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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l 23. 2016

영화와 책으로 만나는  《책도둑》 이야기

ㅡ 책의 힘과 인간다움을 보여주다

마커스 주삭의 장편소설 《책도둑》

같은 표지의 그림에  파란색 1편, 빨간색 2편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책도둑>

책을 품에 꼭 껴안고 있는 '책도둑' 리젤

감독 : 브라이언 퍼시빌

주연 : 소피 넬리스(리젤 역),

제프리 러쉬(한스 역),에밀리 왓슨(로사 역)

개봉 연도 : 2013년 미국, 독일

상영 시간 : 131분


국내에서는 DVD로만 발매된 걸로 알고 있다.

소설 《책도둑》 1편을 읽다가 영화 <책도둑>을 보고 중간쯤 다시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고..

책과 영화의 흐름을 비교해가며 읽고 보고 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화가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체가 다르기에 표현 방식의 차이점도 있다.

책에서는 각 인물의 묘사나 사건 서술이 상세한 반면 영화에서는 생략되거나 압축해서 보여준다. 또한 책과 사건의 순서가 다른 장면도 있다.


영화가 속도감은 있으나 영상으로 담아내지 못한 부분들이 있으므로 원작 소설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전쟁으로 점철된 암울한 시대(제2차세계대전, 나치 치하의 독일,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물들이 보여주는 용기있는 행동, 따뜻한 인간다움, 책에 대한 순수한 갈망, 삶을 지속하게 해 주는 책의 힘, 사람과의 관계를 맺게 해주는 책의 소중함, 글쓰기로 이어지는 책읽기 등에 대해 의미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와 책 모두 화자(내레이션)는 '죽음의 신'이다.

죽음의 신이 있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책 표지를 보면 검은 망토를 걸치고 낫을 든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저 평범한 모습의 죽음의 신'이라는 내레이션처럼

죽음의 신은 보이지는 않으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아주 작은 사실 하나'

당신은 죽을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충고하건데 죽음을 앞두고 불안해 하지 말라.
달라질 게 없으니까.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해야겠지만
머지않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때가 되기 전엔 아니다.
산 자를 멀리 하는 것이 내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란 게 있는 법.
아주 가끔씩은 주체하지 못할 호기심이 발동하고 관심이 가게 된다.
리젤 메밍거의 무엇이 특별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눈길이 갔고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다.
        ㅡ 영화 시작 부분 '죽음의 신'내레이션 中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나치가 기승을 부리던 1938년의 독일이다.

아홉살 소녀 리젤 메밍거의 남동생은 달리는 기차 안에서 목숨을 잃고 리젤은 남동생의 장례식에서 묘지 관리인이 떨어뜨린 책 '묘지 관리인의 지침서'를 줍게 된다. 이 책을 계기로 리젤은 자신의 양아버지인 한스에게 글을 배우게 되고, 계속 읽고 싶은 갈망에 또다시 책을 훔치게 된다.


두번째는 불온 서적을 불태우는 자리에서 '투명인간' 이라는 제목의 책을 가슴에 품고,

세번째는 책을 좋아하는 리젤에게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던 시장 부인 일자 헤르만의 서재에서 훔쳐 온다.


책과 영화에서 리젤이 만나는 책의 권수와 제목에 차이가 좀 난다. 책에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총10부의 제목이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책들의 제목이기도 하다.

리젤과 양어머니 로자, 양아버지 한스
리젤의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

- 리젤을 누구보다 아끼고 인정 가득한 양아버지 한스.

- '자우멘슈'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속정깊은 양어머니 로자.


그리고 리젤과 우정을 나누는 두 인물 루디와 막스.

-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를 영웅처럼 생각하는 이웃집 소년 루디.

리젤과 루디의 즐거운 한 때

리젤에게 키스해 달라고 조르는 레몬색의 머리카락 귀여운 소년 루디는 리젤이 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 책과 함께 아낌없이 자신의 몸을 물에 던져 유쾌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쟁은 이들을 예고도 없이 갈라놓는다.


