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질문의 답을 좀 거창하게 '문명에서 살아남기 위해'라고 말하고 싶다.
호르몬이 지배하던 원시시대에는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였다. 하지만 사피엔스들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질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질서를 만드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문자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호르몬은 자신이 앉아있던 왕좌를 문자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문명이 시작되었다. 문명이 다양한 질서들에 의해 엎치락뒤치락하며 스스로를 확장·통합해 나갈 때, 우리 인간들은 이런 문명 속에 살면서 스스로 번영을 누린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다. 번영의 혜택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문명사회에서는 질서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역량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인 것이다.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질서를 이해하는 능력, 질서를 이용하는 능력, 질서를 만드는 능력이 생겨난다. 그렇게 문명이라는 질서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만의 탄탄한 삶을 구축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우리 인류가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글쓰기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문명의 발전이 주는 혜택은 더 편향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더 이상 글쓰기를 미뤄선 안 된다. 그러니 우리가 정말 꾸준히 해야 하는 것들은 '직업'이나 '전문기술'같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바로 이런 본질에 가까운 것들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