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남편이 밉다.
어제는 머리 냄새나서 미웠고 그제는 내 기분이 안 좋은데 달래주지 않아 미웠다.
오늘은 출근하면서 쓰레기를 들고 나가지 않아서 밉다.
그냥 다 미운 남편이 퇴근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으면 화가 난다. 그리고 기다려진다.
남편을 기다리다 지치면 핸드폰을 보기 시작한다.
드라마에 빠져있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남편이 오니까 또 미워진다.
내 안에 사춘기 소녀가 있나 보다.
착한 딸 행세를 했던 어린 내가 이제야 고개를 들고나오는 것만 같다.
왜 이렇게 남편이 미운 걸까.
남편을 미워하는 내가 밉고 화가 난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내가,
남편 앞에서만 본색을 드러낸다.
오늘은 미운 남편의 손을 꼭 잡아본다. 남편 머리 냄새에 화가 가라앉는다.
착한 딸, 착한 언니, 착한 동생이었던 나는,
오늘도 나쁜 아내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