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다녀온 후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하와이 곳곳에 '김밥00' 체인점을 여는 것이다.
하와이안은들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스팸 무스비를 사랑한다.
단지 밥에 스팸을 올리고 김으로 감쌌을 뿐인 투박한 스팸 무스비를 그렇게 좋아한다면, 총천연색의 채소와 햄을 넣은 김밥을 맛보면 기절하겠군, 이라는 게 솔직한 생각이었다.
오아후에 도착해 첫 끼로 먹은 것도 우동과 스팸 무스비였다.
하와이 까지 가서 우동과 주먹밥이라니?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마루가메 우동'은 오아후 시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 중 하나였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는 역시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하와이만의 비법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우동은 서울에서 먹던 맛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데 우동과 함께 시킨 스팸 무스비는 밥에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를 발라 구운 스팸을 올렸을 뿐인데 자꾸자꾸 생각나는 맛이었다.
<마루가메 우동에서 먹은 스팸 무스비, 새우 튀김, 우동>
스팸의 별명은 '하와이 스테이크'일 정도로 하와이안들의 스팸 사랑은 유별나다.
하와이안의 스팸 사랑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에게 식량으로 스팸이 제공된 이래 시작되었다. 지금도 하와이의 미국내 스팸 소비량은 1위인데, 하와이 주민은 연간 7백만 개의 스팸을 먹는다고 한다. 하와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스팸 무스비의 양으로 따질 때,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스팸 무스비는 하와이 어디에나 있다. 한 블록에 하나씩 있는 ABC 마트나 세븐 일레븐에는 물론이고 따뜻한 스팸 무스비를 된장국과 함께 파는 작은 가게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무스비 가게에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늘 줄을 서서 스팸 무스비를 산다.
하와이에 있는 동안, 나도 현지인처럼 스팸 무스비를 달고 살았다.
아침으로 갓 만든 따뜻한 스팸 무스비를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먹고 바다에 놀러갈 때 간식으로 한 두개 챙겨가고, 밤늦게 출출 할 때 어김없이 스팸 무스비를 먹었다. 밥에 스팸을 올린 것이 기본이지만, 여기에 계란이나 베이컨, 아보카도, 김치 등을 올린 다양한 무스비를 맛보는 재미도 있었다.
<베이컨, 아보카도, 계란 스팸 무스비 & 스팸 계란 무스비>
가끔 하와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무어냐는 질문을 받으면 머리속에는 어김없이 스팸 무스비가 떠오른다. 스테이크도 있었고 새우 트럭에서 파는 새우볶음도 있었고, 수제 햄버거도 있었지만, 나에게 하와이의 맛이라면 단연 스팸 무스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특유의 짭쪼르한 맛의 스팸 무스비를 찾을 수가 없다. 그 별 것 아닌 주먹밥 맛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하와이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영수증 넣는 통도 스팸 통으로 활용한 지독한 스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