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토닥토닥 글쓰기
《서민적 글쓰기》
ㅡ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글쓰기의 힘!
전에 읽은 서민 작가님의 서평집 《집나간 책》에 이어 또다시 작가님만의 친근함과 유머로 독서와 글쓰기의 재미를 주는 책 《서민적 글쓰기》를 만나다.
서민작가님 책은 쉽고 재미있다.
그리고 진솔하다.
서민 작가님 글을 접한 이후로는 어떤 모습을 봐도 친근하고 좋다.
이 책에서 서민 작가님은 자신이 실제 10여년 넘게 글을 써오면서 겪었던 실패담과 글의 변화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냥 솔직함이 아닌 적나라한 솔직함으로 말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당당하게 밝힌다.
'나에게 왜 쓰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너무 못 생겨서!"라고.'
난 누가 봐도 못생겼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중학교 시절부터 길을 걸을 때 늘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녔다.
미팅이라도 나가면 내 얼굴을 본 여대생들은 깜짝 놀라곤 했다. 겉으로 놀란 체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 아팠다.
스스로 못생김을 자처하시지만 내 생각에는 못생겨서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여러 상황들이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게 만든 거 같다.
내성적인 성격에 매사 자신감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선생님들께 모멸감을 당하기 일쑤고..
모든 게 원망스러울 상황에서 열등감을 이겨내고 타인의 따뜻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편이, 글쓰기였다고 한다.
글쓰기가 삶을 바꾼다
저자는 자신의 지인이면서 글쓰기를 통해 삶을 고양시키고 있는 세 분을 언급한다.
PD이자 쌍용차 해고자분들의 먹먹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신 정혜윤 작가님, 직장여성으로 독서에세이 책을 내신 성수선 작가님과 이유경 작가님 세 분 모두 독서광으로 공감가는 글쓰기를 보여주는 분들이다.
직업도 성장과정도 다 다르지만, 그들에게 글쓰기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단어 한 문장 꾹꾹 눌러쓰면서 그들은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위로받고, 성장하고 있다.
맞다. 여기 글 쓰는 작가님들 역시 직업도 성장과정도 다 다르지만, 나와 그 분들에게 글쓰기는 삶의 일부 또는 전체다.
글을 통해 소통하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깊어져간다.
글을 쓰는 데 늦은 나이란 없다.
서민작가님이 글쓰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본격적으로 실천한 시기는 서른이 넘어서라고 한다.
서른 이후부터 10년 넘게 하루 두 편씩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책도 남부럽지 않게 많이 읽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글쓰기는 아주 조금씩 좋아졌다. 더불어 어린 시절 그늘진 생각들은 글쓰기의 좋은 소재로 바뀌어갔다. 글쓰기가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첫 출간의 실패가 가져다 준 수확
서민 작가님의 첫 책은1996년 출간한 《소설 마태우스》다. 마태우스는, 독일 축구선수 이름으로 저자의 필명도 마태우스로 정했었다. 하지만 축구선수 마태우스를 아는 사람이 드물어 무슨 뜻인지 묻는 사람이 많아 '마침내 태어난 우리 스타' 의 줄임말로 소개했다고 한다.
서민 작가님은 자신의 첫 책 《소설 마태우스》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실패작이라 말한다.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라고. 자신의 책을 적나라하게 비평한다.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주제도 불분명하고 객관성도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분석한다.
첫 출간의 실패가 가져다 준 수확은 어린 시절 잠자고 있던 저자의 독서 유전자를 활성화해주었다는 점이다.
가끔 코딱지 같은 게 붙어있던 대여점 책도 마다않고 책 읽는 재미에 빠져 틈만 나면 책을 읽고, 걷는 동안에도 책을 읽었다는 데서 공감의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서민 작가님 하면 전공 분야이신 기생충을 빼놓을 수 없는데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2002년에 나온 《기생충의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이라는 기생충을 주제로 쓴 책 두 권은 '깨끗이 말아먹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후 한차례 책을 더 냈으나
"이제 책 좀 그만 내면 안되겠니?"
라는 어머니의 말을 끝으로 8년간 책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집필하게 되는데 삼겹살을 소재로 한 첫칼럼이 욕을 바가지로 먹고 1년이 되는 시점에 그만두게 된다.
이후 10여 년의 지옥훈련을 마치고 쓴 《서민의 기생충 열전》으로 기생충계를 평정하고, 최근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를 출간하여 더 강력한 기생충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낸다.
나에게 글쓰기는,
솔직함이다. 간결함이다.
꾸준함이다. 비유하기다.
돌려까기다.웃기기다.
정확함이다.삐딱함이다.
ᆞ
ᆞ
지옥훈련이다!
수긍이 되는 서민 작가님의 글쓰기다.
서민 작가님 글에는 이 모든 게 담겨 있다.
내가 서민 작가님의 서평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민 작가님만의 특징
알라딘 서재에서 로쟈 이현우작가님을 제치고 1등했다고 좋아하시는 서민 작가님.
"내가 말이야, 알라딘을 평정했어! 로쟈님이라고 혹시 알아? 아, 그 유명한 서평가 있잖아. 그 사람이 내 밑에 있었다니까."
안다. 로쟈 이현우 교수님의 어마어마한 서평을.
140여 권의 생소한 책에 대한 묵직한 서평집
《책을 읽을 자유》를 리뷰했을 때의 그 충격을;;
다시 펼쳐봐도 여전히 후덜덜하다..
