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에 작은 술집에 갔다.
맥주 한잔에 안주 하나 시켜서 간단히 먹기 좋은 곳.
봉X, 말X, 춘X 등 친근한 이름으로 시작하는 요즘 흔한 가게.
크림 맥주는 기본이고 자몽 맥주는 사랑하지만 더치 맥주의 맛이 궁금해 시켜 본다.
묽은 아메리카노에 맥주를 탄 맛이다. -_-
구석 탁자에 앉은 한 무리의 여인들은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는 듯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섭섭해."
"아니야 내가 섭섭하다구."
뭐가 그리 섭섭한 일이 많은지 서로 섭섭하다며 목청을 높인다.
그러더니 각자 휴대폰을 붙잡고 남편을 호출한다.
"남편이라면 이쪽으로 와야지. 나 데리러 안 와?"
잠시 후, 두 명의 남자가 와서는 한 명씩 데리고 간다.
남은 이들은 여전히 목청을 높여가며 섭섭함을 토로한다.
두 명의 중년 남성이 들어와서 대용량 맥주를 한잔 씩 주문한다.
금방 돌잔치에 다녀온 모양이다. 자식 이야기를 잠깐 주고 받더니, 그 중 한 명이 카운터에 놓인 골프 가방을 보고 주인 남자에게 아는 체를 시작한다. "내가 운동 좀 해 봤는데 말이지...어쩌구 저쩌구......"
주인 남자는 성심성의껏 남성의 아는 체를 들어 준다.
술장사란 술만 파는 일이 아니구나.
술취한 사람의 주정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일.
손님이 술을 많이 마시면 매상엔 도움이 되지만 정신 건강에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 아이러니.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라.
내가 떠날 때까지 남아 있는 그녀들의 남편은 오지 않았다.
끝내 서로에 대한 섭섭함은 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