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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Apr 03. 2023

저녁 먹고 숙제할 때 산만한 초등학생에게 #아빠의귓속말

호기심과 산만함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초조한 모습으로 현관 앞에 서있다. 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분위가가 좋아진 걸까? 아님 더 살벌한 걸까? 도어락의 숫자를 하나씩 누르지만 귀는 여전히 현관문 건너 안쪽으로 집중해있다.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레 문을 연다. 바깥의 온도보다는 따뜻했지만 공기는 차가웠다. 다행이 아이는 울지 않았고, 안방에서 숙제에 여념이 없었다.




- 30분전, -


    여느 때와 똑같은 집안 풍경이다. 우리들은 저녁을 먹었고 아내는 분주하게 빨래를 돌린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고무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능숙하게 싱크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큰 아이는 거실에서 수학문제 풀이에 집중한 상태고 작은 아이는 방에서 학교 숙제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집중력은 짧은 몽당연필처럼 짧았다. 수학문제 한 문제 풀고 왔다 갔다 하는 초등 6학년 큰 녀석, 거실에 일어나는 잡음이 궁금한 초등 4학년 둘째 녀석이 교차로 횡단보도처럼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 호기심과 산만함 사이에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머니, 응가 할게요."

"그런데 아버지, 있잖아요."

"어머니, 휴지 주세요."

"아버지, 오늘 있잖아요."

"잠시 만요"

"어머니, 물티슈가 없어요."

"연필 좀 깎을게요."

"지우개 어디 있는지 못 봤어요?"

"아까 뭐라고 하셨어요?"


    아이들의 엄마의 분노게이지는 머리위에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고,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 역시도 혈압 상승 중이었다. 그런 것 눈치 챌 법 한 녀석들인데 이날 따라 감이 떨어진 두 녀석이다. 보이지 않는 먹구름이 거실에 드리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훈육하다보면, 엄마와 아빠 둘 중 한명이 원펀치를 날리고, 다른 한명은 다독여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가령 어떤 날 아빠가 심하게 훈육을 했으면, 엄마가 살짝 다가와 아이를 위로하고 독려하며 그날의 잘못된 행동과 언행을 얘기하며 안아주는 것이 좋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며 실천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 모두가 애들에게 소나기를 퍼부으면 아이들은 그 날은 누구에게도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 기댈 곳이 없는 가족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날 세탁실과 베란다를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아내와 설거지를 끝내고 음식물을 버리러 가기 전의 나는 서로 말없이 아이들 쏘아보고 있다. 기어코 엄마가 단칼을 꺼내 들었다.


체벌에는 반드시 원칙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잘못의 내용과 그에 따른 체벌의 종류를 사전에 주지시키고, 예외없이 적용해야 한다.
_고재학《부모라면 유대인처럼》(예담)


"오늘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지!, 특히 ○○!(둘째아들), 오늘 왜이래! 딱 앉아서 30분만 집중하면 될 것을, 너희들은 시간이 아까운 줄도 몰라! 빨리 해놓고 자기 전에 좀 놀고 하면 되잖아!"


    아직은 완전 폭발한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다음 대사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분명 아들 눈에 눈물이 나올 수 있을 훈육이 될 것이다. 아직 눈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얼굴은 이미 울상이다. 아이는 방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나도 작은 아들이 앉아있는 방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한손에는 음식물쓰레기 카드를 주머니에 챙겼다. 방문을 나가기 전 작은 아들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얘기 한다.


"딱 집중해서 숙제하고! 우리 ○○는 또 집중하면 잘하잖아~ 한다면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엄마 지금 바쁜데 자꾸 왔다갔다 하지 말고, 알겠제?"


"네~ 다녀오세요."


    이윽고 현관문을 닫고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이 잘 잠겼는지 습관처럼 두어 번 댕겨본 후에야 계단을 내려간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평소처럼 20분 정도 아파트 단지를 산책한다. 위장에 머문 음식물을 소화시키지만 머릿속에 머문 아들의 모습은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이 녀석 그 이후에 가만히 앉아서 숙제 할 했을까?’



주입식, 전달식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데 그치지만,
대화식 교육은 지성과 인성도 함께 전달된다.
_고재학《부모라면 유대인처럼》(예담)


    다행히 거실 가득했던 먹구름이 일찍 개였고, 모두의 할 일을 끝내고 나서야 다 같이 웃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13세살, 11살 두 아들과 아직 큰방에서 같이 잔다. 좁은 방에 네 식구 옹기종기 붙어서 자다가 작년부터 아내만 머리맡 침대에서 잔다. 허리와 골반에 통증을 느낀 다음부터 혼자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가끔 주위에서는 아직도 다 큰아이들과 같이 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우리도 따로 자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언제까지 우리랑 함께 하지 않는 걸 알기에 굳이 억지로 각방을 권유하지는 않았다. 당장 중학교만 올라가도 자기 방에 침대를 요구할 테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책임지고 요구되어지는 숙제들이 하나씩 늘어간다. 최소한의 숙제와 해야 할 일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저녁식사 함께 먹기와 잠자리 같이 자기는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저녁식사만큼은 지키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 

저녁식사를 하며 아이들의 일과를 듣고, 

칭찬과 격려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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