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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an 10. 2017

누구였을까.


교실이다.


'얼마만에 아이들 앞에 서보는 거지?'


심장이 긴장감으로 요동친다.


낯익은 얼굴들이 있다.


'어떻게 여태 고등학생일 수 있지?'


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도 있고


비웃으면서 노려보는 아이도 있고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도 있다.


칠판 앞에 섰다.


"자, 오늘은.."


여기저기서 수군대기 시작한다.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판서를 하려고 칠판을 향해 돌아서자


교실 어디선가 깔깔깔 웃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홱 돌렸다.


아이들이 사라졌다.


그럴 리 없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좀전에 분명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사방이 칠흙같은 어둠에 갇혀 있다.


인적 하나 없는 곳에 흰 색 차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 차 안에 내가 있다.


황급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온통 검은색의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 쫓아온다.


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


'제발..'


왠지 잡히면 안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무작정 뛰었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분명 그 남자는 뛰고 있지 않음에도..


그가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에 손을 넣는다.


나를 향해 모래 가루같은 것을 사정없이 뿌려댔다.


앞이 안보인다.


'으아악!'


소리를 지르려고 하나 좀처럼 소리가 내질러지지 않는다.


'어서 소리를 내야 해.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올 수 있도록.'


두려움 속에서 계속 뛰었다.


옆에 여자가 걷고 있다.


손을 잡았다.


"저 좀 구해주세요."


손을 더 꽉 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무작정 뛰었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손의 감각이 이상하다.


분명 그녀의 손을 쥐고 뛰었는데 손에 찬 기운만 느껴진다.


그녀가 얼굴을 돌린다.


그 순간 정체모를 그 남자가 내 몸을 덮쳐왔다.


손을 허공에 대고 휘휘 저으며 사지를 허우적 댔다.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눈을 부릅 떴다.


누워있는 내가 다.




일어났는데 온몸이 돌덩이처럼 무겁고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다.


남편이 퀭한 나를 보고 말한다.


"무슨 꿈을 꿨길래 으헉 으헉 막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그래..무섭더라."


"소리가 났어? 막 소리 질렀는데 분명 소리가 안 나와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일찍일찍 자. 맨날 밤새니까 이상한 꿈 꾸고 자기 몰골이 말이 아니야.."


"......"



다시 찾아온 걸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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