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Sep 14. 2016

편견을 깨는 책을 읽는 즐거움 《사랑의 시간들》

ㅡ 책을 사랑한 시간들

이보영 《사랑의 시간들》

 《사랑의 시간들》 초판 1쇄 발행일 2015년 6월 17일


이 책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지?

아, 생각났다.


얼마전 <어린왕자> 애니메이션을 보고 감흥에 젖어 《어린왕자》 책을 다시 펼쳐들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꺼내보책으로

《어린왕자》를 꼽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구절에 다른 의미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기에 문득 《어린왕자》를 대하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브런치에 '어린왕자'를 검색해 보았다.

수많은 작가님들이 저마다 인상깊은 부분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있는 견해들을 공유해주고 계셨다.


책 속 의미있는 문구를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캘리로 되새겨주시는 지성작가님의 글도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열어보게 되었다.


이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


서점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

는 말로 시작하는 글에 눈길이 머물렀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잔잔하게 써내려간 글 끝에 배우 이보영씨가 소파에서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프로필 사진과 함께 이 작가의 책으로 《사랑의 시간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책 제목도 막연하게 느껴지고 그다지 관심있던 배우는 아니었는데 그녀의 책 얘기에 급 호기심이 생겼다.

(책 얘기가 빠진 에세이였다면 지나쳤을지도..)

그녀의 책제목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봤다.


배우 이보영, 그녀의 곁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문학소녀.
대학에서도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누구보다도 책을 사랑한 여배우.
연기 생활로 바쁜 일정이 끝나면 서점에 들러 한꺼번에 책을 잔뜩 사오곤 한다는 독서마니아 배우 이보영.
혼자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위로 받고 성장했다고 말하는 그녀가 이번 『사랑의 시간들』을 출간하며 자신이 독서를 통해 받은 위로와 사랑, 성장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녀의 전공 분야, 문학소녀, 그녀의 책 사랑, 독서 마니아, 독서를 통해 위로받고 성장했다는 이 모든 말들이 공감이 팍팍 가면서 마침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편견이 없진 않았다.

배우 이보영씨도 책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고백하는데,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눈을 반짝이게 하는 책소개도 홍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바쁜데 누가 대필해준 건 아닐까 라는 몹쓸 불신의 생각까지..

제대로 그녀의 생각을 읽어내기 전엔 얇은 두께만큼 그저 가벼운 책이겠거니 라는 편견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

내가 존경하는 정채봉 선생님과 딸 리태와의 일화,

매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챙겨본다는 그녀,

서점에 직접 가서 책을 보고 고르고,

책을 끼고 산다는 말,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평소 좋아했던 작가의 신작,선호하는 출판사, 각종 문학상 수상작 등),

활자중독증이 있어 뭔가를 읽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모든 책에 흥미를 잃은 순간이 있었다는 진솔한 고백 등이


그녀의 책 속 모든 이야기들을 믿고 싶고,

믿게 만든다.


이보영씨가 말하는 좋은 책이란,

'끊임없이 여운을 남기며 생각할 여운을 주는 책'

이라고 한다.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더불어 지금의 나에게 좋은 책이란,

'실천에 불을 당기는 책,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

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 중간중간 이보영씨의 책장과 책상, 그녀의 책읽는 모습, 그녀의 옆모습이 실려있다.

배우이기에 설정된 장면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모습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책 읽는 그녀의 옆모습이 아름답다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기


많지 않은 책소개(총 23여권)가 부담없이 다가온다.


오늘 당신은 행복한가요?


제일 처음 소개하는 책은 내 책장에도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는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다.

행복에 대한 그녀의 공감가는 생각을 옮겨본다.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행복한 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인정하고 인정받고, 감사하게 즐기고,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현재에 충실하면 행복은 이미 다가와 있으리라.

나는 희망한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서 체면 때문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포기하지 않기를.


지난 번에 리뷰했던 영화 <나우 이즈 굿>이 떠오른다.

지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을 때다.

순간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지금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내 안의 외로움을 들여다 보다

그 다음으로 소개하는 책은, 책과 함께 했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읽어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어린왕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창가의 토토》.


누구나 때가 되면 헤어질 수 있는 것이 살아가는  도중의 일이란다.
혹시나 라임오렌지나무가 무슨 일을 당한다고 해도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겠니?
푸른 이파리가 낙엽이 되어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고 이듬해 싹으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처럼.
무엇이든 사라지는 것은 없단다.
하잘것없는 풀도 겨울엔 건초가 되어 치즈를 만드는 데 쓰이지 않니?
제제, 기운을 내렴.
누구라도 서로 잊지 않고 가슴속에 깊이 품고 있으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단다.

                             ㅡ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中


'잊지 않고 가슴 속에 깊이 품고 있으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다'는 말이 왜 이리 가슴 찡하게 와닿는 걸까.



언젠간 읽어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작가들의 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그녀의 책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다.


나 역시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책을 소개하는 내용 중에서

이건 딱 나인데, 내 얘긴데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내 세상 안에 갇혀 웅크릴 때가 있다. 나를 활발한 사람으로 여겨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나는 낯을 가리고 타인에게 나 자신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자주 보는 사람과만 만나고 익숙한 장소에만 간다. 그저 내 공간 안에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다. 어색한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고 괜찮은 척하느라 털털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또 그런 내가 어색해서 혼자 민망해진다. 나는 내게 보이는 대로만 세상을 이해하고, 그 울타리 밖으로는 나갈 엄두가 안 나기도 한다.

그러던 내가 삼십 대에 이르러 조금 유연해지더니 <내 딸 서영이>를 찍으면서 사람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되고 인정하게 됐다.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은 성숙해지고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에게도 그런 내성적인 성향과 혼자 어색하고 민망해하는 상황,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연해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있었음을 떠올려 본다.



지금 이어져 있는 따스한 인연을
놓지 않고 간직하리라


그녀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공통된 고민도 털어놓는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놓으면 좋은 삶을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 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애써 인연 맺지 말라. 만날 인연이라면 돌아가더라도 만나리라.

              ㅡ 법정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中


인연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 공감한다.

인연을 맺음에 헤프고 어설펐던 지난 날들..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제는 폭넓은 인연보다 진실한 인연을 맺고 싶은 바람이다.



몇몇 책에 대한 생각도 공감이 가면서 직접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책으로 간접경험하고 직접 연기를 하면서 다채로운 감정들을 나에게 투영해 본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책도 베스트셀러가 된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

나역시 그녀처럼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그녀의 책소개를 읽고 집에 오래도록 묵혀두었던 《미 비 포유》 책을 꺼내들었다.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책들도 있다.

그녀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던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이야기꾼 천명관 작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


천명관 작가의 《고래》, 정유정 작가의 《칠년의 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녀가 소개해 준 같은 작가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영화나 공연 보는 것을 좋하는 그녀에게 원작 소설보다 감흥이 더 컸다는 뮤지컬 <위키드>도 보고싶다.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하고,
어떤 방법이 정답이다, 옳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관심을 기울이고 경험하고 나니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된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느꼈던 절실함과 나눔에 대해 그녀 역시 현실에 분노하고 안타까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모습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책의 말미에 소개한 우쿠노 슈지의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세계문학상을 받은 이동원 작가의  《살고싶다》는 각각 살인 사건과 군대 폭력과 자살 사건을 다룬 책이다.

피해자의 고통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슴 쓰리고 먹먹한 이야기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 듣고 싶다.


그녀의 책사랑 이야..


이렇게 읽을 책은 또 늘어난다.


그녀를 브라운관에서 만나면 애정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이것 또한 책의 힘이다.


♡지성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캘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서민적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