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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Oct 28. 2016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ㅡ '느림'과 '함께'의 가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시모나 물라차니 그림ᆞ엄지영 옮김


이 가을,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책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책들은 낙엽처럼 쌓여만 가고..

활자는 안 들어오되 사색은 깊어지는 이런 때,

가볍게 읽고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들을 찾아 본다. 부담없이 들고 다니며 읽고 사색할 수 있는 시집이나 삽화가 담긴 어른들이 읽는 동화도 좋다.


손에 잡히는 작은 사이즈에 100페이지도 채 안 되는,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린 얇은 책 두 권.

칠레 출신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와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전에 루이스 세풀베다 작가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제목은 낭만적이나 내용은 연애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노인과 대비되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야만성을 다룬 소설이다)도 짧은 소설이지만 굉장히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다.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와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이 두 권의 책우화 형식을 빌려 우리의 삶을 성찰케 다.


먼저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부터 소개하자면, 이 책은

'달팽이는 왜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거예요?'

라는 손자의 질문에서 시작다.

손자들에게 이야기하듯 친근한 말투로 전개되는

달팽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던 것들은 무엇인지,

자칫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을 던져다.


대부분의 달팽이들은 자신들이 느린 것에 대해 한숨을 지으며 체념하고 살고 있었지만, 이 중에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던 달팽이가 있었다.

하지만 주변 달팽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그가 따지려 들 때마다,


"세상이라는 게 원래 다 그런거 아냐? 그저 납매나무나 민들레, 그리고 다람쥐와 까치의 이름만 알아도 우리가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잖아. 더군다나 이곳만 해도 '민들레 나라'라는 이름이 있는데 왜 자꾸 저러는지 모르겠네."

라고.


'평생 똑같은 일과 동작,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관습적인 삶에 대해 달팽이들은 의문을 가져본 적도 의심한 적도 다.

반복되는 일상에 길들여진 달팽이들과 달리 왜 자신들이 느린지, 왜 이름이 없는지 알고 싶어하는 달팽이는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떠다.


'달팽이들이 느린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네 이름, 너만이 갖는 이름은 너라는 존재를 특별하고 분명하게 만들어 줄 테고. 생각해 봐!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달팽이는 느릿느릿, 아주 느릿느릿 길을 가다 '기억'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북이를 만나게 다. '모든 걸 기억 속에 담아두기 위해' 몸집이 커진 거라고 말하는 거북이는 지난 날 인간 세상에서 아이들의 보살핌 속에 행복하게 지내던 시절을 얘기해 다.


"그런데...인간들은...자라면서...다 잊어버리고 만단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어른이 될수록 자신한테 무관심해지고 자기를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거 같아 혼자 집을 나오게 된거라고 말하는 거북이. 그렇게 거북이는 인간의 망각으로부터 오는 길이었다.

거북이는 달팽이에게 '반항아'라는 이름을 지어다.

인간 세계에서

'그렇게 빨리 하려고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꼭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지는 걸까?'

처럼 거북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반항아라고 부르기에.

그러면서 거북이는 달팽이에게 중요한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그를  위에 태우고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다.

그들은 달팽이들이 이 세상의 끝이라고 하던 들판 가장자리에 도착다. 그 곳에서 그들은 인간들이 기계를 동원하여 들판을 아스팔트로 뒤덮고 그 위를 차가 달리고 숲을 파괴하는 장면을 목격다.


"인간들은 두 발로 걸어다니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ㅡ너무 느려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야ㅡ쇠로 된 동물을 타고 다니기를 훨씬 더 좋아해. 그 동물이 빠르면 빠를수록 인간들은 더 탐을 내지. 그 힘센 동물들이 편안히 다닐 수 있도록 들판을 아스팔트로 덮고 있는 거야."


'두려움'을 느끼는 달팽이에게 거북이는 말다.


"진정한 반항아라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맞서 싸워 이겨 내는 거야."


그리고 알려준다.

만약 달팽이가 느리지 않았다면 둘의 만남은 절대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닥칠 위험을 알려준 거북이의 말을 들은 달팽이는 달팽이 친구들에게 알려주기로 결심한다.


"그런...결단력을...가진 걸 보면...너는...진정한 반항아야..."


반항아 달팽이는 달팽이들이 살고 있는 납매나무를 향해 가던 길에 만나게 된 개미들과 딱정벌레, 지렁이, 두더지 친구들에게 곧 닥쳐올 위험을 알려다. 그들은 달팽이의 느린 움직임에 고마움을 표한다.


고마워. 만약 네가 도마뱀이나 메뚜기처럼 빨랐다면 그 장면을 보지도 못했을뿐더러, 우리들에게 알려주지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정작 달팽이들은 반항아 달팽이의 말을 믿지 않다.


"정말 골칫덩어리 반항아일세.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 자리에서 증거를 내놓든지, 아니면 입 닥치고 당장 여길 떠나!"


뒤늦게 납매나무의 가지 꼭대기에 올라가 직접 시커먼 아스팔트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 반항아 달팽이를 따라 나선다.


"당장은 아쉽지만 민들레 나라를 떠나야 해.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 없어. 다른 곳을 찾으면 되니까. 자, 우리 모두 기운 내고, 새로운 민들레 나라를 향해 떠나도록 해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여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다.

불신하는 달팽이, 중도에 포기하는 달팽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달팽이, 희망을 모두 버리고 영원히 잠들고 싶어하는 달팽이..

그럼에도 반항아 달팽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갈 것이라는 강렬한 의지를 불태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새로운 민들레 나라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도 모르니까요. 더구나 가는 도중에 우리가 어떤 위험에 부딪힐지,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다 같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찾는 새로운 민들레 나라는 앞에 있지, 뒤에 있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저와 함께 가든지, 아니면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든지 알아서 결정하세요.


절반도 안 남게 된 달팽이들은 마침내 느릿느릿, 아주 느릿느릿하게 숲의 빈터에 있는 나무의 굵은 밑동을 향해 다가가게 된다. 달팽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허연 점액들이 반짝거리면서 길처럼 이어져 있다.

'고통의 흔적이면서 희망의 자취이기도 한' 그 자국을 따라 민들레 이파리가 무수히 돋아난다.

끝까지 함께 한 달팽이들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민들레 나라에 도달한 것다.


"들판을 돌아다니며 전 정말로 많은 걸 깨우칠 수 있었어요. 특히 느림의 중요성을 말이죠. 그리고 아주 힘든 경험이긴 했지만 이번에도 아주 소중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됐어요. 민들레 나라는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간절한 마음속에 있다는 걸 말이에요."




느리기에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느리기에 만날 수 있는 인연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정체된 듯 하고

점점 무거워지는 삶이라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 길

간절함 속에 이루어내는 꿈이

혼자가 아닌,

함께 하기에 더 힘이 나고

가치 있어지는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성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캘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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