. 왜냐? 나에겐 연회비 십만 원을 내는 신용카드가 있는데, 그 카드를 만들면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PP카드가 딸려 온다. 애초에 그 카드를 만든 목적도 오로지 PP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였으므로 공항에 갈 때마다 되도록이면 라운지를 이용한다.


김포 공항에서 티켓팅을 하고 출발 이십 분여를 남겨놓고 대한항공 라운지에 갔다. 머핀으로 허기를 달래고 진한 카페라테를 한잔 하는 순간... 아무리 커피 맛이 구려도 그 순간만큼은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라운지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잠깐, 그러면 애초에 여행 따위 가지 말고 그냥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면 될 일 아닌가?? 여행에서 돌아와 '아, 역시 집이 최고다!'를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거라면, 애초에 집에 있으면 될 텐데? 여행 욕구도 결국은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류의 삽질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인간은 오늘도 여행을 한다.


<라운지에서 평화로운 한 때>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라운지에서 여유를 부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출발까지 십 분도 남지 않았다! 부리나케 뛰어(!) 나가서 공항 검색대에 줄을 섰는데, 내 앞의 줄만 줄어들지 않는다. 어찌어찌 검색대를 통과하고 게이트까지 뛰어가는데 아슬아슬하게 출발시간인 10시 40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게이트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이 거북이 입장을 하고 있었다. 출발시간이 지연된 덕에 나도 무사히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휴...



<비행기 잡지의 향수 모델>


비행기에 엉덩이 붙이고 물 한잔 마셨나 싶으면 어느새 도착해 있는 제주도. 기내 잡지를 보다 향수 모델이 너무 예뻐서 그리기 시작했다. 윤곽 밖에 안 그렸는데 (그것도 하나도 안 닮게) 승무원이 착륙한다고 테이블을 접어 달라 한다. 이 그림을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그렸다. 그리고 보니 전혀 다른 인물이 되었다.



<완성했지만 다른 사람>

제주 여행기인데 아직 제주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여행은 비행기에서 상상할 때가 더 설레고 신나는 법이라니까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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