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Apr 13. 2017

'작가'를 주인공으로 전생과 현생의 연(緣)을 풀다

ㅡ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1, 2화를 보고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포스터


어쩜 우린 전생의 인연으로 묶여있는 걸까?


<도깨비> 이후, 기다렸던 드라마 한 편이 나왔다.

<시카고 타자기>(연출 김철규, 극본 진수완).

제목도 흥미롭지만 작가를 소재로 시대를 넘나드는 미스테리 드라마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그리고 <학교4> , <경성스캔들>, <해를품은달>, <킬미힐미> 등을 집필하신 진수완 작가님이 아닌가. (난 故정다빈, 김재원, 윤계상 주연의 <형수님은 열아홉>도 재밌게 봤다.)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1,2 회가 방영됐는데 방송 시간이 애매해서(저녁 8시) 아쉽게도 본방은 놓치고 재방송을 보게 됐다.


<시카고 타자기>에는 너무나도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군대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유아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13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인 임수정,

<무서운이야기2>에서 고병신 역을 맡아 잊히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고경표,

요즘 광고에서도 자주 뵐 수 있게 된 <도깨비> 비서 아저씨 조우진 , 배테랑 뮤지컬 배우이신 전수경 , 훤칠한 키에 웃는 모습이 훈훈한 배우 곽시양 등이 출연한다.


제목인 '시카고 타자기'는 실제 톰슨 기관단총을 가리키는 말로, 총소리가 마치 타자기 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이 총은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1920~1930년대 마피아 갱들이 범죄 행위에 사용했다고 한다.

제목에 대한 또다른 의견은 드라마 속 전생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이고 주인공이 문인(文人)이라는 점과 연관해서 1933년 송기주 박사가 미국 유학 시절  시카고에서 최초의 한글 타자기를 개발했다는 데서 착안한 게 아닐까라는 추측도 .


드라마 속에서 현재와 전생이 교차되며 들리는 타자기 치는 소리와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의 묘한 조합이 좋다.


낡은 타자기를 매개로 1930년대 경성2017년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을 통해

두 남자(유아인, 고경표)와 한 여자(임수정),

세 인물의 베일에 싸인 이야기들을 점차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시카고 타자기>의 주요 인물 - 유진오(고경표), 한세주(유아인), 전설(임수정)


인물 소개와 1, 2회 줄거리
(* 스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얼굴로 나오는 유아인. 그가 맡은 역할인 한세주 다작을 쏟아내는 베스트셀러 작이자 문단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사방이 온통 책으로 둘러쌓인 그의 저택은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서재를 보고 감격해하던 엠마 왓슨처럼 감탄사를 자아낸다.


드라마 초반이라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성격 까칠하기 그지없는 작가인 한세주게도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와 글을 쓰며 겪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의 라이벌이자 친구 작가 백태민(곽시양)과 주고 받는 대화에서 언급된 '10년 전 두 사람의 인생을 망친 위험한 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의 관계는 왜 벌어지게 됐을까. 한세주는


'선물 받은 책이든 강매 받은 책이든 덮을 권리가 있어.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글 써. 나처럼 미친듯이.'


라며 더이상 지난 과거의 일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나를 한세주 작가에게 보내주세요.'

이야기의 시작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나가는 그가 해외(시카고)에서 팬사인회를 하는 중,

한 카페에 진열된 옛날 타자기 한 대를 발견하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후, 운명처럼 타자기가 그의 손에 들어오면서 그는 전생의 환영을 보게 된다.


전생(1930년대)에서 타자기로 글을 쓰고 있는 한세주.



전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였으나 총만 잡으면 환영을 보는 트라우마로 인해 현재는 '모든지혜를 모아 뭐든지해'주는 심부름콜 알바일을 하는 '전설'(임수정).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한세주 책을 사고 행복해하는 전설.


한세주 열혈팬이자  자칭하는 그녀는 인생의 시련기마다 책이 위로가 됐다고 말하는 독서광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의아해한다.

김영하, 김연수, 천명관 등의 작가들을 놔두고

왜 하필 한세주를 좋아하냐면서;;


한세주를 눈앞에 두고도 볼 기회를 자꾸 놓치는 바람에 '난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을 거야'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우연찮게 한세주에게 커다란 택배 배달 심부름을 하게 되면서 둘의 인연은 다시 시작된다.


