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출근 (1) - 짧은 소설

by MIA

소설가 지망생 서른 살의 백수 유송근은 어느 날, 신문에서 이런 광고를 보았다.


'카페 출근자 구함. 근무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업무: 자유. 근무 시간에 카페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됨. 단, 근무 시간 외출 금지. 급여:월 200만 원'


송근은 눈을 한 번 슥 비비고, 다시 구인 공고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문법상의 오류는 없었다. 사실 이상하다면 모든 게 이상한 광고이긴 했다. 그러나, 백수인 송근에게 200만 원은 온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돈이었다. 평소 송근은 전세로 사는 원룸의 관리비 5만 원과 휴대폰비 5만 원을 빼면 생활비 0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매달 드는 돈이라고는 쌀과 라면을 사고 도서관에 가서 하루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시는 돈 정도였다. 옷은 형이 안 입는 옷을 얻어 입고, 밥은 항상 쌀밥에 김과 김치, 라면은 간식으로 먹고 특별히 글을 많이 쓴 날에는 자축하는 의미로 참치캔이나 계란을 곁들이기도 했다. 경제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송근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술은 체질상 못 마셨고, 담배 냄새에는 알레르기가 있었다.


인간관계는 6개월 전 회사를 퇴사하면서 거의 끊기다시피 했고, 가끔 날아드는 친구들의 결혼식이나 돌잔치 소식은 가볍게 무시했다. 송근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페이스북, 카카오 스토리, 트위터 등 모든 종류의 SNS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송근은 매일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썼지만, 짧은 독서 감상평 한 줄이라도 온라인에 올리는 법이 없었다. 언젠가 유명한 작가가 됐을 때 자신이 온라인에 뿌린 유치한 감상에 빠진 글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 고로 송근은 온라인 상에서 낭비하는 시간도 없었고, 타인의 편집된 인생을 보고 속 쓰릴 일도 없었다.


송근은 백수 생활 3개월이 지나자, 자신의 이력서에 첨부할 한 줄을 이렇게 정리했다.


'백수 생활에 최적화된 인간'


송근은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갔지만, 고립이야말로 창작활동의 최적의 조건이었다. 더는 체면치레를 위해 돈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모든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송근은 점차 고립을 사랑하게 되었다. 송근은 유배지의 선비처럼 고독을 친구 삼아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송근의 쌀독은 점점 비어 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닦달하는 아내가 없다는 점만이 작은 위안이었다.


송근은 수 많은 망설임과 고민 끝에 광고에 나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송근이 찾아간 문제의 카페는 한적한 주택가 일층에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카페 입구에서 송근을 맞아주었다. 검정 조끼와 검은 양복 바지를 입고, 겉에는 하얀 재킷을 단정하게 입은 모습이 KFC 할아버지를 연상시켰다. 분홍빛이 도는 둥그런 얼굴과 회색빛 눈동자까지 영락없는 외국인의 얼굴이었다.


"나, 나이스 투 밋 유, 미스터......?"

평소 영어라면 치를 떠는 송근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영어가 튀어 나왔다. 당황하기는 노신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곧 노신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평정을 되찾았다. "영어를 잘 하시는군요.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는 이 카페의 주인 박해식입니다."


박해식의 안내로 카페 안으로 들어간 송근은 이 카페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2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새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