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이 되어버린 사랑
“연희니? 나 지금, 너네 집 앞인데..잠깐, 잠깐만 내려와.. 줄래?..으응?"
늦은 밤, 형식은 그녀를 불러낸다. 언뜻 들어도 술에 취한 목소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만 형식은 우산도 없이 아파트 입구의 공중전화박스를 나선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비틀비틀 걷던 그는 연희의 집 앞 화단에 털썩 앉는다.
그녀는 겉옷을 대충 걸쳐 입고 현관에서 장우산 하나를 챙겨 5층 아파트 계단을 내려간다.
며칠 전 일이 그녀의 머릿 속을 스친다.
ㅡ
“오빠, 난 그럴 수 없어.”
연희는 형식의 애원에도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왜, 왜 안 된다는 건데. 걔랑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나한테도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될까?
내가 더 잘할게. 걔 너한테 무신경하다고, 같은 과 여자애들 더 잘 챙긴다고 서운해했잖아. 그런 널 보면서 내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연희와 같은 과이자 그녀의 남자친구인 지섭은 3학년이 되어 군대 가기전까지 국교과의 과대표였다.
그는 한 명의 여자친구보다 동기인 친구들과 귀여운 후배들을 챙기기에 바빴다.
여자 후배들은 ‘지섭 오빠~’ 또는 ‘지섭 선배님~’하며 앵앵대는 목소리로 지섭을 따랐다.
지섭은 소위 운동권 학생이었다. 연희는 생각없이 그를 따라 갔다가 화염병 최루가스에 눈물콧물로 뒤범벅 되기도 했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그녀는 마냥 행복했다. 지섭과 함께일 때면 그녀 자신도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후배들이 함께 모여 뒷풀이 하는 자리에도 그녀는 빠지지 않고 지섭과 함께 했다.
과 동기들의 아지트인 학교 앞 술집 ‘하얀집’에서 지섭은 시대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을 동기들과 주고 받았다.
그녀는 지섭의 그런 열정적인 모습을 사랑했다.
지섭이 군대 가기 며칠 전, 과 동기들과 선후배들은 ‘햐얀집’에 모여 송별회를 했다.
너나할 것 없이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한창 술잔이 오가고 남자 후배인 영훈은 소주병에 숟가락을 하나 꽂아 그의 앞에 들이밀었다.
“선배님, 이쯤에서 노래한 곡 불러주시죠.”
술기운에 얼굴이 벌게진 지섭은 후배를 향해 씩 한 번 웃더니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그 노래는 남자 동기들이 즐겨 부르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였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날의 꿈이여.’
마지막 소절에 여자 후배들이 여기저기서 훌쩍거렸다.
지섭은 그런 여자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이내 힘찬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
“내가 죽으러 가냐? 2년 반 금방 가. 헛되이 보내지 말고 나 대신 우리 국교과 잘 지키고 있어라.”
다시 웃고 떠드는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된 것일까, 여기에선 온통 사람들 신경쓰느라 정신없는데.. 군대가면 내 생각 많이 해주지 않을까.’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테이블을 다니며 후배들과 동기들에게 한마디씩 하고 있던 지섭이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미안해, 연희야. 내가 과 일 한다고 너한테 많이 서운하게 했지? 그래도 내가 이성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연희 너 하나뿐이야.”
지섭의 말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섭은 다시 일어서서 큰 소리로 한 마디 했다.
“이 노래는 연희에게 들려주는 노래다. 나 없는 동안 잘 부탁한다. 나의 사랑하는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아.”
환호성을 받으며 그가 나직하게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섭은 그 노래를 그녀의 가슴 속에 깊이 남기고 군대로 떠나버렸다.
그가 논산 훈련소에 들어가던 날도 그녀는 펑펑 울었다.
훈련소 가는 길에 동행했던 남자 동기가 짓궂게 한 마디 던졌다.
“군대 가는 날 우는 여친은 백프로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던데.”
그 말 때문에라도 그 당시 그녀는 어떤 남자가 파고 들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ㅡ
“연희야, 여기.”
계단을 내려오며 생각에 빠져 있던 그녀를 형식이 먼저 발견하고 손짓한다.
연희는 우산을 펼쳐 들고 술 냄새, 비 냄새에 흠뻑 젖은 형식에게 달려간다.
형식은 머리를 흩날리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연희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가게 사장님이랑 현주랑 술 마시는데 네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그래서 왔어.”
연희는 그런 형식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생각한다.
'이 사람과의 만남은 우연일까, 운명일까,아님 운명이 날 시험하는 걸까.'
