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하와이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후회하는 건 카우아이 커피를 한 봉지 밖에 사오지 않은 거다. 하와이 커피하면 코나 커피가 가장 유명하다. 카우아이 커피라는 건 카우아이게 가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하와이 커피는 카우아이 커피다.
마지막으로 남은 원두를 탈탈 털어 커피를 내리마시는 이 순간에도 나는 카우아이 커피가 그립다.
<카우아이 커피 농장에서 사온 초콜릿 마카다미아 커피>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으로 떠나기 전, 카우아이에 대해 아는 거라곤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섬이라는 것 밖엔 없었다. 나는 이틀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는 그 조그만 섬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단지 여행 파트너 B가 꼭 가고 싶어했기에 나는 그저 숟가락 하나 얹는 심정으로 갔다.
카우아이는 아주 한적하고 조용하고 푸른 곳이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이 보다 더 어울리는 곳은 없어 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별장을 산 곳도 카우아이다. 하루키는 카우아이에 머무르며 '해변의 카프카'를 썼다고 한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딱 카우아이의 분위기였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카우아이 섬에서 그런 명작이 탄생한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카우아이 섬에서 우리는 의외의 명물을 발견하였다. 보통 하와이 커피하면 코나 커피가 유명하지만, 하와이에서 사 온 커피 중에 카우아이에서 산 커피가 가장 맛있었다. 카우아이 커피 농장은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 나를 사로잡은 것은 '커피를 시음할 수 있다'는 소개글이었다. 그 날은 '와이메아 캐년'에 가기로 했던 터라, 친구와 나는 그럼 가는 길에 들러서 커피나 맛 보고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결론적으로 커피 농장에 들르지 못 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카우아이 커피 컴퍼니 입구> <다양한 맛의 커피>
카우아이 커피 컴퍼니에서는 수십가지 종류의 커피를 모두 시음할 수 있다. 시음 코너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우선 농도에 따른 커피가 대여섯 가지 있다. 대충 맛보고 다음 코너로 넘어가면 초콜릿, 마카다미아 초콜릿, 헤이즐넛, 등등 온갖 향 커피가 기다린다. 하나 건너 하나씩만이라도 맛보자 싶어 열심히 마셔도 커피의 종류는 끝이 나질 않고, 이미 커피의 향과 맛에 취해 버려 어질어질한 상태가 된다.
그 때쯤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직원이 커피 농장 견학을 할 사람은 뒷 마당에 모이라고 한다. 이 무지막지하게 맛있는 여러 종류의 커피가 도대체 어떻게 나고 자라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겠다는 건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커피 농장을 견학하는 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직원의 뒤를 따라 가며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커피나무가 자라는 커피 밭>
<커피 콩을 직접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 보는 시간>
커피 나무는 생각보다 짤뚱하니 귀여운 생김새였다. 이 작은 나무에서 역시나 귀여운 연두색의 열매가 자라 볶아진 뒤 갈려서 한 잔의 커피가 된다고 생각하니 놀라웠다. 카우아이 농장의 커피 나무는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렇다, 커피 나무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행복한 커피 나무와 열매>
동네 골목골목마다 카페가 하나씩 들어 서고 하루 두 세잔의 커피는 당연한 일상이 됐을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몇 년 사이 놀랍도록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커피는 먼 나라 어딘가에서 재배되는 미지의 열매쯤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매일 마시는 커피가 어디서 자라고 어떻게 재배되어 나에게까지 오게 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카우아이의 커피 농장은 대규모라 아니라 그런지 기계와 최소한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듯 보였다. 커피 나무가 행복해 보였던 건 노동에 동원되는 어린 아이도 없었고 혹사당하는 노예도 없기 때문이었을까.
호놀룰루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자면 가방 무게가 10kg를 넘으면 안 되었기에 무게 때문에 고심해서 가장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나는 초콜릿 마카다미아 커피를 한 봉지 샀다. 그 커피를 한국에 와서 오랫동안 아껴 마시며나는 가끔 카우아이 농장의 푸른 하늘과 파릇한 커피 열매가 맺힌 행복한 커피 나무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