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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Nov 07. 2017

두통 같은 기억


통이 잦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찾아와 나를 못살게 구는 반갑지 않은 녀석. 구역질을 동반하는 지독한 놈.

어떤 때는 약에 의지하지 않고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내게 두통은 아마 평생 함께 해야 할 적이자 동반자일지도 모르겠다.

한 때 사랑했거나 미치거나 얽매이고 증오하고 미워하다 결국 이별을 하게 된 ‘너’란 존재도 그렇다.

내 머리의 통증과 내 기억의 ‘너’는 참 닮았더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고통스럽게 내 머리를 옥죄다가도

시간이 또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시 나아지기도 하니까. 떠올려보니 그토록 아픈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더라.

미운 녀석이지만 사계절 관계없이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변함없는 녀석이라 감사히 수용하기로 한다.

쉽게 떠나줄 것 같지 않아서, 아니 쉽게 떠나줄 리 없는 기억이기에 골이 흔들릴 정도로 ‘너’가 찾아올 때는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아무 욕심 없이 하루를 보낸다.

이 지독한 두통이 끝나는 날, 두통 같은 기억과도 안녕을 고할 수 있을까.

‘너’에게 잠식되지 않으려 나는 계속 쓴다. 내게 쓰는 행위는 혼자 꽁꽁 싸매지 않고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므로.

다행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당신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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