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잦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찾아와 나를 못살게 구는 반갑지 않은 녀석. 구역질을 동반하는 지독한 놈.
어떤 때는 약에 의지하지 않고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내게 두통은 아마 평생 함께 해야 할 적이자 동반자일지도 모르겠다.
한 때 사랑했거나 미치거나 얽매이고 증오하고 미워하다 결국 이별을 하게 된 ‘너’란 존재도 그렇다.
내 머리의 통증과 내 기억의 ‘너’는 참 닮았더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고통스럽게 내 머리를 옥죄다가도
시간이 또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시 나아지기도 하니까. 떠올려보니 그토록 아픈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더라.
미운 녀석이지만 사계절 관계없이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변함없는 녀석이라 감사히 수용하기로 한다.
쉽게 떠나줄 것 같지 않아서, 아니 쉽게 떠나줄 리 없는 기억이기에 골이 흔들릴 정도로 ‘너’가 찾아올 때는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아무 욕심 없이 하루를 보낸다.
이 지독한 두통이 끝나는 날, 두통 같은 기억과도 안녕을 고할 수 있을까.
‘너’에게 잠식되지 않으려 나는 계속 쓴다. 내게 쓰는 행위는 혼자 꽁꽁 싸매지 않고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므로.
다행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당신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