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조직]을 읽고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면 구성원은 언제나 문제를 제기해도 모욕당하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질책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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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팀워크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근무 환경이 갖춰졌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두려움 없는 조직] p23~24.
최근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나는 1인 개발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직문화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지만 이를 단순히 회사 조직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 나아가 연애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워크는 회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 심지어는 나 자신과의 팀워크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결국 떠오르는 것은 '좋은 관계'라는 단어다. 좋은 관계가 된다면 자연스레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하지만 좋은 관계라는 말은 너무도 추상적이다. 무엇이 '좋다'는 말인가?
위에서 언급한 '모욕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질책하지 않는' 관계가 좋은 관계라고 정의해 보자. 여기에 더해, 직전에 읽었던 [사랑 수업]이라는 책에서 배운 '존재 자체를 귀하게 대하기', '이해하고 공감하기', '실제로 도움이 되는 행동하기'도 추가해 보겠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 모욕하지 않는 관계
- 무시하지 않는 관계
- 질책하지 않는 관계
- 귀하게 대하는 관계
- 이해하고 공감하는 관계
-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관계
위의 정의를 바탕으로 '좋은 사람'을 예시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어떤 말을 해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 조건을 걸거나 벌을 주거나 관계를 계산하지 않는 사람
- 상대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미소 지어 줄 수 있는 사람
-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고 들어주는 사람
- 상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
적어놓고 보니 참 좋은 말들이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상대의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거나, 화를 내 거나, 귀찮아하거나, 무시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보다 먼저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적절한 문제 제기를 통해 능동적으로 관계를 가꾸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스스로 살아남는 것조차 힘겹게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이런 노력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 흐린 눈으로 갈등을 회피하고 미래에 벌어질 문제들을 애써 외면하곤 한다.
문제 제기가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일 또한 장기적 미래에 대한 회피 성향의 대표적인 예다.
[두려움 없는 조직] p35.
이러한 '좋은 관계'의 부재가 심리적 안정감을 저해하고 자신의 일과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을 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여유'라고 생각한다.
'여유'의 사전적 의미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앞서 언급한 '좋은 관계'의 요소들은 모두 이 여유를 기반으로 한다. 느긋하고 차분하고 대범하고 너그럽지 못하면 '좋은 사람'의 태도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하루의 모든 시간이 '해야 할 일'들로 채워져 있다면 당연히 여유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급한 마음으로 끝없이 할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쁠 테니까. 심지어는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불안과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질 수도 있다.
일에 대한 성취감은 자기 효능감과 고양감을 주지만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성취에는 끝이 없기에 성취감 중독에 빠지면 자신의 모든 시간을 일로 채우게 된다. 물론, 삶에서 성취가 필요한 시점도 있기에 이런 집중이 효과적일 때가 있지만, 여기에 속아 성취만을 삶의 목적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성취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가 바로 성취로 인해 가려질 수 있는 가치 중에 하나이다.
결국 여유를 가진 사람만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Q. 나는 여유가 있는가?
Q.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가?
Q.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있는가?
그럼 이런 의문이 든다. 여유란 무엇인가? 돈이 많은 건가? 시간이 많은 건가?
내가 생각하는 여유는 이런 것들이다.
- 누군가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템포 쉬어가는 것
- 계획된 일이 틀어져도 짜증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오는 것
- 누군가 실수했을 때 화를 내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것
-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조급해지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 친구가 갑자기 울면서 전화했을 때, “왜 그래?” 하고 바로 걱정부터 해주는 사람. 본인의 일정보다 상대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이다.
- 연인이 실수를 했을 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는 사람. 순간의 실수로 관계를 판단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이다.
- 하루 일과를 끝내고 일기나 사색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과 마음이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여유이다.
여러분은 최근에 얼마나 여유를 발휘했는가?
그렇다면 여유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여유는 단순히 마음을 먹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여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일정과 일정 사이에 30분 정도의 비워진 시간을 넣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평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빈칸 동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것도 좋다. '이 일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네!', '약간 피곤하다.. 저녁 일정을 수정하는 게 좋겠어.'처럼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고 삶에 즉시 적용할 수도 있다.
'할 일'로 바쁘게 움직이기보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하지 않을 일'을 결심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SNS나 뉴스처럼 자극적인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다. 설령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 할지라도 과잉된 정보는 남들과의 비교, 완벽주의를 부추겨 삶의 불안도를 높인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없애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일'은 대부분 자신의 안전지대를 넘어선 도전적인 일이다. 그러다 보니 '하기 쉬운 일', '하면 좋은 일'로 도피하게 되고, 결국 '중요한 일'을 미루는 실수를 하고 만다. 미룬다고 중요한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조급함과 불안만 더 키울 뿐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나을 수 있다.
산과 바다, 하늘, 우거진 숲과 푸른 잔디 같은 자연경관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연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연구들은 '자연'이 우리의 기분만 좋게 하는 게 아니라 신체 면역계는 물론 심리적 건강에도 좋다고 말한다.
특히,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은 사람에게 개방적인 태도, 호기심, 몰두, 감탄과 수용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들은 여유로운 태도와도 연결된다.
그렇기에 여유를 만들고 싶다면 점심시간에 하늘을 바라보거나, 퇴근 후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거나, 주변의 나무와 꽃을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때로, 하루를 생산적인 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가지기도 한다. 만약 시간을 낭비하거나 딴짓을 하면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정말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생산적인 일은 가치가 있지만 우리 삶에는 여유와 휴식처럼 더 중요한 가치도 분명 있다. 그렇기에 무의미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허용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목적 없이 멍 때리기, 손으로 낙서하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기 등, 개인적으로는 고양이 행동 따라 하기(식빵자세 같은)도 추천한다.
여기까지 여유를 만드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보았다.
여유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위의 제안한 방법 외에도 여러분만의 여유 만드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자신이 담근 김치가 장인이 담근 김치보다 맛있듯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때 삶이 더 재밌어지는 법이다.
내가 여유만 가지면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심리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을까?
심리적 안정감이란 결코 구성원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 아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 p44.
'좋은 관계'와 '심리적 안정감'은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할 때 비로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나 혼자 잘하면 된다.'라는 태도를 내려놓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가진 '여유'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유 만드는 방법'을 함께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함께 '빈칸'을 만들고, '하지 않을 일'을 정하고, '자연'과 마주하고, 굳이 '무의미한 행동'을 해보는 거다. 이 과정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심리적 안정감' 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