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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Feb 04. 2017

《그리스 로마신화와 서양문화》 세번째 정리 노트

ㅡ 올림포스의 개성파들

《그리스 로마신화와 서양문화》 윤일권ᆞ김원익 지음


이번 글은 제4장(올림포스의 라이벌 - 아폴론, 디오니소스, 아테나, 아프로디테)까지 정리한 내용에 이어 제5장(올림포스의 개성파들 - 헤르메스,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입니다.




9. 상업과 도둑의 신 '헤르메스'

(그리스 신화 'Hermes', 로마 신화 'Mercurius')


 'Hermes'는 '돌 더미에서 유래된 자'라는 뜻으로 길가나 마을 어귀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와 관련이 있다.  'Mercurius'는 '상인'을 뜻하는 영어 'merchant'의 어원이기도 하다.


헤르메스는 '길'의 신이다. 고대 그리스의 길가나 동네 어귀에 세워져 있었던 '헤르메'라 불리는 수염 난 헤르메스의 얼굴 모양의 관이 씌워지고 남근이 두드러지게 솟아오른 돌기둥(아래 사진 참조) 은 우리의 장승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진태기'님 블로그

'헤르메'에 부각된 남근 상은 강한 신성을 의미하며 길손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믿었다.


그는 반갑고 고마운 동행자만은 아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는 길을 동행하는 것도 헤르메스의 몫이다. '프시코폼포스'라는 별명은 '혼령들의 안내자'라는 뜻이다.


헤르메스는 '목동의 신'이기도 하다.(양떼를 모으는 헤르메스의 형상은 '선한 목자' 예수의 이미지에 영향을 준 원형이라고 한다)


숫염소와 인간이 혼합된 형상(염소뿔 머리에 염소 꼬리와 발굽)으로 우람한 남근을 자랑하는 목축의 신 '판(Pan)'도 헤르메스의 자식이라고 본다. 그는 깊은 산과 숲을 무대로 행인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고 숲의 요정들을 희롱하는 심술꾼이다. ('공포'를 뜻하는 영어 'panic'은 판의 이러한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숲의 요정 '시링크스'는 왕성한 정욕을 발휘하는 판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다가 갈대숲으로 변신한다. 판들은 그 갈대로 피리를 만들어 연주하는데, 이 악기가 시링크스라고도 불리는 '팬플루트' 또는 '팬파이프'이다.


아폴론과 다프네의 추격전을 연상케 하는 '판과 시링크스' (루벤스 작품)


* 위에서 언급한 석상 '헤르메'와 '판'의 우람한 남근은 가축의 다산과 번식을 기원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헤르메스는 '도둑과 상인의 신'이다. 헤르메스가 태어난 동굴은 예로부터 도둑들의 훌륭한 은신처다. '알리바바의 도적떼'의 거처처럼.


그는 태어나자마자 아폴론의 소 50마리를 도둑질하는데, 소떼는 꼬리를 잡아끌어 뒤로 걷게 하고 자신의 발에는 덤불을 묶어 발자국을 숨기는 지략을 발휘한다. 나중에 들통이 난 후에는 아폴론에게 자신이 만든 악기 '리라'(거북이의 내장을 들어내고 소 힘줄을 연결하여 만든 현악기)를 선물하여 사태를 무마시킨다.


'헤르메스' 청동상(잠볼로냐 제작)과 현악기 '리라'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착용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헤르메스는 도둑질과 탁월한 거래 능력 덕분에 '제우스'의 전령으로 불리게 된다. 그는 아폴론으로부터 전령의 상징인 '케리케리온'이라는 마법 지팡이(머리엔 날개가 달려있고 몸통에는 뱀 두마리가 감겨있는)를 전수받는다.


헤르메스는 특유의 간계와 술책으로 제우스의 협상 역을 맡는다. 제우스를 거역한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가 사면을 대가로 제우스에게 협력할 것을 종용한 것도 그고, '하데스''페르세포네'를 납치했을 때 제우스를 대신하여 하데스와 담판 짓는 일도 그가 했다. '에리스의 사과'에 대한 심판권을 파리스에게 떠넘긴 것도 헤르메스다.