'뮤즈들은 유령이어서 때론 초대받지 않은 곳에 나타나기도한다.'        ㅡ스티븐 


한세주와 전설을 이어주는 큐피트  강아지 '견우'

정말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나 한세주 집 안으로 달려든 강아지 덕분에 전설(임수정)은 꿈에 그리던 한세주(유아인)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한세주 작가의 피같은 원고가 담긴 개뼈다귀 모양의 USB를 강아지가 삼키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 그의 소설을 읽고 모방 범죄를 저지르는 스토커가 한세주의 저택에 침입하여 소설의 결말에 불만을 품고 그에게 총을 겨눈다. 마침 나타난 전설은 스토커에게


'소설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멍청이는 없어. 당신 인생을 망친 건 당신이야!'


라고 외치며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해주게 되면서 그들의 우연적인 만남필연적인 인연으로 이어진다.


시공간이 무너지는 듯한 진동을 느끼고 책상 밑에 숨은 전설(임수정)과 한세주(유아인)
덕후가 3D직종이라는 걸 온몸으로 깨달은 '전설'.


하지만 한세주는 '나는 당신의 넘버원 팬'이라며 미저리를 연상시키는 전설의 말과 행동에 그녀 또한 자신의 스토커이자 범인과 공범으로 오해한다.


"꺼져! 경찰 부르기 전에. 당신같은 팬 필요없어!"


라고 막말을 한 그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은 전설은


" 십 년 전엔 안 그랬는데 완전 변했어. 네가 언제까지 잘 나갈거 같아? 너도 언젠가 벽에 부딪힐 날이 올 거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올거라구!그 때 네 주위를 둘러 봐. 아무도 없을 걸! 그땐 죽어도 너 안 도와줄거야!"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떠나기로 결심한다.

(한세주의 열혈팬에서 안티팬으로 돌아서게 될 그녀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한세주는 오해를 풀고자 전설이 얹혀 사는 그녀의 친구이자 작가 지망생인 '마방진'(양진성) 집을 찾아간다.

그를 본 마방진 엄마 왕방울선녀(전수경)는 그에게 '죽음 광기 망상 원망 분노'등의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앞으로 특별한 인연 둘을 만날거야. 잘 해. 그래야 살아"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한편, 황금곰 출판사 대표(조우진)은 황금알을 낳아주던 작가 한세주가 스토커의 자살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자 암암리에 글을 대신 써줄 유령 작가를 고용하려 한다.

미스터리한 인물 유진오, 그는 어떤 존재감을 보여주게 될까.



그리고 깨알 장면.

한세주 정원에서 키우던 사슴 사육사로 특별 출연한 유병재 방송 작가. 그는 글이 안 써져 잔뜩 예민해져 있는 한세주에게 졸지에 해고 당하게 된다.

'쟤들이 떠들면 얼마나 떠든다고..'


2화의 마지막.

한세주는 계속되는 환영과 슬럼프에 괴로워하며 폭우 속에 차를 몰고 나갔다 벼랑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아직 죽을지 말지 결정 안했단 말이야..'


또 한번 맞게 된 위기의 순간, 한세주의 눈 앞에 나타난 그녀.


여기까지가 1, 2화의 주요 내용이다.



전생(1930년대 경성)의 환영을 보는 한세주와 전설, 그리고 또 한명의 동지(혹은 적?)유진오.

아픈 역사 속 젊은이들. 독투사와 문인(文人).

전생이란 장치는 그들의 갈등과 사랑, 시대적 고뇌를 보여주기 위함일까. 안타까운 운명으로 인해 현생에서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전생에 그녀는 누구에게 총을 겨누었던 것일까.


"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해요.

여자 꼬시고 부귀 영화 꿈꾸는 그런 글 말고 좋은 글 쓰시라구요. 위대한 글."


전생에서도 작가였던 한세주에게 전설이 충고하는 말, 그리고


'저질 삼류 소설 쓰는 건 지면(紙面) 낭비야!'


전생에서 그를 향한 그녀의 외침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을 깨우쳐 주는 것일까. 한세주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실마리가 되는 걸까.


수많은 실마리와 복선만이 던져진 2회 방송,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고 의미있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으면서도 다른 감동을 선사해준 영화 <미녀와 야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