ㅡ
연희는 지섭이 군대 가고 6개월이 다 되어간 즈음, 휴학계를 내고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카페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던 현주와 형식이 카페에 처음 찾아온 날, 연희는 당연히 그 두 사람이 커플인 줄 알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조금 하다 보니 둘은 서로를 남자사람친구, 여자사람친구라고 불렀다.
형식은 사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어서오세요” 라고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연희를 보고 호감을 가졌었다.
연희는 형식을 처음 만난 날 혹시나 싶어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다는 말을 했다. 괜히 자신에게 마음을 주는 일이 없길 바라서였다. 오히려 그게 형식에게는 자신이 채우고 싶은 빈 자리로 느껴졌을까.
지방대를 다니다 제대 후 잠시 휴학 중이었던 형식은 그 날부터 카페에 매일 찾아왔다.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바쁠 땐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퇴근할 때까지 있는 날은 그녀를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연희는 그저 자신을 편한 동생으로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극히 챙겨주는 형식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려가는 것 같아 때로는 형식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형식은 변함없이 연희를 찾아왔다.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 그녀가 좋아하는 꽃, 그녀가 좋아하는 책 등 매일매일 소소한 것들을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카페에서 일한 지 3개월쯤 됐을 때 그녀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형식이 고백해 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거절했음에도 형식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극한 정성도 사랑임을 보여주는 형식 앞에서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연희도 누구보다 잘 안다. 한 사람만 바라보는 그 마음을. 상대가 자신을 쳐다봐주지 않더라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는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혼자만의 외로운 사랑의 시간들을.
그녀가 기다리기 힘들 거라는 것을 지섭은 알고 있었던 걸까?
훈련소에 들어가던 날까지도 지섭은 연희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듣고 싶었다. 기다려달라는 그의 말을. 그러면 그녀는 그러겠노라고자신 있게 말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군대 가기 하루 전날도 그녀의 순결을 지켜주었던 그가 연희는 오히려 원망스럽기만 했다.
‘보지 않으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자신에게 절대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던 그녀의 다짐들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연희는 두려웠다.
ㅡ
또다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를 흔들며 형식이 다시 말한다.
“네가 일 관둔 이후로 네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어. 내 사랑도 좀 돌아봐주면 안되겠니?”
형식은 이내 흐느끼며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오빠, 많이 힘들었구나. 미안해, 난 오빠 마음을 어떻게 접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힘들어. 그리고 나..지섭이 아직 많이 사랑해..”
연희도 끝내 울먹인다.
잠시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 했다. 그러다 형식이 갑자기 뒤를 돌아 비틀비틀 달려가더니 골목길에 세워진 흰색 승용차의 백미러를 주먹으로 쳐서 박살을 낸다. 백미러는 순식간에 고개가 꺾여 전선이 기어 나온 채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형식의 주먹 쥔 손에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연희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오빠!”
연희는 일단 달려가서 자신이 입고 있는 겉옷 끝자락으로 그의 손을 감쌌다.
형식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치면서 또 다른 차를 향해 달려간다.
연희는 안되겠다 싶어 형식을 골목길 한쪽 어귀에 앉히고 형식의 친구인 현주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여기 좀..여기 좀 와주세요. 오빠가..엉엉.”
다행히 현주는 술에 취해 연희를 보러 가겠다는 형식이 걱정 되어 연희네 집으로 택시 타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몇 분 안되어 현주가 택시에서 내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형식을 연희와 함께 택시에 올려 태웠다. 현주는 연희에게 미안하다면서 택시 기사 아저씨를 재촉해서 떠났다.
그렇게 며칠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리고 형식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 날 일은 미안했다..널 찾아간 거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 안 난다.. 현주에게 들어서 알았어.. 차 백미러 수리비는 다음 날 찾아가서 차주한테 사죄하고 보상해주기로 했어..창피해서 당분간은 너 못 볼 거 같다.'는 내용이었다.
연희는 그 편지를 받고 다행이다 싶었다. 그 날 밤 형식이 갑자기 헐크처럼 변해버린 모습이 무서웠는데 사실대로 털어놓는 모습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한편으로는 그 동안 자신 때문에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음날.. 거의 매일 편지가 한 통씩 그녀에게 배달되었다.
오늘은 빨강, 내일은 노랑, 모레는 파랑..이런 식으로 색깔이 다른 편지지에 형식은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느껴왔던 감정, 매일매일 떠오르는 생각들..소소한 얘기들 속에 그녀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38번째 편지의 추신에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다.
‘네가 100번째 편지를 받게 되면, 다시 한 번 만나줄 수 있을까?”
