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얼마 전에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늘 자식 먹을 것, 자식 입힐 것, 자식 아픈 것만 챙기느라 정작 자신이 아픈 것은 웬만해선 티도 안내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바보 엄마..
악착스럽게 살아오신 엄마는 수술 같은 거 받을 일 없이 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계시리라는 막연한 생각이 얼마나 무심한 바람이었는지, 얼마나 커다란 착각이었는지 진작에 건강 검진 한 번 제대로 받게 해드리지 못한 게 또 얼마나 죄송스럽고 후회됐는지 모릅니다.
여느 때처럼 단순히 소화불량이나 배탈인 줄로만 알았던 증상이 그날 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엄마를 부축해 응급실로 달려가게 되고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날벼락같은 얘기를 들었을 때 눈앞이 하얘지고 다리가 후들거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극심한 복통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셨고 이동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셨습니다.
수술 잘 될 거라고 엄마, 하고 부르고 싶은데 눈이 흐려지고 순간 울컥해서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아 대신 엄마의 누런 손을 꼭 잡았다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술 중에선 작은 수술이라지만 수술실 문으로 사라져가는 그 모습이 마지막이면 어쩌지 겁이 덜컥 나고 너무 무섭더군요. 아, 이렇게 정말 병이라는 건 죽음이라는 건 예고없이 찾아올 수도 있음을 또 잊고 있었구나, 엄마가 바보가 아니라 내가 바보멍충이 나쁜 딸이라고 자책하며 제발 무사히 저 문이 열리고 엄마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을 연신 깨물어대고 문 앞을 수도 없이 왔다갔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수술실 문이 다시 열리고 엄마의 차디찬 손을 다시 붙잡게 됐을 때 비로소 안도와 감사 그리고 조심스러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며칠 엄마 곁에서 서툰 병간호를 하면서
엄마 얼굴을 오랜만에 쓰다듬고
엄마 머리를 오랜만에 쓸어올리고
엄마 손을 오래오래 잡고 있었어요..
더디지만 조금씩 회복하고 다행히도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어 당분간 저희집에서 지내면서 아픈 몸을 추스리기로 했는데, 친정 엄마는 자신의 몸이 조금 나아지기 무섭게 집안꼴이 이게 뭐냐고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는 공간들을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몸도 성치않은데 그냥 신경쓰지말고 쉬시라고 말씀드려도 돌아보면 어느새 곰팡이가 덕지덕지 낀 화장실 바닥을 쭈그려앉아 닦고 있습니다..
엄마가 제대로 쉬긴 했을까 싶은 며칠이 지나고 괜찮다고 더 계시라고 말렸지만 친정엄마는 자신 때문에 사위가 편하게 못 있는다고 여전히 자신보다는 자식 걱정에 다시 혼자 계시는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엄마를 모셔다드리고 집에 돌아와 여느 때처럼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아이 돌보고.. 저는 다시 엄마 걱정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일상으로 돌아왔네요.
우리집에 청소하러 왔나. 바보..
구석구석 깨끗이 닦여진 주방과 화장실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불효자식은 그렇게 또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