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지 않길

by 책사이
헨리 푸젤리 作 '악몽'



저를 잊어주세요.



수십 개의 발이 달린 벌레처럼


기억 속을 파고 들어오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처넣는,


싹둑 잘라내버리고 싶은,



그 기억들은


고통이 되어


악몽처럼 생생하게 훑고 지나간다.



돌처럼 굳어버린 마음은


불현듯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뼛속까지 몸서리를 친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 기억과 경험 덕분에


신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바라건데,


저를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주시기를


꿈에서라도 찾아오지 마시기를


잊어주기를


잊혀지기를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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