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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Feb 15. 2021

담배냄새를 그리워하는 아이

사람 냄새


동향집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침이 빨라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커튼을 열어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베란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죠.


오늘도 어김없이 문을 열었는데 아랫집인지 옆집인지 담배냄새가 베란다에 들어왔어요. 지진이 잦은 일본의 베란다는 새시가 없는 오픈형 발코니가 많아서, 가끔은 옆집에서 저녁에 고기를 굽는지 생선을 굽는지도 알 수가 있죠.


담배냄새에 멀미가 나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갑자기 베란다로 달려 나갑니다. 베란다 벽에 기대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네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하~~ 하고 숨을 내뱉습니다. 담배연기에 취해있는 사람처럼.


그 모습에 너무 놀랬습니다.

쟤가 왜 저라나, 나중에 커서 담배 피우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밀려왔어요.


"너 뭐해? 담배냄새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 너 진짜 왜 그래?"

딸아이에게 큰소리를 냈습니다.


"아니야.. 아무것도."

저희 딸은 멍하니 다시 밖을 내다봅니다.


"밖에서 외할머니 냄새가 나. 내가 대학생 되면 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을까?"


딸아이의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저희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잔과 담배를 피우시거든요.


그 옛날 여자는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편견 속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화장실에 숨어 담배 한 대로 마음을 가라앉히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십 년째 커피 한잔과 담배 한 대로 아침을 시작하십니다.


엄마는 일한다는 핑계로 살림에 소홀한 딸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저희 집에 오셨어요. 한번 오시면 한 달씩 지내셨던데, 코로나로 1년 넘게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딱히 친척도 없어, 저희 딸은 항상 자기편이 되어주는 외할머니가 집에 오시는 걸 좋아해요.


학교 갔다 오면 집에 아무도 없었는데, 외할머니가 오시면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게 기쁜가 봐요. 외할머니는 하교할 시간이 되면 베란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아이를 기다리죠. 멀치감치 걸어오는 아이의 모습에 매번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어요.


그런 외할머니가 그리웠는지...

딸아이는 담배냄새를 맡으며 한참을 베란다에 서있다가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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