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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 봄을 노래하는 [군자란]

군자란은 난과는 관계없어 혼란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고요히 존재한다.

by 마음이 동하다

오늘 아침 출근 전에 모친이 있는 본가에 잠시 들렀다. 집과는 불과 10여 분도 안 되는 거리고, 출근길 방향과 같은 곳이다. 이틀 전 심장내과 진료 후 48시간 홀터를 착용했고, 그것을 대신 받아 병원에 반납하기 위해서였다. 오래된 빌라 건물인 2층은 1층이 주차장으로 되어 있어 햇빛이 거실의 일부만 비추고, 우풍도 심해 식물을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늘 생각해왔다. 결국 매번 거실과 베란다를 오가며 식물을 옮겨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베란다 쪽 거실 문 앞에 처음 보는 꽃이 있었다. 무슨 꽃이냐고 물으니 ‘군자란’이라고 한다. 군자란이면 당연히 '난'일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난'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개화까지 무려 4~5년이 걸리며, 반그늘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중요한 건, 개화 시기가 초봄이라는 소식을 알게 된 후 서둘러 폰을 들이밀고 사진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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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과는 관계없어 혼란

그늘에서 조용히 분란

개화까지 사오년 자란

꽃대와 고운색을 바란

노란속살 주황빛 놀란
그모습이 빛나고 찬란
바람에 실려 도란도란

봄을 노래하는 군자란


군자란은 난과는 관계없어 혼란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고요히 존재한다. 그늘에서 조용히 자라며, 주변의 분란을 피해 나만의 길을 간다. 개화까지 사오년이 걸리는 긴 기다림을 견디며 자란다.


초봄이 오면 꽃대가 올라와 고운 색을 바란다. 노란 속살과 주황빛의 화려함이 어우러져,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놀란다. 그리고 그 모습이 빛나고 찬란하게 피어날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솟아난다.


바람에 실려 도란도란하며, 봄을 노래하는 군자란은 그 자체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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