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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May 13. 2016

《종이책 읽기를 권함》

사람 냄새나는 종이책의 맛

《종이책 읽기를 권함》김무곤 지음

'뭐든 어떻게든 닥치는 대로 읽는' 나.

책에 대한 미친 애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책을 읽다.


그렇다고 책을 무조건 읽어라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책이 눈앞에 있어도 읽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기분이 너무 좋을 때, 책 생긴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책읽기에 회의감이 들 때 등등. 하여간 읽기 싫을 때가 있다. 읽기 싫은 땐 과감히 덮을 필요도 있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면 어쨌든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되니까.


그리고 책 읽기보다 더 즐겁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책을 읽어야 한다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자는 현명한 독서가가 아니다.


우리는 책 읽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책 속 메모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

도움이 안 되면 어떤가. 그 무엇보다도 책 읽기는 쾌락으로 충만해 있지 않은가.


책은 교통수단이건, 공원의 벤치건, 침실이건 어디서든 펼칠 수 있다. 좀 더 휴대하기 쉽게, 좀 더 간편하게 진화해온 뉴미디어의 특성을 책은 이미 오래전부터 갖추고 있었다. 노트북이, 휴대폰이, 책을 닮으려고 끊임없이 작아지려고 노력하는 동안 책은 가만히 있어도 좋았던 거다.


종이책은 '무한 에너지'를 가진 매체다. 충전시키지 않아도 되고, 콘센트에 꽂지 않아도 볼 수 있다. 휴대폰의 배터리 수명은 겨우 반나절이었다. 휴대폰의 배터리가 반나절에서 하루로 길어지는 동안 책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책은 무한 에너지, 충전이 필요없는 영원한 배터리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여럿이 돌려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돌려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참으로 사람 냄새가 나는 매체임에 틀림없다. 종이책 또한 자신을 읽는 사람을 냄새맡고 들여다보고 만져본다. 그리고 때로 뒤흔들고, 때로 위로하고, 가끔 골똘히 귀 기울여준다.


책을 읽을 때 정신의 탄력을 늦출 수가 없다. 글자를 한 자 한 자 읽어나가면서, 감탄하고, 때로 저항하고, 어려우면 쉬기도 하고, 의심이 나면 의문을 품기도 하는 등, 책 읽는 시간을 혼자, 스스로, 온전히 통제해야 한다.


책 읽는 자들은 책이라는 배를 갈아타면서 스스로의 바다에 이른다. 출발지는 각각 달라도 그들은 모두 바다로 간다.


책 읽는 시간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즐거워야 할 나만의 축제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읽는 사람이 정할 몫이다.


책을 읽을때 우리는 행복하면서 동시에 불행하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세상과의 소통과 세상과의 단절을 동시에 경험한다. 책을 읽는 자는 완전한 단독자로서 세계와 맞닥뜨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 읽는 일은 구원인 동시에 좌절이다. 책 읽기는 행복한 습관인 동시에 슬픈 습관이다.


책 읽기로 지새워버린그 수많은 시간들을 다른 의미있는 일로 바꿀 수는 없었을까 하고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제 나는 또다른 많은 책들과 앞으로의 내 인생을 함께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과 함께 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토마스 아 켐피스

"저 위 하늘나라에 있다는 천국은 엄청나게 큰
 도서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스통 바슐라르

"자신이 읽은 책에는 그 책을 읽은 밤의 달빛이
 섞여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나는 오늘도 종이책을 읽는다.


숲에서, 바다에서, 하늘 위에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잔디밭에서, 차 안에서, 잠이 든 아이의 곁에서..


나는 읽는다.


나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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