* 헤르메스는 조조와 같은 간계의 대가로 정평이 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조상이기도 하다. 대표적 기만술인 '트로이의 목마'도 오디세우스의 작품이다.


헤라의 질투로 암소로 변한 '이오'를 감시꾼 '아르고스'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어미를 잃은 '디오니소스'를 니사의 요정들에게 데려다 키우게 한 것도 헤르메스이다.


제우스의 해결사로서 헤르메스가 행한 업적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영웅 '헤라클레스'를 신의 반열에 오르게 하기 위해(인간의 몸에서 태어났기에) 헤라의 젖을 먹게 한 일이다. 헤라의 박해를 가장 심하게 받은 헤라클레스는 헤르메스의 그럴싸한 연기(헤라클레스의 얼굴을 가리고 헤라에게 젖동냥)로 헤라의 젖을 물린다. 아기의 얼굴을 본 순간 화들짝 놀란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가슴에서 밀쳐내게 된다. 이때 하늘로 튀어오른 헤라의 젖이 바로 '우유길(Milky Way)'라고 불리는 은하수이다. '은하수'는 헤라클레스를 향한 헤라의 증오심과 헤르메스의 간계가 어우러진 우주의 서사시인 셈이다. (p. 148)

이미지 출처 - NASA


* 은하를 뜻하는 영어 'Galaxy'에서 'Gala'는 우유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 호주에는 은하수 탐사를 위한 '헤르메스'(HERMES)라는 이름의 장비가 있다고 한다.



10.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그리스 신화 'Artemis', 로마 신화 'Diana')


태양의 신인 '아폴론'의 누이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다.(티탄 신족의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 셀레네도 남매지간이다)

우리의 민담에서도 '해님과 달님'은 오누이다. '누이 먼저 아우 먼저'하며 밤낮을 교대로 뜨는 해와 달은 사이좋은 오누이같다. 강력한 불빛을 뿜어내는 태양은 남성의 강인한 이미지를, 은근한 빛을 비춰주는 은 여성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상징한다.


주기적으로 모습을 바꿔가는 달의 형상은 생명을 잉태한 여성의 몸을 연상케 한다.(달의 공전주기는 여성의 생리 주기와 일치한다) '월경'을 뜻하는 영어 'menses'는 달의 여신 셀레네의 별명 'Mene'와 연관이 깊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해산의 여신으로 숭배된 이유이기도 하다.


* 소아시아의 목동 '엔디미온'과의 일화 - 아르테미스(또는 셀레네)가 잠들어 있는 미소년  엔디미온의 모습에 반해 입을 맞추고 그를 대신하여 초목과 양떼를 돌봐주었다.


디아나와 엔디미온(피에르 쉬블레라 작)


아르테미스는 풍요와 다산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상과 루벤스의 아르테미스


가슴에 주렁주렁 달린 유방은 아르테미스가 생명의 모태로서의 '위대한 어머니'라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그녀는 만물에게서 생명을 뺏는 무자비한 악마이기도 한,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적 존재다. 창조적이면서 파괴적이다. 초승달은 날이 갈수록 몸을 살찌우지만 보름달은 갈수록 몸을 갉아먹는다.


아르테미스는 영문도 모를 급작스러운 죽음을 내리는 섬뜩한 여신이다. 고대인들은 출산의 고통이나 아기를 낳다 목숨을 잃는 일도 아르테미스의 심술과 처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고 임신한 칼리스토를 아르테미스가 활로 쏘아죽였다는 설도 있다)


사냥길에 그녀가 아끼는 사슴을 죽인 아가멤논은 여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이피게네이아제물로 바친다. 7남7녀의 다자녀를 가졌다고 오만함을 떨던 니오베도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화살에 자녀를 모두 잃고 돌덩이로 변한다. (그녀의 잔혹한 복수를 면하기 위해 델로스의 여인들은 헌신의 증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아르테미스는 남동생 아폴론처럼 활의 명수다. 여신은 올림포스 궁전을 마다하고 화살통을 둘러메고 처녀 요정들과 산과 들을 자유롭게 누비며 사냥에 심취한다.