이현우 교수님 서평집에 기가 잔뜩 눌린 나를 토닥여주고 웃게 해준 책이 바로 이름도 깜찍한 서민 작가님의 《집 나간 책》이었다.
알라딘 블로그에서 활동할 때 서민 작가님의 글이 인기를 끈 이유를 '유머의 힘'이라고 한 적이 있다.
말씀은 자신이 무지해서 쉽게 쓰는 거라 하나 서민 작가님 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서민 작가님의 유머 속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만의 안목과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신을 낱낱이 고해바치는 솔직함.
이것이 서민 작가님만의 특징이다.
허구인 소설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솔직한 글을 쓰자. 체면 때문이든 뭐든, 불리한 대목을 어설프게 포장한 글은 아무런 동정이나 감동도 주지 못한다.
그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아는 만큼 솔직하게 쓰자.
나만 무지하고 딸리는 거 같아 글쓰기를 회피하게 될 때가 있었는데 그러지 말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지 1년도 채 안됐는데
서민 작가님처럼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꾸준히 써야 할 것 아닌가.
독서와 글쓰기
서민 작가님은 글쓰기 지옥훈련의 방법 중 하나로 '노트와 연필을 끼고 살 것'을 권한다.
시상이란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며, 한번 사라지고 난 뒤에는 다시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상이 떠오른다면 재빨리 노트와 연필을 꺼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이건 다행히도 잘 실천하고 있다.
글을 쓰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다른 짓을 하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글을 쓰게 만드는 힘, 인내심.
인내심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민 작가님은 글 쓰는 데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독서를 꼽는다. 동감한다.
책을 읽으려면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 집중력으로
몇 백 쪽이 넘는 책을 읽다보면 인내심이 길러져, 오랜 시간 앉아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나같은 경우는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문이나 리뷰 쓸 때 더 집중해서 오래 앉아 글을 쓴다.
어찌됐든 독서는 글쓰기와 친화력이 강하다.
경험이 많으면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고, 자기 생각이 있으면 글쓰기도 잘한다. 하지만 삶이란 유한한 법이고, 온갖 경험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직접 겪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간접 경험이라도 많이 하면 자기 생각이 만들어진다.
뭐 직접 그 곳에 가야만 경험인가.
비행기 타고 먼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기도 하지만
그럴 때 나는 박준 작가님의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간접 여행을 떠난다.
쉬운 글의 미덕
서민작가님이 생각하는 쉬운 글쓰기의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해 못하는 얘기는 아예 꺼내지 말자.
모르는 얘기는 쓰지 말자. 그 대목이 글에 꼭 필요하다 해도 다른 내용으로 대체하든지, 자기가 이해한 부분만 써야 한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쓰면 글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둘째,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긴 말이 알아듣기 어려운 것처럼 문장도 길어질수록 어려워진다. 글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니, 이왕이면 유식해 보이고 싶고, 그럴 필요가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진정한 목적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은 짧게 쓰는 게 맞다.
쓸데없이 유식하게 보이려고 문장을 길게 쓰지 말자.
셋째, 적절한 비유를 활용하자. 좋은 비유는 글을 쉽게 만든다. 기생충이 알레르기를 감소시킨다는 글을 쓴다고 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비유를 추가하면 훨씬 이해가 빨리 된다.
비유를 하면 이렇다. 밥솥 안에 상한 밥이 있다. 그 밥을 먹으면 100% 탈이 난다.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배아픈 게 낫다고 생각해 밥을 먹으려 하는데, 기생충들이 밥솥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고 앉아 우리는 못 먹게 하고 자기네만 먹어버려 우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째, 대화체를 이용하자. 문어체보다는 구어체가 훨씬 더 잘 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적인 내용을 대화체로 하는 것이 글을 쉽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 작가님의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예로 들면,
인간과 오래 같이 산 기생충들은 사람 몸에 들어오면서 신호를 보냈다.
"어이! 나여 나. 십이지장충. 나 알지?"
숙주도 화답했다.
"어, 자네구만. 방 따뜻하게 해놨으니 편히 쉬다 가."
이렇게 기생충과 십이지장충의 대화체로 이해와 더불어 깨알 재미를 준다.
쉽게 쓰자.
없어 보이는 게 두렵겠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쉽게 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방면의 진정한 고수라는 것을.
이 말 속에는 아는 만큼만 솔직하고 진솔하게 쓰라는 의미와 더불어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쓸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내공을 키우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리뷰글은 서평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서평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퓨쳐 작가님 정도의 깊이와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리뷰글은 매거진 제목처럼 '책 사랑 이야기'나 읽은 책을 잊지 않기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글 어디쯤 된다.
서민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무척 쉬운데다 책을 빙자해 하고픈 얘기를 하는' 그런 글이면 좋겠다.
부족한 리뷰글을 항상 챙겨봐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브런치의 고마운 작가님들.
언젠가 지성 작가님께서 내게,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독창적인 책의 안내자가 되라'는 귀중하고 설레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단 몇 사람이라도 내 책 소개글을 읽고 공감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함께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책읽기와 글쓰기가 또 어디 있을까.
책읽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도..
삶을 바꾸는 글쓰기의 힘을 믿는다.
글쓰기는,
논문을 써야 하는 학생에게는 미래이고,
내일 아침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김과장에겐 밥벌이다.
피 끓는 청춘에게는 연애의 방법이며,
누군가에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마음의 위안이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자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