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히 소설이나 드라마, 시나리오는 작가의 상상력이 중요한 창작활동이므로 재능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음악, 미술처럼 글쓰기에도 재능이 절대적인 필수값인가?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인 웹소설 분야에만 한정해서 말해보겠다.
지망생들은 '재능이 없어도 웹소설을 쓸 수 있나요?'같은 질문 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이 바라는 대답은 무엇일까?
A. 절대 음감을 타고난 이가 음악을 하는데 유리하듯 글쓰기 재능을 타고나야 웹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다.
B. 글쓰기 근육은 공부처럼 노력만 하면 키울 수 있다. 재능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웹소설을 쓸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아마 이것이 아닐까?
나 자신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까지(?)하지만 웹소설은 쓰고 싶다.
그리고 노력(적든 많든)을 들여서 성공도 하고 싶다.
이미 웹소설가로 데뷔한 사람들 중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저처럼 글쓰기에 재능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웹소설가가 되었고, 글을 써서 먹고 삽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자신이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웹소설가는 과연 어떤 계기로 본인이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1. 60화든 70화든 장편 소설을 완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 장편 원고는 완성했지만 플랫폼에 무료연재를 하는 도중 출판사에서 아무런 컨택을 받지 못 했으며 독자의 반응도 시원찮았다.
3. 장편 원고는 완성했지만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수십 군데에서 다 거절을 당했다.
만일 1의 경우라면 재능이 부족한 건 둘째치고 필력이 딸릴 가능성이 높다.
2와 3의 경우라면 재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일단 장편 원고를 계약이라는 강제성이 아닌 순수 본인의 의지로 완성한다는 건 기성 작가에게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살면서 결말이 확실히 지어진 장편 원고를 완성해 봤다면 그 사람은 글쓰는 근육과 재능이 어느정도 있는 셈이다.
이 때는 원고를 전문가(편집자나 글쓰기 수업 강사나 데뷔한 작가)에게 피드백을 받아 대중에게 먹힐 만큼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면 데뷔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도 운명이 갈리는데, 피드백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자기 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지 못 하는 사람은 데뷔가 영영 미뤄진다.
자기가 웹소설 쓰기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한 사람은, 우선 현대 로맨스든 로맨스 판타지이든 현대 판타지이든 장르를 하나 정해서 무료 연재처에 연재를 해 보길 바란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결코 세상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10화만 올려도 재능있는 사람의 글에는 반응이 온다. 출판사에서 컨택이 올것이며 꾸준히 봐주는 독자가 하나 둘 늘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료연재를 열심히 하고 있고, 약 100화에 가까운 장편을 올렸는데도 세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재능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느냐 또는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고 작품을 고쳐나가느냐에 따라 웹소설가가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다.
또 하나, 자신의 재능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은 웹소설 강의에 등록하는 것이다. 무료 강의나 온라인 수업도 많기에 가능한 비용이 적게 드는 수업에 등록해서 글을 써보고 선생님의 평가를 받아 보아라. 당신이 재능이 있다면 선생님과 동료들은 당신의 글이 재미있다고, 필력이 좋다고 칭찬할 것이다.
이런 수업에서 처음 쓴 글로 출판사와 계약하고 데뷔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재능 있는 사람'이다. 물론 데뷔가 빠르다고 해서 그것이 꼭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이전에 웹소설이 아니더라도 드라마나 시나리오나 소설 창착을 꾸준히 해 온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독서량이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웹소설 뿐만 아니라 순수 문학도 많이 접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필력이 좋다.
나같은 경우도 '재능 있는 사람'의 축에 속한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재능이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데뷔가 빠르고 쉬울 뿐이다. 하지만 그 후엔 대중의 취향에 자신의 취향을 맞춰가고 돈 버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는 뼈를 깎는 과정이 있다.
앞서 말한 본인이 재능이 없다던 작가도 사실은 재능있는 축에 속했는데 본인만 깨닫지 못 했을 수 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데뷔 자체를 아예 못하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무료 연재를 하든 수업을 듣든 투고를 하든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재능 없는 사람은 글의 완성도를 높인답시고, 몇년째 지망생에 머무르며 같은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며 제자리를 맴돌며 결코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 한다. 전문가나 독자의 피드백에는 귀를 닫고 자기가 쓰고 싶은대로만 쓴다.
내가 생각하는 웹소설가의 재능이란, 글쓰는 실력뿐만 아니라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자 하는 의지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완성시켜서 우선은 출간하고 본다'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계속해서 출간한다.'
이것이 재능있는 웹소설가들의 공통적인 자세다.
'장편을 완성시켜서 출간하기' 는 웹소설가의 첫번째 관문이다.
이 첫번째 관문마저 통과하지 못 한다면, 당신은 웹소설가의 재능이 없다고 봐야한다. 웹소설은 등단만하면 명예라도 보장되는 순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데뷔가 어려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웹소설에선 데뷔가 가장 쉽고 성공하기가(높은 매출을 내는 것) 가장 어렵다. 그런데 데뷔마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