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잊어주세요.
수십 개의 발이 달린 벌레처럼
기억 속을 파고 들어오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처넣는,
싹둑 잘라내버리고 싶은,
그 기억들은
고통이 되어
악몽처럼 생생하게 훑고 지나간다.
돌처럼 굳어버린 마음은
불현듯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뼛속까지 몸서리를 친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 기억과 경험 덕분에
신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바라건데,
저를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주시기를
꿈에서라도 찾아오지 마시기를
잊어주기를
잊혀지기를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