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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Dec 02. 2016

함께 잘사는 삶이란..《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ㅡ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다

초판 발행일 1993년 5월 15일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더불어 곁에 두고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밑줄 긋고 싶은 부분들이 많아져 결국 구입하게 된 책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예전에 느낌표 선정 도서였기에 이미 집에 소장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책 나온지 한참 됐지만 지금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책이다.


이 책에는 두께가 얇다고, 농사꾼이 쓴 책이라고 결코 얕볼 수 없는 삶의 혜안과 깊이가 담겨있다.


신경림선생님이 쓰신 서문에 저자의 이름에 얽힌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 친구는 이름은 전우익이면서 만날 좌익만 안 하는기요."


한때 저자는 청년운동을 하다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년 간의 수형 생활과 주거제한을 당하는 보호관찰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후 고향인 경북 봉화마을에서 한평생을 농사 지으며 살아가셨다고 한다.

책 속의 전우익(1925~2004. 12. 19) 선생님 사진


이 책은 저자의 벗(현기 스님, 현숙 보살님, 현응 스님)과 9년 동안 주고 받은 편지가 담겨 있다.


'물을 푸지 않으면 샘이 말라 버리듯 편지를 쓰지 않으면 생각까지 말라 버릴까 두려워'

편지를 썼다는 저자의 말에

생각이 말라 버릴까 두려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대치시켜 본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는 제목부터 지금의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지금 우리가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나서는 것도 혼자만 잘 살기 위한 게 아닌 당신과 내가, 그리고 우리가, 더 나아가서 우리의 아이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 행동이기에.



"저 나무 좀 보세요. 춥고 먼 길을 가자니까 될 수 있는 대로 간편한 몸가짐을 해야 겠어서 잎을 다 떨쿼버리는 걸 말이에요. 사람한테는 왜 저런 지혜가 없을까요."


"무얼 했다고 살면서 쓰레기까지 냉기니껴. 쓰레기라도 안 냉기고 살 생각이래요."


"물자가 너무 흔해요. 쓸데없이 많아요. 나만이라도 좀 덜 흔하게 살고 싶어요."


신경림 선생님께서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분으로 지칭하셨듯이 저자는 나무와 풀을 좋아하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간소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산 경험에서 나오는

살아있는 교훈을 준다.



덥지 않은 여름이 없고, 춥지 않은 겨울이 없듯이 역사도 수월할 때가 없었습니다. 역사란 그때마다 어려운 문제 하나 둘 쯤 안겨 사람들을 부추기고 시험하나 봅니다. 언제 어떻게 풀어 가는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역사란 참 짖궂은 것 같기도 한데 인간들의 오만과 퇴화를 막고 애국과 매국, 알맹이와 쭉정이를 선별해 내는 체 같기도 해요.
역사는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어떻게 뚫고 왔는가 하는 것이 역사 같고, 이어가는 것이 현재를 옳게 사는 방법 같습니다.  수많은 호미질에서 꾸덕살이 생기듯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민족의 마디와 저력이 돋아나는 것 같습니다.


역사와 현실이 잘 어우러져야 제대로의 삶이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어떠한가.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왜곡하고 현실에서는 꼼수를 부리고 여전히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박노해님의 '정직한 절망이 희망이다'라는 시 구절을  떠올려본다.

어느 시대에나 크고 작은 절망적인 상황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은 어떻게든 시련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변혁의 '주체'가 되어 행동하고 있다.

길어질지도 모르는 싸움이지만 절망 앞에 희망의 외침은 사그라들 수 없다. 절망의 상황에서 외치는 희망이기에 더욱 간절하다.

우리 스스로 밝은 빛과 뜨거운 열기를 내어 세상을 바로 잡고 부정한 기운을 몰아내고자 내일도 발길은 역사의 너른 광장을 향한다.



우린 비록 작고 작을지라도 발광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빛과 열을 내어 세상을 덥히고 밝히는 발광체가 되어, 서로 어울려 세상도 밝히고 스스로와 세상 안에 있는 몹쓸 것들을 녹여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만이 아닌 함께 잘 사는 살맛나는 삶,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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