그녀는 문명을 박차버린 야생녀다.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녀의 세계이다. 여신은 모든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는 자연주의자자유주의자이다. 여신에게는 독립성이 곧 생명이기에 그녀는 처녀를 고집하는 처녀신이다.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에게도 처녀성을 강조한다. (이를 어긴 칼리스토가 여신의 가혹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아르테미스는 처녀성을 유린하는 강간 행위에도 단호히 맞선다. 요정 아레투사를 강간 위기에서 구해 샘으로 변하게 해주고, 어머니 레토를 겁탈하려한 거인 티티오스를 활을 쏘아 쓰러뜨린다.


순결한 처녀성을 고집하는 아르미테스는, 애욕의 포로가 되어 남성 편력을 일삼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는 상극 관계다. '자유부인'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자유를 추구한다. 사랑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몸과 마음을 맡긴다. 아르테미스는 이러한 감정으로부터도 자유로움을 꿈꾼다.


같은 처녀신이면서도 그녀는, 아테나와도 성격이 다르다. 아테나가 처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면, 아르테미스는 처녀의 독립성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를 벗어나 철저한 나홀로 삶을 고집한다. 여신은 아웃사이더다.


* '악타이온'의 처단 -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 테베의 왕자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신시키고, 악타이온은 자신의 사냥개들에게 물어뜯겨 죽는다.

(그녀는 '선녀와 나무꾼'의 로망스를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차가운 가슴을 지녔다)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쥐세페 체사리 작품)


아폴론처럼 아르테미스는 활을 즐겨 쏜다. 활은 먼 거리의 대상을 목표로 하기에 그녀는 숲은 보되 나무는 보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여신은 어렵사리 마음을 주었던 연인 오리온을 활로 쏴서 죽이는 과오를 범한다. (누이의 연정에 심통난 아폴론이 저 멀리 있는 괴물은 활로 못 맞힐거라며 약을 올리자 자존심 상한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인 줄도 모르고 시위를 당긴다) 아르테미스의 냉혹한 화살은 어김없이 목표를 꿰뚫는다. 괴물의 심장이 아니라 연인의 심장을. (p. 156)

오리온의 시신 곁의 아르테미스(다니엘 세이터 작품)


11.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그리스 신화 'Hephaistos', 로마 신화 'Vulcanus')


'Hephaistos'는 '불'이라는 뜻으로 땅 밑의 불, 즉 화산을 칭한다.  'Vulcanus'도 화산을 뜻하는 영어 'volcano'의 어원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 태어난 신이지만, 올림포스의 다른 신들에 비해 유난히 못생긴데다 다리까지 성치않은 불구의 몸으로 태어난 그를 헤라와 제우스는 하늘 밑으로 던져버린다. 렘노스 섬에 추락한 헤파이스토스는 더 심한 절름발이가 되고, 렘노스는 그의 성지가 된다.


헤파이스토스는 불의 신이다. 사람들은 화산 밑에 있는 대장간에서 팔뚝을 걷어붙이고 망치질을 하고 있는 그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귀족풍의 올림포스 신들과 달리 서민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신이다. 그의 거처는 화려한 올림포스 궁전이 아니라 덥고, 지저분하고 땀내 나는 땅 밑 대장간이다. 그는 '3D' 업종 종사자라 할 수 있다. (P.157)


올림포스에서 내던져진 그는 바다에 떨어져 테티스에우리노메 품에서 성장한다. 그는 분노를 삭이며 황금 의자를 헤라에게 보내는데, 그 의자에는 보이지 않는 그물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물에 갇힌 헤라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배필로 맺어주기로 약속하고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인다.

헤파이스토스 대장간에 온 아프로디테(르냉 형제 작품)


올림포스에 올라온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와 결혼 하지만 둘 사이에서는 자식도 없고, 아프로디테의 바람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바람둥이 미녀신을 볼품없고 서민적인 대장장이 신과 인연을 맺어준 것은 무리한 발상이었을까)


헤파이스토스는 끓어오르는 감정의 불덩이를  창조력으로 승화시킨다. 헤라를 향한 원한을 억제하며 황금 의자를 제작했듯이, 아프로디테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며 보이지 않는 그물을 짜낸다.


위대한 예술은 척박한 토양과 환경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신들의 멸시와 조롱을 감내하며 묵묵히 명작을 쏟아낸다.

