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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ug 28. 2016

실천을 부르는 책 《아비 그리울 때 보라》

ㅡ '별을 보기 위해선 고개를 들어야 한다'

아비 그리울 때 보라》 김탁환 산문집


처음 제목과 표지를 접했을 때는 편지나 수필 느낌이 강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220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 속에 두고두고 삶의 지침이 될 만한 묵직한 글들로 꽉 차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에는 멀리 시집간 딸에게 소설책을 필사하여 선물로 안긴 아버지의 마음처럼 귀하고 소중하게 읽어주길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혼한 딸이 아우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친정에 와선 <임경업전>을 베끼다가 마치지 못하고 돌아간다. 아버지는 소설 애독자인 딸을 위해 종남매와 숙질까지 불러 함께 필사를 마친 뒤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
"아비 그리운 때 보라".
소설을 받아본 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손끝으로 아버지의 글씨를 만지며 고마움의 눈물을 쏟지 않았을까. 여기서 소설은 몇천 원의 상품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다. 소설이 이렇듯 인간과 인간을 잇는 선물이라면 평생 매진할 만하다고 느꼈다.

          -'필사의 핵심은 공감과 자발성이다' 中


두 페이지 남짓되는 각 장은 소제목

'비상은 파괴요, 설렘이다',

'인생의 잡음을 내면의 울림으로 이끌라',

'실패한 곳으로 돌아가고, 성공한 곳은 떠나라',

'삶은 내가 쓰는 문장 속에 있다',

'글을 쓰는 한 우리는 젊은 영혼이다',

'글도 춤도 결국 발바닥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이야말로 올바름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일지니',

'벼랑에 매달려 손을 놓는 이가 돼라' 등

삶의 지침이 될 만한 문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각 장의 말미에는 내 인생의 책이기도 한 《그리스인 조르바》, 《어린왕자》부터

읽어보고 싶은 책들 《숲에서 우주를 보다》, 《눈물이란 무엇인가》, 《그의 슬픔과 기쁨》, 《한국탈핵》, 《서민의 기생충열전》, 《레논 평전》, 《어제의 세계》, 《밤의 화가들》, 《그림 여행을 권함》, 《대멸종》,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

그리고 저자 자신의 책 《목격자》,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책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트뤼포》,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이븐 바투타 여행기》, 《휴보이즘》, 《유라시아 신화 기행》, 《백범일지》 등 약 60여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


별을 보기 위해선 고개를 들어야 한다.


이 책의 Intro는 세월호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자는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를 잊지않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끝없는 물음은 얼핏 헛되어 보이지만 이보다 변화무쌍하고 강력한 무기는 없다. 인간에겐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악착같이 질문할 자유가 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물음을 화두로 회상록을 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을 다룬 이야기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으로 감쌌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지난 1년 동안(이 책을 쓴 2015년 기준) 세월호 참사 관련 행사에서 가장 많이 외친 구호다.  떠올려 보라, 1년전 4월16일 당신에게 각인된 풍경들을!
적어보라, 그 사건과 이어진 추악한 단어들을! 여전히 많은 부분은 또렷하지만 어떤 장면은 흐려졌고 검은 구멍으로 바뀐 곳도 있다. 망각은 힘이 세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론 부족하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 저자는 그 해 진도 팽목항에서 밤을 보냈고 세월호 참사를 품고 설명하기 위한 간절한 질문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세월호 참사의 물증과 기록을 모아 세월호 선체 인양과 침몰을 둘러싼 진상 규명의 절실함을 촉구한다.


단원고 희생자들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단테가 쓴 『신곡』의 마지막 부분이 떠올랐다.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 모두 별을 언급하며 끝난다. 지난 1년 우리는 가여운 영혼들이 사라진 바다를 아픈 질문을 쏟아내며 들여다보았다. 절망의 끝, 울분의 끝, 사무침의 끝이 거기에 있었다. 별을 보기 위해선 고개를 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서 별이 되었다는 문장은, 그 하늘 아래에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외면하는 짐승이 아니라 질문하는 인간이 되자.
글로도 묻고 그림으로도 묻고 노래로도 묻자.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준비하자.

무섭고 슬프고 아파서 외면하고 싶더라도 목격자답게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구경꾼의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스러져간 생명을 위해 잠시라도 눈을 감자. 목격자가 되자.


나는 이 책을 '책을 부르는 책'이라는 부제 대신 '실천을 부르는 책'이라 부르고 싶다.

소개한 책들을 찾아읽는 것도 실천이지만 아주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몸을 일으켜 세우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나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에 대한 서명도 하고 노란 리본도 조심스럽게 챙겨왔다.


어느새 2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곳에 들어서니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다.

온라인상에서 접한 자원봉사자 곽서영님 글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곳을 '섬'이라고 불러요. 높은 빌딩, 하루에도 수천 수백 대씩 지나다니는 차. 매일같이 북적이는 서울 한복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딴섬요.


한적한 모습에 스산한 기운마저 감도는 이 곳에는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 촉구를 위한 서명대, 노란 리본 공작소, 1인 피켓팅하는 분, 아직도 차디찬 물 속에 있는 9명의 사진, 그 중심에 묵묵히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을 힘겹게 이어나가는 분들이 있다. 죄스러워서 차마 그분들의 모습은 찍을 수가 없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알고 있으나 광장의 모습은 처음인 아이에게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쓸쓸한 광장을 뒤로 하고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김탁환 작가의 신간 《거짓말이다》를 사기 위함이다.

대개 도서관에서 빌려 오래 곁에 두고 읽고싶은 책은 구입하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당장 사서 보고 싶었다.

저자 인세는 전부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을 위해 기부된다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겉날개 안쪽의 문구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이 책은 진도 맹골수도에서 희생자 수습과 수색을 위해 최전선에 나섰던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김탁환 작가님은 실제 세월호 구조현장에 참여했던 김관홍 잠수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이전에 조선 후기 조운선 침몰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목격자들》을 계기로 '416의 목소리' 팟캐스트에 참여하게 되고 김관홍 잠수사를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의 모델이 된 김관홍 잠수사는 완성된 책을 보지 못한 채  잠수병을 비롯한 후유증을 앓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지난 6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딱 한 번, 제가 던진 질문들이 맹골수도 그 바다를 부표처럼 둥둥 떠다니는 꿈을 꿨습니다.
엄청 많았습니다.
제 꿈에 찾아든 꽃들은 모두 질문으로 만든 꽃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사람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 겁니다.  

                                    ㅡ 《거짓말이다》 中에서


무지와 무심한 일상을 반성해야 한다.


아니, 반성에서 그치지 않고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삶이길 바란다.


한동안은 머리가 무겁고 가슴도 무거운 밤이 될 것 같다.


인생이란 내면의 소리를 만드는 나날이 아닐까. 세상의 소리는 많지만 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소리는 지극히 적다. 어떤 소리는 매일 찾아와도 스치듯 사라지고 어떤 소리는 일생에 단 한 번 닿더라도 심신을 온통 울려댄 후 내 안에 머무른다. 그렇게 바뀐 내면의 소리는 또 언젠가 바깥으로 흘러나가 타인의 영혼을 울리고 그 내면에 둥지를 튼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이 신비로운 안과 밖의 공명(共鳴)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ㅡ 《아비 그리울 때 보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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