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머리와 기력없는 몸뚱이를 간신히 어르고 달래 적막만이 반기는 집에 돌아왔다.
허기진 배의 아우성에 밥통부터 열었다.
엊그제 먹고 남은 밥이 외딴 섬 모양으로 오른쪽 귀퉁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허겁지겁 먹으려보니 뭐지? 쉰 내가 올라온다.
어제도 두끼를 거르고 저녁은 라면으로 떼웠으니 그저께 해 둔 밥이었나보다.
푹푹 찌는 더운 날씨 탓에 밥통에 내버려뒀던 밥이 쉬어버렸다.
그저 식어버린 찬밥이었다면 그냥 먹건 데워먹건
물 말아먹으면 그만이었을텐데 먹기가 말성여지는 쉰 내 나는 밥은 어쩐지 찬 밥보다 더 안쓰럽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 쉬어버린 밥
깜깜한 밥통 안에서 뚜껑이 열리기를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누군가의 허한 속을 채워주기를
제 임무를 다하기를 몹시 기다렸을텐데
쉰 냄새에 코끝이 찡해지는 건 왜일까
결국, 나는 너를 차마 버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