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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160화 - 위로 같은 [노]을

그때, 저 멀리 하늘 끝에 붉게 번지는 노을이 눈에 들어왔다.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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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빛살 아래 침묵한

모니터 뒤편에 쌓여간

서류 속 발버둥 짧은

귀를 적시는 라디오 속

버티는 법 익숙해진

지하철 손잡이 아래 퍼지는

붉은 불빛 살결을 스친

하늘 끝 번져든 위로 같은




회색 빛이 가득한 사무실 안, 말없이 쌓여가는 업무에 노고하며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버텼다. 눈은 점점 침침해지고 작은 글씨 하나에도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요즘, 어느새 찾아온 노안이 실감났다. 반복되는 보고서와 이메일 사이에서, 그래도 누군가는 나를 믿는다는 마음 하나로 계속해서 노력을 이어갔다. 퇴근길, 이어폰을 꽂자 익숙한 라디오 멜로디가 귓가를 적셨다. 무심코 흘러나온 그 노래는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는 작고 조용한 위로였다.


회사라는 전장에서 버티는 법을 배워야 했고, 이제는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노련해졌다. 하지만 정작 몸은 점점 지쳐갔다. 흐트러진 자세로 운전대를 붙든 내 어깨 위에는 묵직한 노곤함이 내려앉았다. 집에 도착할 때 쯤 붉게 물든 하늘이 얼굴을 감쌌고, 하루의 피로마저도 드러나는 듯한 노출의 느낌이 들었다. 그때, 저 멀리 하늘 끝에 붉게 번지는 노을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말 없이도 나를 알아봐 주는 것 같은 그 노을 앞에서, 오늘 하루도 잘 견뎌낸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했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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