50번째 편지가 도착할 때쯤, 그녀는 속이고 싶지 않아 지섭이 휴가 나왔을 때 지금의 상황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지섭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자신은 신경쓰지 말고 네 맘이 가는 쪽으로 선택하라는 그의 말이 연희는 서운했다.
그녀는 그와 이별하고 나서 한참 후에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지섭이 강하게 붙잡았다면 지금까지 헤어지지 않고 있었을까..?'
연희는 형식의 계속되는 편지에 어느 순간부터 오늘도 과연 올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형식에게 100번째 편지를 받는 순간, 연희는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형식에게 기울어 있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연희는 깜짝 놀랐다.
형식이 파란색 장미꽃 100송이를 한아름 안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기다렸어, 사랑해, 연희야.”
그가 파란 물결로 일렁이는 장미꽃을 내민다.
ㅡ
그렇게 그녀는 형식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그녀의 운명은 지섭이 아닌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형식의 지극정성은 식을 줄 몰랐고 그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연희는 행복하다고 믿었다.
형식은 다시 지방대로 복학하게 됐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녀는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형식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주말만 되면 빠짐없이 그녀를 만나러 올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형식과 만나기로 한 카페에서 그녀는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귓가에 낯익은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연희는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섭이 꼭 거기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형식이 카페에 들어섰다.
형식은 여전히 다정했지만 연희는 그의 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연희는 지섭이 보고싶어졌다. 한 번 보고싶다고 생각하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형식과 같이 있으면서도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아졌다.
형식은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다투는 일도 생겼다. 평일에는 떨어져 있다보니 푸는 일도 쉽지 않았다.
형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너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연희 넌 내 꺼가 아닌 것 같다.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바보같다. 그동안 내 맘 받아주느라 수고했다. 행복하라는 말 잘지내라는 말은 못하겠다. 나는 무척 힘들테니까.."
연희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결국은 그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고 헤어지게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ㅡ
지섭을 만나야만 했다.
과 동기들에게 물어 그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가 제대한지도 이 년이 지났다.
우리 만날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그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약속한 장소에 그가 왔다. 뭔가 많이 달라진 듯한 모습의 지섭에게 연희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여기, 되게 오랜만이다.."
연희의 말에 지섭은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 왠지 어색한 분위기에 연희는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져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았다.
테이블 위에 지섭의 반지갑이 눈에 들어왔다. 연희는 무심코 지갑을 열어보았다.
'무슨 기대를 했던 걸까..'
그녀의 사진이 꽂혀 있었던 자리에 낯익은 얼굴이 그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주은정..
기억난다. 그와 내가 CC였을 때 늘 우리 둘 사이를 선망의 대상처럼 바라봤던 우리 과 여자 후배. 예쁘지는 않았지만 단정하고 선배들에게 깍듯했던..그 애와 만나는구나.'
연희는 애써 태연한 척 지갑을 덮고 그에게 건넸다.
그가 말한다.
"연희 너랑 헤어지고 마음의 문을 닫고 지냈어. 제대하고 동기들과 후배들과 한동안 술만 마셨지. 그러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거든. 그때마다 은정이가 곁에서 많이 힘이 돼줬어."
지섭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연희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으며 그와 잔을 부딪힌다.
얼마나 마셨을까.
둘은 '하얀집' 을 나왔다. 벌겋게 취기가 오른 지섭과 술에 취해 흔들흔들 걷던 연희는 낯익은 골목길에 멈춰섰다.
지섭을 올려다 보는 연희의 눈에서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지섭은 그런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포개지고 둘은 마지막을 예감하듯 서로의 입술을 더 뜨겁게 찾았다.
ㅡ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형식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마다 요쿠르트를 건네주었다던 여학생과, 지섭은 연희가 지갑 속에서 봤던 여자 후배와 결혼했다.
사랑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서툴었던, 다시는 사랑같은 건 하지 않겠다던 그녀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사랑..
그때 우린 사랑이었을까.
그 시절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린 함께였을까.
우리는 이별하고 사랑하고 또 이별하기를 반복하며 사랑을 알아갑니다. 최종의 사랑은 그런 끝에 만나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환승역을 거치고 나서, 모든 것을 다 거는 뜨거운 순간을 지난 다음에 말입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고 그 사람의 종착역이 내가 아니라는 건 참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렇게 또 내가 하나를 배워 진짜의 사랑을 향해 가는구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우리 또 가보기로 해요.
ㅡ 정현주, 《다시, 사랑》 中
스윗소로우 <사랑 같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