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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Nov 09. 2016

사색에서 실천으로

ㅡ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계절 탓으로만 돌리고 싶었는데 더욱 스산하기만 한 현실에 가만 앉아서 책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본 신영복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16년 1월15일 신영복선생님은 별세하셨지만         선생님의 깊은 울림과 가르침은 글로 영원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그 당시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젊음의 손때가 묻어 있는 책입니다.

책표지 다음  손글씨와 함께 96학번 1학년 시절 같은 과 운동권 선배가 과대였던 친구에,

친구가 다시 저에게 준 귀중한 유산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읽다보면 적어도 살과 피는 될 거라 믿으며..'
같은 이해, 같은 운명으로 연대된 '한 배 탄 마음'은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지혜이며, 한 포기 미나리아제비나 보잘것없는 개똥벌레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열린 사랑'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되라고 한다면 나는 산봉우리의 낙락 장송보다 수많은 나무들이 합창하는 숲속에 서고 싶습니다. 한 알의 물방울이 되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 바다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지막한 동네에서 비슷한 말투, 비슷한 욕심,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싶습니다.

                           ㅡ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中


잊고 있었던 대학시절 추억의 한 부분을 되새겨 봅니다.

멋모르고 운동권 선배들 쫓아 데모 행렬에 껴서 화염병 최루가스에 눈물콧물 쏙 빼고 정신 못차렸던 기억.

 닭장에 들어갔다 온 선배 얘기를 영웅담처럼 들었던 기억.

사회부 선배들과 지하 학회실에서 의지에 찬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떠오르고..


박노해님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첫마음'

이 구절만으로도 가슴 뛰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다시
                        ㅡ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이 희망이다.


외면해서도 안되고, 외면할 수도 없는 분노의 현실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부끄러운 맘 꺼내놓고 기댈 수 있는 따뜻한 공간 하나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발 벗고 나서야 할 때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야 함을 잘 알고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야겠습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혼자만 쓰고 있는 우산은 없는가를 끊임없이 돌이켜보는 엄한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ㅡ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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