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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을 미워한다.

by 기운찬

어린 시절 내 부모님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을 했고, 부모님과의 모든 감정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모든 일들은 이미 지나갔고 부모님 또한 내 성장을 도운 고마운 분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나 자신을 분석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내 감정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부모님과의 만남이나 연락을 기피하고 있었고, 부모님을 생각할 때는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아직 두 분을 미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누굴 미워하는 건 나쁜 거야'같은 어수룩한 위선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부모님을 미워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녀에게 미움받는 부모님이 측은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그저 각자가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임을, 우리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그에 따른 '미움'과 '연민'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소중한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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