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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l 25. 2016

죄책감에 기인한 공포 <마신자>와 <포레스트>

- 공포의 존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다

<마신자魔神仔-빨간 옷 소녀의 저주>

<마신자>의 남녀주인공

감독 : 웨이하오청

주연 : 황하(허쯔웨이 역)

            허위녕(션이쥔 역)

개봉일 : 2016.7.21

상영 시간 : 93분


대만과의 인연과 대만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더욱 기대했던 대만 공포 영화 <마신자>.


참고로 나의 경우 공포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보는 동안은 무서워도 보고 나면 뒷끝이 별로 없다.

하지만 공포 영화를 꺼려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무서운 장면이 담긴 사진은 나 역시도 다시 마주하기 싫어서 끔찍한 모습의 포스터나 영화 속 섬뜩한 장면의 사진은 가급적 올리지 않다.


대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마신자>의 제목인 '마신자(魔神仔)'는 원숭이나 아이의 형상을 한 귀신으로 죄책감을 이용하여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 뒤를 따르는 '빨간 옷 소녀'
산에서 이름 부르면 안돼!

실제 대만 타이중에서 1998년 원인불명으로 사망한 일가족이 남긴 카메라 속 영상에서 의문의 '빨간 옷 소녀'가 발되고,  이 영상을  TV 매체에 전달한 사람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하여 대만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만든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는 등산할 때 다른 사람의 이름 전체를 부르거나 앞사람의 어깨를 치는 행위를 금기시한다.


영화의 줄거리


타이페이에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허쯔웨이.

부동산 중개회사 직원인 그는 아침이면 허둥지둥 일어나 할머니가 차려주는 식사도 제대로 못 먹고, 챙겨주는 도시락도 깜빡 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여자친구 션이쥔에게만큼은 훈훈한 미소와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하는데 허쯔웨이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집을 마련하고 프로포즈를 하는 날, 그의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진다.


다음 날, 먼저 실종되었던 할머니의 친구가  살아 돌아오고 허쯔웨이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미안해..내가 이름을 불렀어..미안해.."


며칠 후, 허쯔웨이의 여자친구 이쥔은 실종되었던 할머니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할머니 역시  허쯔웨이의 이름을 부르며 횡설수설하다 속을 게워내는데 그 속에서 사람 형상을 한 죽음의 매두나방이 발견된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실종 사건이 마신자의 저주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 이쥔은 혼자 산 속으로 허쯔웨이를 찾아 나선다..


초반의 쫄깃한 긴장감 vs 후반의 기괴한 형상


영화 초반은 예고편을 보면서 상상했던 것만큼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끔찍한 모습으로 숨어있거나 갑작스레 출몰하는 귀신의 모습도 오싹하다.


영화 속 귀신의 모습은 민첩하고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행동에서 나오는 괴리감으로 인한 공포감을 극대화하고자 다양한 CG와 특수 분장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에 이쥔이 실종된 남자친구 허쯔웨이를 찾으러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기괴한 형상의  벌레같기도 하고 골룸이 연상되기도 하는 귀신의 모습은 상상하는 공포감을 오히려 떨어뜨려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남자친구를 귀신으로부터 구출하는 과정에서 여자친구의 죄책감의 근원을 끌어내는 부분도 신파 느낌이 강한데다 마지막에 귀신을 물리친 방법도 좀 허무하다. (대만에서 귀신 쫓는 방법으로 폭죽을 사용한다는 것을 영화 중간중간 암시하긴 하지만)


내심 오래 전 인상깊게 봤던 태국의 <셔터>류의 공포를 기대했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점
훈훈한 외모의 남녀 주인공
극 중 라디오 DJ에 걸맞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이쥔
집밥이 제일이라는 할머니의 손주 사랑
여느 공포영화답지않은 훈훈한 마무리
공포의 존재는 우리 주변에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 항상 존재한다

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지니고 있을 이기심과 죄책감에 기인한 공포를 다루었다는 점.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소홀하게 대하는 허쯔웨이,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자친구와의 결혼과 임신을 거부했던 이쥔.


영화 속 이쥔의 라디오 방송 중 마지막 대사도 인상적이다.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셨나요.

저는 모두의 마음 속에 숲이 자란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고집으로 그 숲을 해치지 마세요."



