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그린 생각
나는 스타벅스 시민이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편안한 옷을 입고
스타벅스로 입성한다.
이 도시에는 신분증이 필요 없다.
우리는 사이렌의 가호 아래 평등하다.
초록색 제복의 일꾼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미소를 짓는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은 검은 물을 받아 든다.
가난한 자를 위한 하얀 물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이 도시에는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없다.
이 도시에는 휴일을 지킬 수 없는 자들과
고향을 잃은 자들이 몰려든다.
모든 요일이 비슷하게 조용하고 비슷하게 번잡하다.
토익을 공부하든 소설을 읽든 그림을 그리든
누구도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따로 떨어진 섬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과거와 미래를 잊고
오직 현재에만 몰두한다.
이 도시에서는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산다.
누구나 한 개인으로 산다.
참새처럼 지저귀다가 철새처럼 떠나가는 이들이
도시에 활기를 준다.
무리 지어 있는 시민들은 늘 먼저 떠나간다.
그리하여 도시는 늘 고요하고도 번잡하다.
우리는 밤늦도록 검은 물을 마시며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군다.
도시가 우리를 밀어내는 시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내일을 기약하며 차가운 밤거리로 나선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암스테르담에서도 상항이에서도 됴쿄에서도
우리의 도시는 아침 일찍 단장하고서
시민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이 도시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 없다.
우리의 후손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스타벅스 프라푸치노의 맛에 눈을 뜨고
평생 도시를 들락거리다가 흰머리가 나서
손주를 품에 안고 다시 도시를 찾을 것이다.
우리의 도시는 멸망하지도 쓰러지지도 않으리라.
우리의 도시는 영원하리라.
우리는 스타벅스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