"벌써 죽기 싫어. 어른도 못돼보고 죽긴 싫다구."

(영화 속 루디의 대사 中)

그는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
여러 면에서 루디 같은 소년을 데려간다는 것은 강도짓이다.
생명이, 또 살아야 할 이유가 아직 무척이나 많이 남아 있었는데.
                                    - 책 속 '죽음의 신' 대사

영화 속에서 루디와 리젤이 속시원하게 함께 외치는 대사가 있다.


"I hate 히틀러!"


-지난 전쟁터에서 한스위해 희생한 친구의 아들 유대인 청년 막스.  

막스에게 책을 읽어주는 리젤

그는 유대인에 대한 핍박으로 도망치다 한스네 집을 찾아오게 되는데 한스와 부인 로자는 그를 지하실에 숨겨주기로 한다.

리젤은 바깥 출입을 할 수 없는 막스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자신만의 단어로 바깥 풍경을 들려준다.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

눈 쌓인 크리스마스날 리젤은 막스에게 눈을 보여주기 위해 지하실로 눈을 운반하고 이를 본 한스와 로사도 지하실 눈싸움에 동참한다.

 "최고의 크리스마스야"

그런 리젤에게 막스는 손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리젤을 위한 책을 만들고 리젤에게 글을 써볼 것을 권유한다.

(영화에서는 막스가 지니고 있던 책을 하얗게 백지 상태로 색칠해놓는 것으로 나온다.)

《책도둑》 속 막스가 만든 책 '굽어보는 사람'中
리젤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영화 속 막스의 대사
글을 써.
단어는 생명이야,리젤.
그 백지들을 네 단어로 가득 채워 봐.


전쟁 속에서도 잃지않는 인간다움

1942년 11월. 연합군 공습은 점점 잦아지고,

공포와 두려움으로 공습 대피소에 모여든 마을 사람들.

그땐 온 나라가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만났던 수많은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적진으로 돌진한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를 향해 돌진한 거였다.
           ㅡ 영화 <책도둑 >속 '죽음의 신' 대사 中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리젤은 책 '투명인간'을 읽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두려움을 잠시 잊고 리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공습 대피소의 루디와 리젤, 그리고 로자

유대인 행렬이 지나가는 어느 날, 한스는 그들 중 한 명에게 빵을 던져주고 이 일로 그는 전쟁터에 끌려가게 된다.

(영화에서는 유대 이웃 편을 들다가 군 명부에 적히고 가족들을 생각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인간다움드러내는 게 죄가 되던 시대에 인간다움이 뭔지 보여주는 인물들.

한스와 리젤
우리는 사람답게 행동한거예요.
사람이면 다 그러잖아요.


하지만 이 일로 막스도 더이상 한스의 집에 머물 수 없게 된다.

글을 통해 언제든 날 찾을 수 있어.
난 네 글 속에 살아있을거야.


아무도 힘멜 거리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천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리에는

폭탄을 떨어뜨리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폭탄들은 떨어졌고 힘멜 거리는 납작해졌다.


모두 자고 있었다. 모두 죽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너를 벌하지 마.


그러나 벌과 고통이 있을 터였다. 행복도 있을 터였다. 그것이 리젤에게는 글쓰기였다.

리젤은 막스가 남기고 간 백지책에 자신만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삶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약속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빨리 시작해야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왔지만
내 이야기는 기차와 함께 시작된다.
폭설과 그리고 내 남동생.
차창 밖의 세상은 눈에 뒤덮혀 있었고
헤븐 스트리트란 동네에선
아코디언을 켜는 남자와
천둥같은 여자가
자신들이 입양할 딸을 기다렸다.
그는 지하실에서 날개꺾인 부엉이처럼 살았고
태양은 그의 얼굴을 잊어버렸다.
      ㅡ 내게 세상을 보는 눈을 선물한 막스에게


영화 속 막스가 지하실 벽에 남긴 메시지가 내 가슴 속에도 깊이 새겨진다.

'WRITE' 글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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