실화를 바탕으로 마음 속 공포를 다룬 또하나의 영화 <포레스트 : 죽음의 숲>


감독 : 제이슨 자다

주연 : 나탈리 도머(사라, 제스 1인 2역)

           테일러 키니(에이든 역)

개봉일 : 2016. 3.30

상영 시간 : 93분


실제 자살숲으로 불리는 일본의 후지산 속 '아오키가하라숲'.

옛날엔 오바스테(노인을 산 채로 숲에 버렸다는)를 위해 있었다고 한다.

CNN이 선정한 가장 소름끼치는 장소.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깊은 숲 아오키가하라숲. 

영화 속 사건은 실존하는 그 곳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사라

일본 도쿄에서 교사로 재직중이었던 일란성 쌍둥이 동생 제스가 아오키가하라숲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사라는 여동생을 찾으러 일본으로 향한다.

일란성 쌍둥이의 직감으로 동생 제스가 죽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사라는 우연히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찾고 있는 여행잡지 기자인 에이든을 알게 되고 그의 소개로 가이드 미치를 만난다.


"알아두셔야 해요. 여태까지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거의 다 죽었어요"


사라와 에이든은 그런 미치를 설득하고 제스를 찾아 세 사람은 숲의 입산금지 경계를 넘어선다.

죽음의 숲답게 발생하는 이상 징후.

나침반 바늘은 오작동하고 물은 거꾸로 흐르고..


가이드 미치가 주의를 준다.

"가끔 숲에서 뭔가를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명심하세요.

무언가 나쁜 것, 이상한 것을 보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가 아니라 상상이에요."


나무에 목 매단 시신을 발견하고 기겁하는 사라

길을 다시 재촉하고 일행은 제스의 텐트를 발견한다. 날은 어두워지고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 숲을 당장 나가야 한다. 내일 다시 와야한다. 하지만 사라는 제시 없인 안 간다고  자신은 남아있겠다고 한다.

미치는 또다시 충고한다.


"주카이(나무들의 바다)에서 밤에 사람들은 나쁜 것들을 보고 나쁜 행동을 한다. 숲은 당신의 두려움과 슬픔을 꺼낼 것이다."


미치는 돌아가고 에이든은 사라와 함께 남는다.

밤이 찾아오고 사라는 텐트에서,에이든은 밖에서 잠을 청하는데 텐트를 누군가 덮치려 하는 걸 느낀 사라는 텐트를 열고 나와 누군가 도망치는 걸 보고 쫓아간다. 자신을 호키코라고 소개하는 일본 여고생.


"(에이든)를 믿지 마. 제시는 그를 알아요. 그녀를 봤어요.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사라는 자꾸 마주치는 여고생의 말에 에이든을 점점 의심하게 되고 에이든에게 칼을 겨누고 급기야는..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은 것일까.


몇 분 안남기고 뒤바뀐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절대 현혹되지 말라' 했던 영화 <곡성>의 대사가 생각난다.


내가 본 <마신자>와 <포레스트>의 공통점


- 무엇보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마신자>와 <포레스트>는 둘 다 미스터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포 영화라는 점이다.


- 주인공의 악몽

<마신자>에서는 여주인공의 아랫도리가 온통 피로 물드는 악몽이, <포레스트>에서는 누군가에게 쫓기며 숲속에서 도와달라 외치는 악몽이나 숲 속 텐트에서 노인 유령이 덮치는 악몽을 꾼다.


- 둘 다 원시적이면서 음산한 기운의 숲을 배경으로 공포감이 극에 달한다.


- 우연의 일치겠지만 상영 시간도 둘다 93분이다.


- 영화 <포레스트>에서도 주인공의 죄책감에 기인한 공포감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사라와 제스 그리고 할머니

어린 시절 두 소녀는 할머니와 집에 남고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서 음주운전차량과 교통사고를 당한 부모님의 죽음을 여동생 제시는 목격하고 자신은 눈을 감아버린데서 오는 죄책감을 갖고 있던 사라.

숲은 그 슬픔을 이용해 무엇가를 보게 한 뒤 죽고 싶게 만든 것이다. 자신 스스로..


두 영화의 다른 결말..

<마신자> 이쥔의 마지막 말처럼,

자신의 고집으로 마음의 숲을 해치지 말고

때로는 밖으로 나와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햇볕에 바짝 말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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