올림포스 신들의 화려한 궁전 뿐만 아니라 무기

(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와 번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활, 아테나와 아레스의 창, 데메테르의 낫과 디오니소스의 술잔,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투구, 방패 등)도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헤파이스토스가 창작한 최고의 작품은 프로메테우스가 훔친 불을 넙죽 받은 인간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최초의 여성 판도라일 것이다.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경고를 까먹고 그녀를 품에 안게 되면서 인간의 고통과 질곡의 역사가 시작된다.


헤파이스토스는 비록 신들 사이에서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예술과 철학을 사랑한 아테네인들에게는 아테나 여신과 더불어 사랑을 받았다. (아테네 시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전인 '헤파이스테이온'이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볼품없는 용모에 불구인 헤파이스토스는 걸작을 창조하고 명인으로 거듭난다. 스스로를 명인으로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멀쩡한 몸에 명품으로 덧칠하기에 혈안이 된 이들은 '불구의 마이스터' 앞에서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인가. (p. 162)



12. 전쟁의 신 '아레스'

(그리스 신화 'Ares',  로마 신화 'Mars')


'Ares'의 어원은 불행, 재앙, 저주를 뜻하는 'are', 'ara' 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재앙을 상징하는 붉은 별 화성에  'Mars'가 붙여진다.


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다. 《일리아스》에서 아레스는 미치광이, 악의 화신, 파괴자, 피투성이의 살인마 등으로 묘사된다. 제우스도 자식들 중 그를 제일 못마땅하게 여겼다.


같은 전쟁의 신이지만 아레스는 아테나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아테나의 전쟁이 전략적이라면, 아레스의 전쟁은 맹목적이다. 아테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상으로 여기지만, 아레스는 싸움 그 자체를 즐긴다. 그래서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으로 불리지만 아레스는 전쟁의 신으로만 알려진다. 그는 항상 갑옷과 투구, 창과 방패로 완전 무장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레스의 마음은 항상 증오, 분노, 원망, 불평, 짜증, 저주, 질투, 심통, 복수심 등 격하고 악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을 다스리지 못하고 쉽게 폭발시킨다.


헤파이스토스는 끓어오르는 불덩어리를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예술가'로 거듭나지만, 아레스는 이를 파괴적 에너지로 폭발시켜 '폭력배'로 전락한다.


아테네 시에는 아레스가 남긴 유적 '아레이오스 파고스'(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가 있는데, 살인자를 심판한 법정으로 아레스는 자신의 딸을 겁탈한 포세이돈의 아들을 때려죽인 혐의로 이곳에서 올림포스 신들로부터 심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아프로디테의 정부로서 여신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다비드 루이스 작품)


아레스의 자식들도 그의 폭력성을 닮았다. '공포'와 '걱정'을 뜻하는 포보스데이모스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악당 키크노스플레기아스도 아레스의 자식들이다. (키크노스는 행인들을 습격하여 살인을 일삼다가 헤라클레스에 의해 처단된다. 플레기아스는 델포이로 가는 참배객에게 씨름을 걸어 죽이는 악당으로 아폴론에게 죽음을 당한다)

트라키아의 왕 디오메데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죽여 자신이 기르는 말의 먹이로 삼는 흉악범인데, 이 자 역시 아레스의 아들이다.(헤라클레스의 철퇴에 맞아죽음)

여전사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도 아레스의 딸이다.(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음을 당함)


합리주의와 휴머니즘을 신봉하는 그리스인들은 절제되지 않은 폭력성을 드러내는 아레스가 가장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를 심판한 아레이오스 파고스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신전이나 기념물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아프로디테와의 질펀한 애정 행각 외에 신명나는 이야기도 없다.(p. 167)


하지만 로마인들은 그를 최고신 주피터에 견줄 만큼 사랑했다. 마르스는 전설적인 로마의 창건자 로물루스레무스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그래서인지 로마인들은 살육과 정복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남기고 있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마르스가 두 나라에서 각기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통해 그리스문화와 로마문화의 본성을 식별해 볼 수 있다.

가슴 깊이 품고 있는 공격심과 경쟁심이 어우러진 욕망그리스인들은 올림픽 경기로 승화시켜 인류의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남긴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이것을 적나라하게 표출시켜 검투사들의 '피의 향연'으로 즐다.

(p. 168)


전쟁의 결과(루벤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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